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팹리스, 미래를 묻다]디에이아이오, 12년간 컨트롤러 매진해 만난 성장 변곡점②반도체 전문 PEF BNW인베로부터 500억원 양산 자금 확보
김혜란 기자공개 2022-12-22 10:01:42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09: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1년 설립된 디에이아이오(The-AIO)는 10년 넘게 낸드 컨트롤러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다른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가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왔다. 하지만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백상열 The-AIO 대표는 "컨트롤러를 개발해도 레퍼런스(납품 이력)가 없으면 국내·외 기업에 파는 게 쉽지 않다"며 "사업이 어려워 회사가 존폐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팹리스 불모지'로 불리는 국내는 팹리스가 성공하기에 매우 척박한 환경이다.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할 인력과 자금도 부족할뿐더러 세트(완성품) 업체와의 협력 등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The-AIO는 올해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 뚜렷한 성장의 변곡점을 만났다. 백 대표와 권진형 대표, 한승현 연구소장을 중심으로 10년간 컨트롤러 기술력을 축적한 결과 국내 낸드 기업에 최적화된 컨트롤러 개발에 성공했고 양산을 앞두게 됐다.
그리고 올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BNW인베스트먼트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양산 자금도 확보할 수 있었다. 백 대표는 "12년간 사업에 매진한 끝에 올해 실력을 발산할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변곡점에 BNW인베 투자 유치…양산자금 확보
The-AIO는 올해 BNW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600억원을 투자받았다. BNW인베스트먼트는 블라인드펀드(100억원)와 프로젝트펀드(500억원)를 활용해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투자를 단행했다.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구주를 사는데 100억원, 나머지는 모두 신주 인수에 써 현금 500억원이 회사에 유입됐다. 2011년 설립 이후 The-AIO가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은 약 800억원가량인데 전체 자금 중 60%이상을 BNW인베스트먼트가 한 번에 책임진 것이다. The-AIO는 2025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BNW인베스트먼트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메모리제조담당 사장을 지낸 김재욱 대표가 이끄는 회사로 반도체 기업 투자에 전문성이 있는 투자회사로 자본시장에서 손꼽힌다. BNW인베스트먼트가 대규모 자금을 베팅했단 건 그만큼 The-AIO의 성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The-AIO와 사업 모델이 같은 해외 기업으로는 대만 실리콘모션 테크놀로지(Silicon Motion Technology) 등이 있다. 실리콘모션은 지난 5월 미국 광대역 통신용 칩 제조업체 맥스리니어(MaxLinear)에 약 4조8000억원에 팔리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백 대표는 "10년 내 분명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에이아이오의 가치…"컨트롤러 기술도 한국이 최강"
국내 낸드플래시 제조사에 컨트롤러 협력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굳이 내재화하지 않아도 되는 일부 컨트롤러를 외주 솔루션 개발업체를 활용하면 하이엔드(고사양) 쪽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낸드플래시 제조사와 국내 컨트롤러 전문 팹리스가 협업해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얘기다.
The-AIO에 따르면 이 회사 제품 중 하나인 시큐얼디지털(SD)카드는 전 세계적으로 1년에 5억개가 팔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컨트롤러 단가는 약 500원이다. 백 대표는 "The-AIO가 10%만 파이를 가져가도 2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임베디드멀티미디어 카드(eMMC),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카드 등의 제품군으로 눈을 돌리면 시장도 훨씬 크고 컨트롤러 단가도 비싸진다. 포트폴리오를 넓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스타 팹리스'로서 성장 스토리를 그려간다는 게 회사의 포부다.
백 대표는 "컨트롤러는 펌웨어(컨트롤러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로 동작하는데, 낸드의 스펙이 바뀌면 펌웨어의 알고리즘도 바뀌어서 다시 개발해야 한다"며 "낸드 컨트롤러를 잘 만들려면 일단 낸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낸드 컨트롤러만큼은 미국이나 중국 어느 기업보다도 한국이 잘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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