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팹리스, 미래를 묻다]디에이아이오 "국산화 낸드컨트롤러 양산…반도체 초강국에 기여"①백상열 대표 "고성능과 신뢰성, 저전력 기술 경쟁력 확보"
김혜란 기자공개 2022-12-22 10:01:29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09: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 위상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메모리 반도체 중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경쟁력은 낸드뿐 아니라 컨드롤러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좌우된다. 낸드는 컨트롤러와 결합된 형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디에이아이오(The-AIO)는 낸드 컨트롤러 국산화에 성공한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전문)다. 낸드 컨트롤러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으로부터 명령어를 받은 뒤 낸드를 제어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기능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The-AIO는 주력 제품의 응용 특성 탓에 다른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세트(완성품) 업체가 아니라 삼성전자 등 낸드 제조사가 주요 고객사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출신 권진형·백상열 각자대표, 한승현 연구소장이 2011년 창업해 이끌어왔다.
백상열 The-AIO 대표는 더벨과의 첫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계속 '메모리 강국'을 수성해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에 컨트롤러를 잘하는 회사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컨트롤러는 낸드의 '보완재'"라며 "The-AIO가 컨트롤러를 잘 만들어 국내 기업이 낸드를 더 잘 팔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만이 주도한 컨트롤러 시장, 국산화의 의미
The-AIO는 10년 넘게 낸드 컨트롤러 기술 국산화에 매진해왔다. 과거엔 주로 컨트롤러를 생산해 임베디드멀티미디어 카드(eMMC) 등의 형태로 중국 화이트박스, 셋톱박스 등 세트 업체에 납품하며 매출을 올렸다. eMMC는 보드에 장착할 수 있는 형태의 저장장치 부품이다.
올해는 특별히 The-AIO에 의미 있는 해다. 세계 최정상인 국내 반도체 기업의 낸드 스펙에 맞춘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퀄리피케이션(품질인증)까지 통과해 양산에 들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The-AIO는 10년 넘게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동안 국내 낸드 생산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컨트롤러 기술을 내재화해 직접 설계하거나 외주를 줬는데 주로 대만 기업에서 사 왔다. 국내에는 컨트롤러 기술력을 갖춘 팹리스가 없어 협력사를 둘 수 없었던 탓이다.
팹리스 육성이 국가적 화두인 만큼 The-AIO의 컨트롤러 국산화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내 대기업은 서버용 낸드 컨트롤러 개발에 인력과 재원을 투자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인 에지 디바이스(클라우드 시스템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개개인이 사용하는 디바이스를 지칭)용 컨트롤러는 자국 팹리스에 외주를 주는 식으로 협력하는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세계적인 클라우드 기업에 공급할 맞춤형 서버용 낸드와 컨트롤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백 대표는 "벤처기업은 미래 기술을 위해 적극적인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이 가능하다는 강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The-AIO의 컨트롤러 국산화가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지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자 컨트롤러 국산화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일어섬)를 추진하면서 국내 메모리 생산기업의 기술 보안 문제도 더 중요해졌다.
백 대표는 "메모리 강국 한국은 낸드 컨트롤러 업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고 있다"며 "10여년 전 회사를 창업한 것도 낸드 컨트롤러 시장의 성장 기회를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서 유일하게 에지 디바이스용 낸드컨트롤러 개발
낸드 솔루션에서 컨트롤러가 중요한 것은 컨트롤러 기술 차이에 따라 낸드 스토리지(storage, 데이터 저장장치) 솔루션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낸드 스토리지 솔루션이 개선되면 시스템 전체 성능이 좋아진다. 백 대표는 "예를 들어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다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만 바꿔도 시스템 전체 체감 성능이 10배 빨라진다"고 부연했다.
컨트롤러는 CPU와 낸드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CPU는 D램이나 낸드에 데이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와 연산하는데, CPU가 명령어를 컨트롤러에 보내면 컨트롤러는 낸드에서 주소를 찾아 데이터를 보낸다.
백 대표는 "컨트롤러는 저전력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건 기본"이라며 "또 저장장치는 한 비트(bit, 데이터 최소단위)라도 깨지면 전체 데이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성능과 높은 신뢰성, 저전력 세 가지를 갖춘 The-AIO의 컨트롤러는 낸드에 붙어 저장장치인 시큐얼디지털(SD)카드나 eMMC 형태로 세트사에 팔리게 된다. SD카드는 인도나 중국에 판매하는 로엔드(저사양) 스마트폰에 서브 스토리지로 쓰이거나 드론, 고프로 등에 들어간다. 또 1인 미디어 확산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백 대표는 "장기적으로 SSD카드와 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UFS)로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업 납품 이력이 있으면 당연히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 낸드를 사서 각종 전자제품에 맞게 모듈화하는 대만 조립업체도 The-AIO의 고객사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낸드와 이 낸드에 최적화된 컨트롤러를 해외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백 대표는 "The-AIO의 역할은 낸드를 제조하는 고객의 제품이 잘 팔리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컨트롤러 국산화로 탄탄한 국내 메모리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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