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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원정밀의 '겨울나기' [thebell note]

구혜린 기자공개 2022-10-21 08:13:18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9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FMM(파인메탈마스크)만큼 베일에 싸인 시장도 없는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종사자가 식사 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다. FMM은 OLED 원장을 생산하기 위한 공정 단계에 쓰이는 필수 부품이다. 시장 대부분을 일본 기업 DNP 한 곳이 점유 중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FMM 국산화'가 주목받는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여러 업체가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곤 하는데 어쩐 일인지 아직까지 양산을 시작한 곳은 전무하다. 테스트 단계도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우니 '베일에 싸였다'는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그나마 상장사인 풍원정밀이 공개한 정보가 많은 편이다. 풍원정밀은 국내 최초 FMM 양산을 공언하면서 지난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곳이다. FMM은 제조 방식에 따라 습식 에칭, 레이저 가공, 전주도금 세 가지로 나뉜다.

풍원정밀은 일본 DNP와 동일한 에칭 방식을 택하고 있어 자연히 DNP 대체사로 주목받았다. 이들이 게재한 투자설명서를 보면 현재까지의 FMM 개발 단계, 특허권 현황, 주요 원재료 조달처, 정부 주도 사업 참여 목록, 향후 FMM 수익화 로드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풍원정밀도 최근 차일피일 목표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상장하면 올해 상반기까지 삼성디스플레이에 6세대 FMM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모자금을 활용해 짓겠다던 신공장 착공 시점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공정용) 6세대 FMM보다 규모 면에서 한 단계 위인 노트북용 8세대 FMM 양산 로드맵은 아예 깜깜하다. 6세대는 DNP가 팔 만큼 팔았고 8세대가 '기회의 땅'이란 점에서 사실 풍원정밀이 6세대에 전념할 때는 아니다.

업계에선 의혹의 시선도 나온다. 에칭방식 FMM 양산 난도가 높은 이유는 품질 높은 핵심 원재료를 대량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DNP는 히타치로부터 이를 공급받았기에 시장 독점이 가능했다. 풍원정밀의 경우 현대비엔지틸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아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실제 양산시 히타치 원재료 수준의 품질과 가격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는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히타치 것을 재가공해 쓴다는 낭설이 돌 정도다.

풍원정밀에겐 올겨울이 시장의 의구심을 걷어낼 기회의 시간이다. 회사 측이 삼성디스플레이에 4분기 중 FMM 공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한을 못 박았다.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상당 수준의 삼성디스플레이 내 퀄(품질인증) 테스트가 진행된 건 사실이다. 공급 시기가 문제다. 이번에도 일정이 연기된다면 풍원정밀을 둘러 피어나는 여러 의구심은 확신을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유독 빠르게 추위가 찾아온 올해, 풍원정밀이 어떤 모습으로 겨울을 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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