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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대규,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신호탄 쐈다 [네이버를 움직이는 사람들]④ '벤처 1세대' 해외시장 개척 경험 多 …위기의 휴맥스그룹, 체질 개선 성공 '기로'

김슬기 기자공개 2022-08-22 11:29:13

[편집자주]

1999년 만들어진 네이버는 사업 초기만 해도 인터넷 검색으로 성장했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검색 뿐 아니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1위 ICT(정보통신기술)기업에서 만족하지 않고 구글, 메타, 알파벳 등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약속했다. 글로벌 ICT기업 도약 기로에 선 네이버의 핵심 경영진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7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간 7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네이버의 이사회 의장은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다. 그가 이사회 의장이 되기 전까지는 네이버와 큰 관련이 없었지만 2017년부터 회사의 주요 결정에 힘을 싣고 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자리를 대신한만큼 존재감이 상당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네이버는 변 의장 선임으로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 분리를 이뤘다는 평을 받는다. 변 의장 선임 전까지만해도 창업자인 이 GIO가 이사회를 이끌었다. 다만 '벤처 1세대'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가지고 있는 휴맥스 그룹의 경우 최근 본업에서의 부진으로 몇 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벤처 1세대' 변대규 의장, 이해진 GIO와의 인연은

변 의장은 네이버 창사 이래 첫 외부출신 이사회 의장이다. 그가 네이버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데에는 이 GIO의 퇴진이 자리 잡고 있다. 2004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던 이 GIO가 2016년 10월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공석이 됐다. 이듬해 3월 그의 자리를 대신할 이로 변 의장이 선임됐다.

1960년생인 그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대학원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휴맥스의 전신인 건인시스템을 창업했다. PC용 영상처리보드 개발을 계기로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요 반주기를 내놨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과감히 이를 포기했다. 1995년 이후 디지털 셋톱박스 사업에 집중했다.

건인시스템은 당시 삼성전자가 의뢰한 디지털 위성방송 셋톱박스를 1년 반만에 아시아 최초로 개발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유럽 수출에도 성공했지만 1997년 이탈리아와 남아공에 수출한 제품에 문제가 생겨 대규모 반품 사태가 있었고 국내 거래처가 도산하면서 휘청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섰다.

하지만 1997년 북아일랜드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유럽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그해말 사명을 휴맥스(HUMAX·Human+Maximize)로 변경했고 이후 디지털 케이블방송 셋톱박스, 디지털 지상파방송 셋톱박스 등을 전 세계 80여개국에 수출했다. 2010년 벤처 1세대 중 매출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면서 성공신화를 썼다.

그는 경영을 하면서도 벤처기업 양성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부터 2005년 2월까지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고 2001~2007년에는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1조 벤처기업 육성론'을 강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나와야 우리 경제의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도 했다.

그의 행보를 보면 네이버의 의장으로 영입된 것도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그는 이 GIO가 직접 영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2000년 브이소사이어티에서 처음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재계 2세들과 벤처기업인들이 경영과 정보를 교류하던 사교 모임이었으나 2003년 없어졌다. 모임은 없어졌지만 그 때의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당시 변 의장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이었고 이 GIO는 막 창업에 뛰어든 상태였다.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사업을 키웠다. 2009년 휴맥스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201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셋톱박스 시장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네이버는 2007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13년 NHN과 분할 후 2016년 라인을 미국과 일본에 동시 상장 시켰다.

◇ 네이버 총수 지정 시기 맞물려 의장 교체

네이버는 일본 라인의 성공 이후에도 여전히 해외 진출에 목말라있었다. 다음으로 공략할 지역은 유럽이었다. 이 GIO가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시기도 이 때였다. 이 GIO는 변 의장의 진취적인 벤처 정신과 해외진출 추진력,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역량을 높이 평가, 이사회에 영입했다.

그의 영입으로 네이버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가 이뤄졌다고 평가받는다. 이 GIO는 2004년 이후 대표이사 자리를 떠나 줄곧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영향력이 상당하는 평이 주를 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 문제를 두고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말도 있었다. 그해 공정위가 이 GIO를 네이버의 총수로 지정하면서 의장 변경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2017년 이후 지금까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온 변곡점이었다. 변 의장은 2017년 3월 네이버 의장에 오르면서 사외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당시 휴맥스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겸 이사회 의장, 자회사인 휴맥스 이사회 의장, 알티캐스트 사내이사였기 때문에 사외이사가 될 수 없었다.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해당 상장기업 외의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의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 중인 자'는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사외이사 결격사유 때문에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가 장기 재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면 2020년 상법 개정안에 따라 6년 임기 제한이 생긴다. 물론 임기만료일이 내년 3월이어서 향후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측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외부독립이사인 변대규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와 역할이 분리되어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위치에서 이사회를 운영하고 회사의 경영을 관리·감독하여 네이버 이사회가 선진 이사회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올해 개정된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됐다고 볼 수 있으려면 '상근 경영진 또는 기타 비상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여야 한다. 결국 해당 기준으로 보면 네이버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중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항목을 준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휴맥스그룹, 게이트웨이에서 모빌리티로 전환…실적 '휘청'

변 의장은 네이버 이사회의 독립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현재 그가 경영하고 있는 휴맥스홀딩스의 실적은 썩 좋지 않다. 휴맥스는 2009년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 휴맥스홀딩스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후 산하에 셋톱박스 등의 사업을 하는 휴맥스, 디지털 방송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인 알티캐스트 등을 거느리는 구조가 됐다.

이 중 핵심 계열사인 휴맥스는 2014년 창립 후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을 CEO로 선임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이후 부침은 있었으나 2017년 매출 1조60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외형 성장을 했다. 다만 수익성은 100억 미만으로 떨어졌다. 2018년에는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지난해에도 500억원대의 손실을 냈다. 매출액도 6000억원 선으로 떨어졌다.
주력사업인 게이트웨이 부문(셋톱박스·비디오 게이트웨이·브로드밴드 게이트웨이) 시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유료방송 시장이 OTT 시장 확대에 따라 성장세가 둔화되는데다가 D램의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5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냈다.

체질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적으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휴맥스 산하 휴맥스모빌리티를 통해 관련 사업을 결집시키고 있다. 카셰어링과 주차장 운영 사업 등을 통해 빌딩과 주차장내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2018년 이후 관련 사업에만 수천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휴맥스모빌리티는 하이파킹, 피플카, 휴맥스팍스, 휴맥스이브이, 엔젤플러스, 엔에스서비스, 바른차생활, 드라이버인스타 등을 거느리고 있다. 휴맥스모빌리티의 매출은 2019년 160억원에서 2021년 1157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을 보였으나 영업적자는 51억원에서 262억원까지 커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흑자 달성이 2023년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고 향후 추가적인 투자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휴맥스모빌리티 사업현황, 출처=휴맥스홀딩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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