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의 일본행, 엿보이는 국내 진출 전략 카카오픽코마가 인수했던 SEBC 지분 100% 인수…바이낸스 인력으로 경영진 교체
노윤주 기자공개 2022-12-05 12:38:21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1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동아시아 첫 진출 국가로 일본을 선택했다.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akura Exchange BitCoin, SEBC)'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바이낸스는 SEBC를 인수함과 동시에 경영진 교체를 단행했다. 바이낸스 일본 총괄을 맡고 있던 타케시 치노(Takeshi Chino)를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한국 시장의 문도 꾸준히 두들기고 있는 만큼 일본 거래소 인수 경험은 국내 진출 전략 수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픽코마도 인수했던 SEBC…일본 시장 가치 충분
바이낸스는 지난달 30일 일본 가상자산거래소 SEBC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SEBC는 일본금융청(FSA)로 부터 가상자산 사업 라이선스를 획득한 거래소다. 일본은 일찍 가상자산 규제를 도입해 심사를 거친 거래소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가상자산 매매업이 가능한 가상화폐 거래소 협회(JVCEA) 1종 회원은 36곳에 불과하다. 신규 거래소가 진입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대형 글로벌 거래소들은 현지 거래소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후오비는 지난 2018년 비트트레이드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FTX도 올해 2월 일본 거래소 리퀴드를 인수하면서 FTX 재팬을 만들었다. 바이낸스도 동일한 절차를 밟았다.
인수조건 및 규모는 비공개다. SEBC는 올해 상반기 카카오픽코마가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던 거래소다.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픽코마가 보유했던 지분은 95.2%다. 당시 구체적인 인수가액은 비공개로 진행했지만 이전대가로 잠정 112억원, 영업권으로 34억원을 설정했었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카카오픽코마 소유분과 기타 지분을 모두 포함해 SEBC 지분 100%를 인수했다"며 "일본 규제를 준수하면서 책임감 있는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바이낸스는 동아시아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무국적 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바이낸스는 본사 소재지를 공개하지 않고 각 국가에 지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각국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현재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11개 국가에서 사업 승인을 획득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규제가 촘촘히 마련된 일본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게 순서에 맞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규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며 "대체불가토큰(NFT) 시장도 커지고 있어 충분히 1순위로 고려할만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금융청은 FTX 파산 사태 이후 '일본 고객 보호 조치'를 걸어뒀다. 일본 법률에 의해 일본 고객의 자산은 FTX의 일본법인이 분리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바이낸스 인력으로 경영진 교체…국내서도 기조 유지할까
가상자산업계는 바이낸스의 '넥스트 스텝'으로 국내 진출을 예상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다수의 중소형 코인거래소를 접촉해왔고 최근에는 고팍스 등 원화거래소와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가 국내서 처한 상황은 일본과 상당히 유사하다. 국내서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인수해 법인을 설립한 후 거래소사업을 시작했지만 규제를 넘기지 못하고 2020년 영업을 종료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일본 고객 대상 무허가 사업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바이낸스의 일본 행보에서 국내 진출 전략을 예측해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대주주를 변경한 SEBC는 전날 신경영체제를 공지했다. 기존 경영체제를 유지하지 않고 바이낸스 측 인사로 체제를 재구성했다. 히토시 야마모토(Hitomi Yamamoto) 기존 대표는 대표직 사임 후 사내이사로 직책을 변경한다. 새로운 대표이사는 바이낸스 일본 현지화 사업을 이끌었던 타케시 치노가 맡는다. 레온 풍(Leon Foong)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사업 총괄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거래소를 인수하더라도 자사 인력으로 새롭게 경영할지 또는 해당 기업의 기존 경영체제를 그대로 가져갈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며 "과거의 실패 경험이 있어 신중하게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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