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에 밀렸던 라인, 국내시장 역공 기회될까 [카카오 블랙아웃 나비효과]블랙아웃 이후 '라인 앱' 다운순위 급등…보완재는 가능, 대체재는 어려울 듯
원충희 기자공개 2022-10-18 09:05:21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7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의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 데이터센터 화재로 지난 주말 먹통이 되면서 네이버 '라인(LINE)' 서비스 사용자가 급증했다. 라인은 카톡에 밀려 국내에선 입지를 잡지 못했지만 일본시장을 석권하면서 동남아시아로 세력을 뻗었다.이번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는 경쟁사인 라인으로선 호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메신저 사업의 점유율 싸움은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고 이를 뚫으려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카톡을 대체할 정도의 위상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일본은 라인, 한국은 카톡이 국민메신저 확고해
지난 주말 카카오 서비스 오류가 지속되자 라인과 텔레그램 등 여타 메신저 앱을 다운로드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16일 자정 전후로 애플 앱스토어에 소셜 네트워킹 카테고리 인기차트에서 라인 메신저는 카톡을 제치고 1위, 텔레그램이 2위에 올랐다. 구글 플레이스토에선 17일 13시 기준으로 라인이 여전히 다운로드 순위 1위다.
라인은 2011년 2월 네이버(당시 NHN)는 국내에 출시한 네이버톡이 그 전신이다. 그러나 1년 전 출시됐던 카톡이 국내시장을 석권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PC 중심의 포털사업 비중이 컸던 네이버는 모바일 기반의 메신저로 급성장하던 카카오를 따라가지 못했고 타이밍도 늦었다.
그런 와중에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통신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일본에 상주하던 경영진과 네이버 일본법인(NHN Japan) 임직원들은 이를 기회 삼아 2011년 6월 라인을 출시했다. 당시 카톡도 일본 진출에 나섰으나 현지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라인이 일본시장을 사실상 석권했으며 2012년 네이버톡을 통합했다.
라인은 카톡과 달리 전화번호가 필요하고 SMS 문자메시지 인증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 휴대폰 호환성이 좋아 블랙베리 OS 10을 제외한 웬만한 플랫폼에서 다 사용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는 피처폰에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이 같은 다양한 호환성은 스마트폰 태동기에 라인이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보다 스마트폰 전환이 늦었던 일본은 물론 구매력이 떨어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환이 늦었던 동남아권에도 라인의 상호 호환성이 장점이 됐다"며 "메신저 플랫폼은 초창기 기세가 중요한데 일본과 동남에서 라인이 카톡을 앞서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블랙아웃 사태로 카카오 위상 하락, 대량 이탈은 '글쎄'
이번 카톡 블랙아웃 사태로 카카오의 위상과 사회적 신뢰가 떨어지면서 라인이 호기를 잡았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주말 네이버는 자사 포털의 메인화면에 라인 광고 문구를 올리며 마케팅 기회로 삼았다.
그간 국내에서 카톡에 밀렸던 메신저 사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다만 IT업계에선 라인이 카톡의 보완재는 될 수 있어도 대체재는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초기 경로 의존성이 강한 플랫폼 사업 특성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일종의 클러스터 산업과 비슷한데 초기 인지도와 사용성이 중요하고 이게 한번 굳어버리면 중간에 잘 바꾸기가 어렵다"며 "카톡은 국내 월간활성사용자(MAU)가 4700만명에 달하는 국민적 플랫폼이라 이들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라인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엄청난 물량공세를 하지 않는 한 카톡의 위상을 넘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라인은 일본에서도 아직 흑자기류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까지 상당한 마케팅비용을 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결국 화재사고로 인한 금전적 피해보다 향후 사용자 대량이탈 발생 여부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서비스들의 대체 불가능한 장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서비스 정상화 시 이용자의 구조적 이탈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은 "전 국민이 이번 사태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고 카카오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퇴색됐다"며 "이번 사태로 광고와 커머스 영역 확장에 불필요한 제동이 걸린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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