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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디테일]비에이치, 바른전자 출자 48억에 그친 이유②400억 인수대금 중 CB 투자 비율 압도적, 기업회생 거치며 정관상 한도 대부분 소진 탓

구혜린 기자공개 2022-10-11 08: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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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6일 10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전문기업 비에이치는 바른전자에 400억원을 투입해 추후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400억원 중 유상증자 참여 비율은 단 12%에 그치며 대부분은 전환사채(CB) 투자다. 과거 기업회생 절차를 거치며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바른전자의 사정이 번거로운 지분 인수구조를 낳았단 분석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에이치는 바른전자가 진행하는 4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00만주(1주당 4805원)를 취득할 예정이다. 주금 납입일은 이달 28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달 17일이다.

비에이치는 계열사 디케이티와 함께 바른전자 전환사채(CB)에도 투자한다. 15회차 CB는 150억원 전액을, 17회차 CB는 300억원 중 200억원(비에이치 100억원, 디케이디 100억원)을 납입할 예정이다. 15회차 CB는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이달 28일, 16회차 CB는 내년 1월10일 납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바른전자가 최근 조달하는 자금의 83%(398억원)가 비에이치 측 자금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최대주주 손바뀜이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비에이치 측이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유상증자로 확보한 주식을 합쳐 총 717만주의 바른전자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이는 현 바른전자 발행주식의 75%에 달한다.

지분 인수 구조상 CB 투자 비율이 높은 건 다소 독특하다. 비에이치가 바른전자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반도체사 투자를 통한 사업다각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때문이다. 인수 목적을 감안하면 CB 투자보다는 유상증자가 더 유리하다. 유상증자 참여로는 바로 주식 취득이 가능하지만, CB 투자는 주식 전환 청구 가능 시점까지 대기해야 한다. 사채권자 명목으론 당장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불가능하단 의미다.

비에이치 입장에선 CB 투자가 더 손해이기도 하다. 유상증자 참여론 1주당 5000원 미만 가격으로 신주를 취득하게 된다. 반면 15회차 및 16회차 CB는 1주당 전환가액이 5673원으로 책정됐다. CB는 성격상 투자상품이고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리픽싱이 가능하단 점에서 가중산술평균주가에 10%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유상증자 납입이 48억원에 그친 배경은 비에이치의 사정과는 무관하다. 바른전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한도가 48억원에 불과했던 탓이다. 바른전자의 정관 제10조에 따르면 회사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상 중요한 기술도입, 연구개발, 생산.판매.자본제휴를 위하여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바른전자는 수 차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정관상 한도를 대부분 소진했다.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523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당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회생담보권 및 회생채권을 변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유상증자 및 CB 발행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

정관을 당장 개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한도를 늘리기 위해선 한국거래소 심사 및 주주총회 의결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이 외에는 주주배정증자를 통해 발행주식 총수를 늘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최근 거래소 심사를 통과해 코스닥 거래가 재개된 바른전자로선 이같은 절차를 감내할 시간적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비에이치가 대부분의 자금 납입을 유상증자로 진행하길 원했으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CB 투자를 통한 차익실현이 아닌 추후 최대주주 교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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