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리스크 점검]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어디로 가야 하나⑦사외이사 독립성, CEO 선임 절차 투명성 강화…이사진 외풍 방파제 겸 내부 견제 필요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19 12:50:54
[편집자주]
KT가 민영화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이 바뀔 때면 '외풍'이 지배구조를 흔들곤 한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CEO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는 KT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민영화 이후 KT를 흔든 외풍의 역사를 짚어보고 현재 지배구조가 지닌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7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를 비롯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안정화할 수 있을까. 물론 사기업 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기는 관행도 없어져야겠지만 기업 스스로도 미흡한 지배구조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 독립성을 담보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외풍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동시에 경영진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이사진을 꾸려야 주주 가치에도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다른 사기업과 비교해 CEO 선임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야 하는 미션도 안고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 형식은 갖췄는데…실질적으론 외풍에 취약
한국ESG기준원(KCGS)은 지난해 KT의 지배구조 등급을 A로 평가했다. 부정적인 ESG 이슈를 반영하는 심화 평가 비중이 커지면서 2020~2021년 A+에 비해서는 한 단계 낮아졌으나 여전히 국내 기업 중에서는 톱 클래스에 해당한다.
KT는 일찍이 2002년 CEO와 이사회 의장 역할을 분리해 기업 경영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지배체계를 구축했다. 2007년에는 'KT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제정·선포하고 전사적인 투명경영을 추진해왔다.
이사회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이사회 구성을 보면 사외이사가 8명(이강철 이사 사임으로 현재는 7명)으로 80%를 차지한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임되며 임기는 1년이다.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 다양성과 직무적 상보성을 고려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이 참여한다. 후보 조사 전문기관도 활용하는 등 KT 발전을 위해 조언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추천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KT가 정권 교체기마다 외풍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탄탄한 지배구조 외형과 달리 실질적인 운영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이사회 의장을 지냈던 송도균 이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선임된 이강철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이 이사는 지난 12일 이번 CEO 선임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중도 퇴임했다.
현재 남아있는 사외이사 중에서도 김대유·유희열 이사는 옛 정권 사람으로 통한다. 김대유 이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과 통계청장을 역임했다. 유희열 이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뛴 이력이 있다.
정권 친화적인 이사들이 늘어나면 정부의 입김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 후 KT 지배구조에 개입할 명분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내부 경영진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ICT 업계 관계자는 "정부 측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면 한동안은 좋겠지만 정권이 바뀌는 게 문제"라며 "KT가 주주가치에 우선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이사회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보 공개 등 투명성 개선 필요…외부 인사 딜레마도 풀어야
KT 이사진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배구조에 개입할 여지를 주는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서원주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KT나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 기업의 CEO 선임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셀프 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이사회가 최종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14명의 사외 인사와 13명의 사내 후보자를 검증했다고 밝히긴 했으나 그 과정에서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다.
최소한 최종 후보군(숏 리스트) 인물 구성과 경선 시 평가 항목 등을 중간에 대외적으로 발표했다면 국민연금도 이를 문제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너가 없는 기업인 만큼 선정 절차의 투명성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외부 인사에게 문을 열어 놓는 것도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T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 인사나 과거 통신업에 집중하던 시절에 근무한 '올드보이(OB)'가 정권과 인연이 닿았다 해서 CEO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미 디지털 플랫폼 및 B2B 사업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어선 만큼 현직 인사보다 혁신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른 관계자는 "고인 물은 썩을 수 있어 외부에서 견제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단순히 한 자리 차지하려는 인사들은 전문성이 떨어지니 딜레마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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