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03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의 대표이사 복귀에 관해 계열분리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얽혀 있는 일부 계열사 지분 관계와 메가마트의 녹록지 않은 경영 상황을 종합하면 당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명예회장의 세 아들 신동원 회장, 신동윤 부회장, 신동익 부회장은 각각 ㈜농심, 율촌화학, 메가마트를 독자 경영한다. 사실상 분리 경영 체제다. 신동원 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43%,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 지분 19%,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 지분 5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 후 빨라진 신동익의 움직임

농심그룹 3형제 계열분리의 핵심 고리는 총수인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 정리가 꼽힌다.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이 13%에 이르고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지분은 32%에 달하기 때문이다.

3남 신동익 부회장의 경우 핵심 기업 메가마트 지분율(56%)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계열분리가 수월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 등 다른 형제가 직접 보유한 메가마트 지분도 없다. 신동익 부회장은 율촌화학, 농심홀딩스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농심 지분율은 3%로 미미한 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심그룹이 대기업집단에 처음 지정된 지난 4월 이후 신동익 부회장의 빠른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그가 계열분리를 통한 독자 경영 수순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신동익 부회장은 자본잠식에 빠진 호텔농심 사업을 접었고 의약품 유통 계열사 뉴테라넥스는 토지 등을 처분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이어 23년 만에 메가마트 대표에 복귀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보냈다. 또 메가마트는 ㈜농심과 상품 용역 거래를 지난 5~6월 기준 당초 5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거래 금액은 50% 이상 감소한 23억원으로 나타났다. 메가마트 쪽 업황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한 바잉 파워, 농심 울타리 벗어나기 쉽지 않을 듯

이처럼 농심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뒤 대표 복귀와 사업 재편 등 신동익 부회장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메가마트가 처한 경영 환경과 일부 얽혀 있는 농심그룹 3형제 등의 계열사 지분 등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농심그룹 IT 기업이자 메가마트의 종속회사인 엔디에스는 계열분리를 위해 지분 정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곳이다. 엔디에스는 농심그룹 계열사의 IT 사업을 수주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낸다. 지난해 기준 메가마트, ㈜농심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기록한 매출 비중은 34%에 이른다.

엔디에스 최대주주는 메가마트로 지분율은 54%다. 신동익 부회장 개인 지분율은 14%다. 두 형인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도 엔디에스 지분을 쥐고 있다. 둘의 지분율은 각각 15%, 12%다.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신동익 부회장이 두 형의 지분을 매수하는 등 지분 정리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요건인 '동일인 지분 3% 미만'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3%(15만주)에 해당하는 ㈜농심 지분도 관건 중 하나다. 신 부회장은 ㈜농심 주식을 활용해 하나은행과 주식담보계약을 맺고 있다. 147억원 규모로 채무자는 신동익 부회장과 자녀 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가족기업 이스턴웰스다.

㈜농심은 메가마트와 달리 배당금을 지급한다. 지분율을 고려하면 신동익 부회장은 올 3월 ㈜농심 배당금으로 6억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은 신동익 부회장에게 현금을 안겨주면서 가족기업의 자금 운용에도 도움을 주는 셈이다.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면서까지 계열분리를 추진할 동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메가마트의 경영 실적도 당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쪽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메가마트는 최근 5년(2017~2021) 적자를 기록 중이다. 5년 누적 영업손실은 490억원에 이른다. 신동익 부회장의 대표 복귀도 계열분리보다는 오너 책임경영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심그룹은 실질적인 분리 경영 체제를 이루고 있다"며 "메가마트가 5년 연속 적자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비용을 투입해 계열분리에 집중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신동익 부회장의 메가마트가 당장 독자 경영을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메가마트의 바잉 파워가 약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심그룹 울타리에 있는 게 브랜드 경쟁력 측면에서도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계열분리에 관해 "아직까지 논의된 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