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21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은 업의 특성상 '생명존중'을 본질로 삼는다. 이윤보다는 생명이 먼저라는 윤리의식이 기업이념 전반에 뿌리내려 있다. '공익성'이 기반이다보니 보수적인 문화가 깊다.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승계' 역시 제약사들에겐 불편한 주제다. 공익재단에 모든 지분을 상속하며 존경받는 기업으로 부상한 유한양행의 선례도 부담스러운 잣대다. 승계라는 말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싶어하는 '승계 포비아'가 생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하지만 제약사들도 승계는 피할 수 없다. 1900년대부터 시작한 제약업의 역사가 벌써 100여년이 흘렀다. 올해만 해도 이영수 신신제약 명예회장,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 어준선 안국약품 명예회장 등 중소제약사의 창업세대 별세소식이 전해졌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 경영체제가 가동되고 있고 또 준비 중이다. 보령처럼 경영승계는 이뤘지만 지분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고 안국약품처럼 경영 및 지분승계가 모두 마무리 됐지만 창업주의 상속지분 때문에 분쟁의 씨앗이 재점화 된 곳도 있다. 이슈는 조금씩 다르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승계'라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있다.
연말 인사 키워드도 자연스레 승계에 초점이 맞춰진 분위기였다. 한미약품은 역대 최소 규모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1960년대생 시니어급 인력 상당수를 퇴임시켰다. 1970년대생 오너 2세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선제조치로 보인다. 대원제약 역시 시니어급 임원들을 퇴임시키고 오너 3세를 임원 가운데 가장 높은 직급인 사장으로 승진발령했다.
승계 과정에서 보수적인 제약사들이 젊어지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1980년대생 대표이사까지 등판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전면에 나선 오너들의 면면이 흥미롭다. 창업세대들이 약사나 영업직들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다르게 후계자들은 대부분 경영을 전공했다.
'의약품'의 관점으로 기업을 이끌던 전임 오너들과 다르게 후계자들은 '경영'의 대상으로 제약사를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전혀 다른 사업에 투자하거나 복제약이 아닌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다. M&A나 금융투자에 눈을 돌리는 곳도 있다. 제약이라는 캐시카우 사업을 활용해 어떻게 몸집을 불리고 어떤 먹거리를 새롭게 찾을지 저마다 다른 전략을 펼친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승계가 제약업계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다. 물론 그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에 없던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만 하다. 어쩌면 제약사들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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