"밸류에이션 재평가 시기, 경쟁력 지닌 벤처기업 중심 재편" [제2 닷컴버블은 없다]⑩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 "불필요한 출혈 경쟁 '정돈'의 과정, 내년 회복될 것"
이명관 기자공개 2022-07-27 07:50:32
[편집자주]
그 동안 벤처캐피탈업계는 저금리 기조 속에 큰 호황을 누렸다. 다양한 형태의 자금이 몰렸고 벤처캐피탈은 뛰어난 투자 실적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 금리 인상에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벤처캐피탈의 주 회수시장이던 IPO 마저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벤처캐피탈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더벨이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로부터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9년 '닷컴 버블(dot-com bubble)'이 꺼지면서 벤처투자가 위축됐다. 최근 상황을 보며 그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투심이 위축되면서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만 '버블'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할 뿐 위기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간 자본에 의해 과도하게 상승한 밸류에이션의 조정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아주IB투자 김지원 대표는 25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바이오테크, 플랫폼, 커머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버블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버블이라기 보다는 금리인상, 수요감소 등의 요인에 따라 밸류에이션 조정 과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버블'이라고 하면 20여년 전의 닷컴 버블을 쉽게 떠올리곤 한다. 닷컴 버블은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불거진 거품 경제 현상을 말한다. 2000년대로 접어들 무렵 세계 경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인터넷이었다. 다소 생소했지만, 혁신적이었던 인터넷은 통신망의 보급과 함께 각광받는 사업으로 떠올랐다.
이 시기 너도나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무수히 많은 IT 관련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수많은 IT기업들이 시도했던 인터넷 서비스들이 과도기적인 인터넷 기술에 너무 많은 것을 융합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2001년 인터넷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근본적으로 대외 환경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게 김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2000년의 투자환경과 산업기반이 현재와 많이 다르다"며 "현재의 투자기업과 가치상승의 양상은 각종지표를 기반으로 미래의 성장성을 할인하는 형태로 밸류에이션을 하고 있는데, 이 점이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별 총량의 가치를 따졌을 때 과도한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산업별 기업의 총량가치의 규모로 보면 국내 시장의 규모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흐르다 보니 본질적인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마케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불필요한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 대표는 최근 침체된 시장 상황을 계기로 '정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수년 동안 마케팅에 투자금을 소모하는 식의 기업 운용이 반복돼 왔다"며 "본질적인 경쟁력을 가진 벤처기업이 VC의 선택을 받고 생존, 시장 지배력과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투자유치를 계획하거나 진행하고 있던 기존 투자업체들도 투자금 유치가 지연되거나, 그 규모를 축소하거나 혹은 철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시장이 바로잡혀 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펀딩과 회수 시장 자체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올해 벤처투자 규모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면서도 "철수하는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의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밸류 자체가 낮아지게 될텐데, 투자가 다시 이뤄지는 시그널로 보면 될 것"이라며 "내년 신규펀드를 조성하거나 찾는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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