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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지금]지분 '17.02%' 팔겠다는 산은, 현실화 가능성은①원매자 찾기 어려운 매물...GM과 20년 '악연' 끊을지 관심

조은아 기자공개 2022-10-27 10:34:46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한국GM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어느 면으로 보든 매력적 매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002년 출범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간 아주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경영난을 반복하며 좀처럼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산은이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근본적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더벨이 한국GM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4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17.02%를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산은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혁신 계획에 보유하고 있는 한국GM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2018년 한국GM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소 2028년까지 한국GM 지분을 유지하기로 미국 GM과 합의했다. 그러나 사실상 매각을 앞당기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은의 한국GM 지분 매각은 단순히 둘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한국GM이 100% 민간 기업이 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은이라는 방패막이 사라지면 GM의 한국시장 철수가 가능해지는 탓이다.

◇매각까지 산 넘어 산...결국 '시간문제'

산은이 현실적으로 한국GM 지분을 매각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매각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권이 없는 소수 지분이라는 점이다. 산은이 보유한 17%대 지분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아니다. 최대주주 GM(82.98%)과 지분율 격차가 워낙 큰 데다 배당마저 없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영 성적표 역시 걸림돌이다. 한국GM은 2013년 적자 전환한 뒤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누적된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3조775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결손금은 4조5404억원까지 불어났다. 결손금이 3조7504억원이었던 2018년 말과 비교해 21% 늘었다.

일자리 문제와 노조의 반발 가능성도 부담이다. 한국GM 노조는 산은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산은의 지분 매각에 반대해왔다.

과거 GM은 산은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에 눈독을 들인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한국GM의 실적이 지금처럼 악화되기 전이었다. 지금은 당시와 사정이 다르다. 잊을 만하면 철수설이 불거질 만큼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GM이 과거처럼 한국GM의 잔여 지분을 탐낼 이유가 없다. 유력한 원매자가 사라진 지금 지분을 사들일 인수주체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는 산은이 바로 한국GM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산은 역시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 매각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계속 들고가기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도 한국GM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산은에게 한국GM 지분은 이른바 애물단지다. 경영난에 빠질 때마다 매번 힘겹게 구해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위기에 빠지는 일을 반복해왔다. 그때마다 2대 주주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여러 차례 시달라졌다.

새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으면서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이 모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임기 안에 한국GM 지분을 매각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강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20년 걸친 산은과 GM의 길고긴 줄다리기

한국GM은 2002년 출범했다. 산은과 GM은 한국GM의 지분을 나눠 보유한 뒤 지금까지 20년간 여러 차례 한국GM의 생사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산은이 2대 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극적인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1차 줄다리기는 2002년 산은이 당시 대우차를 GM에 매각할 때였다. 양쪽은 일부 법인의 포함 여부와 우발채무 변제 문제 등으로 갈등한 끝에 협상을 타결지었다. 산은은 GM이 한국GM 지분을 15년 동안 동의 없이 매각할 수 없도록 '자산처리 거부권 협약'을 맺었다.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는 안전판을 마련한 셈이다.

2차와 3차 줄다리기는 각각 2009년과 2018년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GM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한국GM 지원 문제를 놓고 GM과 산은이 2년에 걸쳐 기나긴 협상을 벌였다. GM과 산은은 각각 상대방이 먼저 한국GM을 지원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벼랑 끝 전술로 버텼다.

긴 공방 끝에 양측은 2010년 말 GM의 일방적인 경영권 행사를 견제할 수 있는 비토권(거부권), 산은의 이사 3명에 대한 추천권 등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자금 지원에 합의했다.

GM 입장에서 소수 지분으로 경영에 간섭하는 산은이 '눈엣가시'였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2012년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GM은 산은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을 모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산은이 번번이 거부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 입장에서는 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보다는 국내 자동차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같은 국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줄다리기는 2018년이었다. 당시에도 산은과 GM이 경영난에 빠진 한국GM에 모두 71억50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산은은 지분율에 맞춰 7억5000만달러(당시 8000억원)를 출자했다.

세 차례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산은은 주도권을 내준 채 GM에 끌려다녔다는 지적을 받았다. 철수 가능성을 무기삼은 GM 앞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생각해야 했던 산은이 끌려다닌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GM에게 필요한 건 결국 자력 생존 가능성"이라며 "자체 경쟁력을 증명해야 산은이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철수설이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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