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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런던 중심에 '하나뱅크' 간판 달겠다"⑤최성호 하나은행 런던지점장 "정공법으로 걸어와 성장 가능성 더 크다"

런던(영국)=한희연 기자공개 2022-10-11 07:30:56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6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런던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엄격한 3차 락다운을 실시했다. 식료품점을 제외한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았는데 이발소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년가량 이발을 못하다 보니 대부분 남직원들의 머리는 장발이었다. 바리캉 또한 품절사태를 빚으며 구입이 어려웠다.

이때 하나은행 런던지점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바리캉을 발빠르게 구매한 직원 하나가 지점 회의실에서 일부 직원들의 머리를 직접 밀어줬다. 전문 미용사가 아니다보니 결과는 각양각색이었지만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으며 이겨내는 과정의 대표적 에피소드로 자리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면 그만큼 결속력이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30명의 하나은행 런던지점 직원들(주재원 9명, 현지직원 21명)은 이같은 결속력을 바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과거 몇십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5년간 순이익과 자산규모의 드라마틱한 성장속도에 대해 최성호 하나은행 런던지점장은 직원들의 노고에 공을 돌렸다. 그는 "최근의 성장세는 우연이 아니라 그만큼 직원들이 노력한 결과"라며 "시장의 흐름을 운용, 조달 등에 적절하게 반영하려 했고 이점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런던 근무가 두번째다. 공교롭게도 첫번째 근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속에서, 두번째 근무는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속에서 수행해야 했다. 그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다음날 런던으로 발령받아 책임자로서 4년간 여신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2년 한국으로 귀임, 글로벌 사업그룹에서 유럽과 중동지역 영업 총괄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2020년 지점장으로 다시 런던에 왔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이 위치한 시티지역에서 본국 파견 직원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최성호 지점장.

책임자로 근무했던 14여년 전과 지점장으로 와서 꾸리고 있는 현재의 런던지점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졌다. 시장은 빠르게 변해갔고 이에 대응키 위해 지점 또한 여러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며 업그레이드 됐다.

대표적인 것이 채권운용 부문이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은 전략적으로 채권운용 파트가 필요하다고 판단, 라이선스를 받고 업무를 개시했다. 채권운용 업무를 추가한 것은 당장의 매매이익보다는 원활한 지점내 자금운용을 위해서다.

현재 25억달러 가량 자산을 갖고 있는데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달과 운용 사이의 부드러운 매칭은 점점 더 중요한 사안이 될 전망이다. 유동성 비율 등 당국의 규제이행을 늘 신경써야 하는 입장에서 채권운용이라는 선택지를 하나 더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운신의 폭을 넓혀줄 수 있어 긍정적이다.

파생 트레이딩 또한 하나은행 런던지점의 원활한 운영을 도울 중요한 기능으로 꼽힌다. 최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IB딜을 취급할 때 파생트레이딩 기능의 중요도는 높아진다. 특히 장기 인프라딜의 경우 이자율 스왑거래 등이 수반되기 마련인데 이같은 파생거래 또한 지점 자체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갖춘 셈이다.

하나은행은 상품 다변화를 위해 본점 파생 전문가를 런던에 파견했다. 이로써 IB딜 뿐 아니라 파생거래 등 금융거래 전반에서 상당부분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는 결국 런던지점의 경쟁력 강화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IB부문과 기업여신 강화는 최근 런던지점 변화의 핵심축이다. 수많은 딜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인 런던에서 하나은행은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IB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해 왔다. 특히 인적자원 투자에 있어 영리한 인사전략이 돋보인다.

하나은행은 2018년 런던에 IB데스크를 설치하며 본점에서의 IB전문가 1명을 현지에 파견한다. 여기에 더해 효과적인 네트워크 확충을 위해 현지은행에서 몇십년간 IB업무를 해 왔던 전문가를 영입했다.

크레딧아그리콜 런던법인에서 27년간 IB업무를 수행하며 매니징디렉터(MD)까지 올랐던 인물이라 인적 네트워크는 상당했고 이는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이 현지 IB시장에 조기 안착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나은행은 런던지점이 취급하는 딜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연말까지 IB인력 2명과 심사역 1명을 본점에서 파견,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최 지점장은 "결국 차별화를 위한 핵심 키는 '사람'"이라며 "전산이나 시스템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인력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업무는 꼼꼼해야 하고 계약서도 많이 읽어야 하고 구조와 프로세스도 다 알아야 하다보니 현지직원을 채용할 때도 전문성에 역점을 둔다"며 "각종 규제와 리스크관리 등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꼼꼼하게 알지 않으면 어느순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전문인력을 키우고 맨파워를 강화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런던지점 직원들.

기업여신이나 IB강화 등 운용부문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안정적인 조달 또한 지점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 조달을 얼마나 더 싸게 하느냐에 따라 순익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은 안정적인 중장기 자금조달과 단기자산 확보를 위해서도 여러 전략적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정유업체로부터 4억달러 규모의 2년 중장기 예금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현지 자금시장의 네트워크를 활용, 금리급등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장가격 대비 매우 낮은 금리로 조달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이밖에 단기자산 확보를 위해 지점의 단기 여유자금 운용과 LCR 비율 개선을 위한 신규 무역금융 거래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영국에 진출하는 한국계 생산기업은 거의 없는 편이라 영국 로컬 무역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두가지 전략을 추진하는 중이다.

먼저 영국 무역청 산하 UKEF와 파트너십을 맺어 우량한 영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무역금융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영국정부가 80%, 하나은행이 20%의 신용을 공여하는 형식이다. 우량 로컬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데다 향후 거래관계 심화를 통해 운전자금이나 시설대 등으로도 영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하나는 베트남 무역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무역 체인 구축이다. 하나은행은 2019년 베트남 BIDV은행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실시했고 시너지 증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세계 각국과 새로운 FTA를 체결, 제3국으로 무역거래를 비중을 분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과도 2021년 FTA를 체결했다.

하나은행은 '베트남 무역기업-BIDV-하나은행 런던지점-영국 로컬기업'을 연결하는 무역 체인 구축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BIDV의 USD/VDN 계좌를 개설, 무역대금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부기관 등의 세미나나 리셉션 등을 활용해 베트남-영국 무역기업 유치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최 지점장은 "런던의 금융기관이 밀집돼 있는 시티(City)나 카나리워프(Canary Wharf) 현대식빌딩 꼭대기에 'Hana Bank London' 간판이 걸린 것을 보고싶다"고 말한다. 결국 한국계 은행으로 영국 내에서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다. 그는 이를 위해 목표를 현지에서 찾아야 하고 키는 'IB'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 지점장은 "하나은행은 경영진의 일관된 전략으로 '글로벌'이 항상 전면에 있었고 다양한 인적·물적 리소스를 집중했는데 이는 굉장히 잘 된 방향"이라며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내가 여기 있을때 우리 플랫폼을 한 단계 올려 놓는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과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지에서 금융업을 한다는 것은 현지 규제나 시장, 상품이나 사람 등 알아야 할게 많다"며 "그럴수록 더욱 정공법으로 뚜벅뚜벅 가야하는데, 런던지점은 이같은 루트를 잘 그려오고 있고 그래서 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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