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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중동 허와 실]SK에코플랜트, 효자 노릇하던 글로벌 거점서 '신중모드'2017년 UAE M프로젝트 후 대형 사업 없어, 신설법인도 현지 수주 '아직'

이정완 기자공개 2022-11-09 07:21:47

[편집자주]

중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 건설사들에게 '수주 텃밭'이었다. 국내 건설업계가 세계에서 수주액 2위로 거듭난 배경에는 중동발 오일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경 저유가 충격으로 인한 '중동 쇼크'가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자 국내 상당수 건설사가 현지 부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 중동 시장에서 최근 들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건설사들이 너도 나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중동 시장 리스크는 과연 사라진 것일까. 이를 짚어보고 각 건설사별 주요 프로젝트 실황은 어떤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7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동 플랜트 시장은 SK에코플랜트에게 과거 한때 회사 명운이 달린 곳이었다. 글로벌 확대 전략의 핵심 지역이 중동이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내 대형 건설사가 그렇듯 2010년대 초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후 수주 기조를 급선회했다. 지금은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대형 토목 프로젝트만 남은 상태다.

친환경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초 플랜트 사업만 따로 떼어내 SK에코엔지니어링이란 회사를 새로 만들었다. 전통의 화공 플랜트 사업도 이 곳에서 맡는 만큼 해외 사업 행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여전히 중동 재진출은 잠잠하다.

SK에코플랜트은 1979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중동 사업을 시작했다. 1977년 당시 선경그룹이 1962년 세워진 협우산업을 인수한 지 2년 만에 해외 사업에 나섰다. 사우디 정부가 발주한 2379만달러 규모 록히드 주택공사 조성 공사를 수주했다.

1980년대에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건비를 바탕으로 건축이나 토목 공사에 주로 참여했다. 사우디 보건성이 발주한 샤로라·사라트 오베이다·미자르다·타쓰리쓰 병원 공사를 비롯, 사우디 주베일 공단 부지 조성 공사 등을 따냈다.

1990년대 주춤했던 중동 공사는 2000년대 들어 활발해졌다. 2000년대 초반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 이후 회계법인 측의 요구에 따라 멕시코에서 진행하던 해외 공사에 대해 충당금을 쌓은 탓에 2002년 적자로 전환했다. SK에코플랜트는 원래부터 주택보다 플랜트 사업에 강점이 있는 건설사였기에 해외 플랜트 역량을 더욱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05년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가 발주한 12억2000만달러 규모 원유집하시설 공사를 수주하며 성과를 냈다. 이 공사는 우리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 공사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현장에 방문할 정도 관심이 큰 현장이었다.

이 무렵 SK에코플랜트의 경영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화(Globalization)'이었다.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벡텔에서 부사장까지 맡았던 최광철 사장을 영입해 해외 플랜트 사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당시 최 사장은 2010년대 중반까지 회사를 플랜트 분야에서 글로벌 톱클래스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중동 시장에 집중한 덕에 2000년대 SK에코플랜트 해외 수주의 75%가 이 지역에서 나왔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중동에서 기록한 수주 계약액만 109억8796만달러였다. 중동 다음으로 수주가 많았던 아시아 지역 수주 계약액이 24억8901만달러였다. 중동의 5분의 1 수준이다.

중동을 거점으로 글로벌 플랜트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다. 2013년 발생한 적자를 계기로 플랜트 사업 전략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가 2011년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와싯(Wasit) 플랜트 프로젝트와 2010년 수주한 킹압둘라 석유화학복합단지의 원가율 상승으로 인해 2013년 연결 기준 55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SK에코플랜트는 중동 사업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였다. 현재 회사가 단독으로 수주해 진행 중인 대규모 공사는 2017년 말 아랍에미레이트(UAE) 국영석유회사(ADNOC)으로부터 따낸 1조3000억원 규모 알 만도스 원유비축기지 프로젝트 정도만 남았다.

다만 알 만도스 프로젝트 역시 불확실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수주 초기엔 올해 7월 공사가 마무리 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면서 준공 예상 시점이 내년 10월까지 연장됐다. 공사 지연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상반기 말 기준 1700억원의 미청구공사를 기록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2020년대 들어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 앞으로도 중동 진출은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가 신에너지 사업으로 육성 중인 수소연료전지, 해상풍력발전 같은 사업도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을 노리고 있다.

관심은 올해 초 신설된 SK에코엔지니어링에 쏠린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말 기존 석유화학을 비롯 전기차 배터리, 리튬이온전지분리박(LiBS) 등 플랜트 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해 올해 초 플랜트 전문 법인 설립 작업을 마쳤다.

SK에코엔지니어링의 전략 또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가 중동에서 진행 중인 공사가 없다. 신설 후 현재 진행 중인 해외 사업은 SK에코플랜트 시절 수주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트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공장 공사와 SKC 미국 자회사인 앱솔릭스가 발주한 반도체 기판 생산설비 공사, SK온이 발주한 미국 및 헝가리 배터리 공장 공사 등이다.

SK에코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중동 지역에서 검토 중인 사업이 없다"며 "향후 사업성을 고려해 검토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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