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신한금융]내실 경영과 혁신…생·손보사 상반된 전략④신한라이프, 통합 1년만에 물리적 결합 완료…EZ손보, 디지털전환 시동
이기욱 기자공개 2022-12-05 07:39:53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1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라이프와 신한EZ손해보험은 신한금융그룹의 보험 계열사라는 점 이외에도 다양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법인 통합과 인수 등을 이유로 비교적 최근 새롭게 출범됐으며 모두 외부 출신 인사가 초대 CEO 자리에 앉았다.차이점 역시 명확하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업계 4위권에 해당하는 대형사인 반면 신한EZ손보는 신한금융으로 인수되기 이전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러 있던 소형사다. 영업 규모와 인력 규모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경영 전략의 차이로 드러나고 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초기 무리한 성장 보다는 내부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 내년 도입 예정인 새 회계기준 IFRS17에 맞춰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늘리는 등 내실 다지기 작업도 진행했다. 강병관 신한EZ손보 사장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을 새로운 주주로 받아들이는 등 디지털손보사 전환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저축성 보험 줄이며 IFRS17 대비 체질 개선…내년 순익 성장 전망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사진)은 금융위원회 보험과장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 금융위 금융개혁추진위원 등을 지낸 관료 출신 인사로 지난 2019년 3월 처음으로 신한금융에 합류했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은 연말 인사를 통해 당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내부 반발 등으로 최종 선임은 무산됐고 외부 출신인 성 사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성 사장은 취임 이후 2년동안 신한생명을 이끌며 우수한 경영 성과를 창출했다. 2018년 1310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20년 1778억원으로 35.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익이 3113억원에서 2793억원으로 10.28% 줄어든 오렌지라이프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2018년말 27조7057억원이었던 운용자산도 2020년말 31조2040억원으로 12.63% 늘어났다.
성 사장은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2020년 2년 연임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 7월로 예정된 통합 생보사의 CEO 자리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예정대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2021년 7월 신한라이프로 새롭게 출범했고 성 사장은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약 1년동안 성 사장은 통합 초기 내부 안정화와 내실 다지기에 역량을 집중했다. 최대 난관으로 여겨지던 전산 시스템 통합을 올해 5월 성공적으로 이뤄냈으며 노조와의 일부 갈등도 있었지만 8월에는 인사제도 정비도 완료했다.
실적 측면에서는 수치상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IFRS17 도입에 맞춰 내실 있게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기준 신한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36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019억원) 8.04%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연납화보험료(APE)도 5864억원에서 5241억원으로 10.6% 줄어들었으며 총 자산도 지난해말 70조5356억원에서 67조8163억원으로 3.86% 감소했다.
영업실적 감소는 주로 저축성 및 연금보험 부문에서 발생했다. 저축성 및 연금 보험상품은 단기간에 외형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IFRS17 도입 후에는 부채로 인식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국내 보험사들은 대부분 보장성보험을 늘리고 저축성보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신한라이프의 저축성 및 연금보험 APE는 5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516억원)보다 67% 줄어들었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APE가 같은 기간 4348억원에서 4741억원으로 9% 증가했다.
IFRS17 도입 후 신한라이프의 자본 규모는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라이프는 지난달 신한금융지주 3분기 실적 발표 IR자리에서 내년 초 CSM(계약서비스마진)의 규모가 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CSM은 미래 예상되는 이익의 원천으로 장부상 부채로 인식되지만 향후 일정 부분씩 보험사의 이익으로 인식된다. 신한라이프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올해 대비 30% 늘어난 경상손익은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성 대표는 내실 경영과 함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헬스케어 플랫폼 자회사인 ‘신한큐브온’을 출시했으며 올해 1월에는 베트남 현지법인 ‘신한라이프베트남’을 출범시켰다.
◇특종보험 비중 98%…ICT사 협력 통해 디지털손보사 전환 속도
신한EZ손해보험은 자산총계 1619억원의 소형사로 신한라이프와는 전혀 다른 업계 위상을 갖고 있다. 올해 6월 신한금융으로 인수되기 전까지만 해도 특종보험 이외의 영업 실적이 전무한 개점휴업 상태의 보험사였다.
지난해 전신인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은 지난 2019년(-145억원), 2020년(-117억원), 2021년(-77억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도 신한EZ손보는 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손보사 라이선스만을 남겨 놓고 모든 사업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이 40대의 젊은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1977년 출생인 강병관 신한EZ손보 초대 사장(사진)은 포항공대와 뉴욕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IT전문가다. 카페24를 포함한 스타트업에서 IT솔루션·서비스 개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삼성화재에서 삼성금융네트워크 디지털 통합플랫폼 구축 실무를 담당했다.
기존 신한EZ손보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특종보험’에 집중돼 있다. 건설공사보험, 배상책임보험,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 등으로 구성돼있는 특종보험은 주로 기관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지난 2분기 기준 신한EZ손보의 원수보험료는 총 191억원으로 이중 188억원(98.4%)이 특종보험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손보사의 주력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의 실적은 전무하다.
신한EZ는 IT전문가 강 사장의 지휘 아래 디지털 전문 손보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미 ICT기업인 KT와 더존비즈온 등을 새로운 주주로 받아들이는 등 디지털전환을 위한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달 KT와 더존비즈온은 신한EZ손해보험의 지분을 각각 9.9%, 5%씩 인수했다.
이번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신한EZ손보는 보험 전반의 디지털 전환,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 개발, 빅데이터 분석 기반 공동 마케팅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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