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은 지금]다시 나빠지는 재무지표, 반전 계기는②내수 부진 등 적자 이어지면서 재무건전성 악화...내년 출시 신차에 기대
조은아 기자공개 2022-10-28 07:36:01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한국GM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어느 면으로 보든 매력적 매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002년 출범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간 아주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경영난을 반복하며 좀처럼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산은이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근본적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더벨이 한국GM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6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GM은 2018년 최대주주 GM과 2대주주 KDB산업은행로부터 8조원에 가까운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극도로 악화됐던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하며 급한 불을 껐고 공장 시설 투자 역시 순조롭게 이뤄졌다.그러나 판매가 전혀 회복되지 못하면서 다시 악순환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재무지표는 다시 나빠지고 있고 회사를 단번에 일으켜세울 만한 신차 역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내 시장에서 GM이라는 브랜드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한국GM은 2016년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2017년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6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무려 8만%를 넘겼다. 당시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5312억원, 6315억원 발생했다. 수년째 수출 부진이 이어져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판매 법인을 청산하는 과정에서도 손실이 불거졌다.
GM과 산업은행은 2018년 한국GM에 모두 7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올드머니 2조9000억원, 뉴머니 4조7000억원이다. 올드머니는 GM이 전액 부담했다. 한국GM에 차입금으로 빌려준 돈을 우선주로 출자전환했다.
뉴머니의 사용처는 신차 배정을 위한 공장 시설 투자와 협력사 기술지원 등에 집중됐다. 특히 산은이 한국GM에 투입하는 신규 자금 8000억원은 한국GM의 중장기 생존 밑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전액 연구개발(R&D)에 투입됐다.
자금을 지원받은 뒤 한국GM의 부채비율은 172.3%까지 개선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순손실을 이어가면서 부채비율은 다시 지난해 말 기준 232.8%까지 높아졌다. 다른 재무지표 역시 악화되는 중이다.
자금 수혈 직후 0%였던 차입금 의존도는 2019년 0.2%, 2020년 4.6%에서 지난해 말 다시 7.1%까지 높아졌다. 수치 자체는 작지만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 문제다. 총차입금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 15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말 3573억원까지 늘어났다.
한국GM이 2018년 대폭 개선됐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한 근본적 원인은 판매 부진에 있다. 한국GM은 한때 국내 자동차 시장 '부동의 3위'였다. 하지만 이젠 국내 완성차 5곳 가운데 내수 판매로만 따지면 최하위권까지 내려왔다.
수출 물량을 더하면 전체 판매는 다시 3위로 올라서지만 내수 판매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GM이 GM의 단순 하청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유독 부진한 내수 판매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내수 판매 역시 5만4288대로 전년 8만2954대보다 무려 34.5%가 감소했다. 올해 내수 판매 역시 이대로라면 5위가 거의 확실해보인다. 한국GM은 9월까지 국내에서 2만727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줄어든 규모로, 르노코리아와 쌍용차에도 밀렸다.
내수 시장에서 한국GM의 존재감은 심각한 수준으로 희미하다. 9월 내수 시장 국산차 판매량을 보면 30위 안에 든 한국GM 차가 한 종도 없다. 31위에 트레일블레이저가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GM는 올해도 벌써 전기차 볼트EV와 볼트EUV에 이어 가솔린 엔진으로 교체한 중형 SUV 이쿼녹스, 초대형 SUV 타호를 출시했다. 그러나 이들 차량의 판매량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수출 실적도 감소하고 있다. 2020년에는 28만5499대였지만 2021년에는 18만2752대로 35.9% 줄어들었다. 내수와 수출을 합하면 2020년에는 36만8453대에서 2021년 23만7044대로 35.7%가 줄었다.
다만 내년부터 반전의 계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기대를 걸고 있는 건 내년 양산에 들어가는 신차다.
한국GM은 2018년 당시 경영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GM으로부터 2종의 신차를 배정받았다.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내년 생산을 앞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19년 11월 북미 수출을 시작해 올해 3월 누적 수출 대수 3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도 9만9893대 수출되며 꾸준한 실적을 쌓고 있다.
CUV는 연말 차명이 공개되며 창원공장에서 생산된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와 CUV를 더해 연간 50만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공장 설비 투자 역시 최근 마무리됐다. 최근 부평공장에 2000억원, 창원공장에 900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GM은 픽업트럭 및 SUV 전용 브랜드 'GMC'도 국내에 도입한다. 쉐보레, 캐딜락에 이어 한국GM이 국내에 도입하는 3번째 브랜드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GM의 철수 압박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고비용 생산 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 흐름인 전동화 전환을 위한 전기차 생산 배정도 얻어내지 못했다.
GM의 2인자로 평가받는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GMI 사겸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GM이 2035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못하면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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