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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산업 리포트]새 먹거리 낙점...대기업 중심 주도권 다툼 활발②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위해 합종연횡...美 IRA 발효로 투자 몰려

정명섭 기자공개 2023-02-07 08:19:32

[편집자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향후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가 쏟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 원재료가 주로 해외에서 채굴되는데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더벨은 폐배터리 산업의 현재와 미래, 국내 기업들의 기회 요인들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2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산업이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한 폐배터리 증가, 배터리 원재료 확보 경쟁 심화, 주요 정부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기술 육성 등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 주요 완성차, 배터리 기업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명 줄어든 배터리, ESS로 재사용...재활용으로 기술 개발 확대

폐배터리 산업은 크게 재활용과 재사용으로 구분된다. 재활용은 배터리 셀을 분리해 리튬, 니켈 같은 희유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처리, 후처리 공정으로 나뉜다. 회수된 배터리를 해체해 알루미늄과 철 등을 분리한 후, 기계적 분쇄로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포함된 검은 가루인 ‘블랙 파우더’로 만드는 과정이 전처리 공정이다.

후처리 공정은 블랙 파우더를 화학 처리해 개별 원재료로 분리하는 과정이다. 산에 녹여 정제 화합물 또는 금속 등의 형태로 회수하는 방식인 ‘습식’과, 높은 열을 가해 액체로 바꿔 원재료를 회수하는 ‘건식’ 방식으로 구분된다.

재사용은 배터리 성능이 폐배터리를 모듈이나 팩을 분리해 ESS(Energy Saving System, 에너지저장장치)나 UPS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팩 단위를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교체된 배터리의 성능에 따라 사용처가 다른데, 저장용량이 60~80% 수준인 경우 발전소와 충전소 전력 보조장치에, 20~60% 수준인 경우 가정용 ESS에 주로 사용된다.

국내 기업들은 재활용보다 기술적인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비용도 적게 드는 재사용을 먼저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3위(2022년 기준)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핀란드 에너지전문기업인 바르질라와 파트너십을 맺고 재활용 배터리를 활용한 ESS 개발을 시작했다.

2021년엔 폐배터리를 ESS로 만드는 ‘UBESS 로드맵’을 수립하고, 폐배터리 활용 실증에 나섰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 2MWh 규모의 ESS를 설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 ESS는 태양광으로 들어오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있을 때 전달한다. 2MWh는 4인 가족 다섯 가구가 한 달 넘게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그룹사와 폐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가 배터리를 회수, 운반하면 현대모비스가 리퍼 배터리를 만드는 식이다.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 업계와 손잡았다. 2020년 9월부터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 분사 전)과 니로 전기차의 배터리 팩을 수거해 실증 과정을 진행하고 있고, 2021년 2월엔 LG에너지솔루션과 폐배터리를 전기차 급속 충전용 ESS로 제작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

국내 배터리 3사도 폐배터리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사업 진출 움직임을 보여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2월 LG화학과 북미 배터리 재활용 회사 라이사이클(Li-Cycle)에 6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양사가 각각 300억원씩 투자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스크랩)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라이사이클은 캐나다에 본사를 둔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 2016년에 설립됐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그중에서도 방전과 가열 과정 없이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추출할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라이-사이클은 스크랩과 폐배터리에서 니켈을 추출해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공장에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ESS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SK온은 2021년 10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폐배터리 성능검사 체계를 구축하는 협약을 맺었고, 같은 해 11월엔 SK에코플랜트(전 SK건설)와 폐배터리를 아파트 건설 현장에 재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2019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왔다. 천안, 울산 공장의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이나 스크랩을 파트너사에 보내 니켈과 코발트 등 원자재를 추출하고, 이를 전구체, 양극재 생산 파트너사를 거쳐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투입하는 식이다. 삼성SDI는 작년에 말레이시아, 헝가리 공장에 재활용 체계를 구축했고, 오는 2025년까지 미국과 중국 공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작년 5월에 설립한 ‘리사이클 연구 랩’을 통해 배터리 소재 회수율 향상, 친환경 소재 회수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 기업 성일하이텍의 지분 8.78%를 보유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삼성SDI로부터 폐배터리를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다.

◇美 IRA에 배터리 재활용 기업에 투자금 몰려

지난해 8월 미국이 자국산 제품을 우대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후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에 투자금이 대거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원재료를 미국 내에서 조달하는 게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탓이다.

IRA는 최대 7500달러(약 900만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리튬과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주요 원재료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폐배터리를 미국에서 재활용한 경우, 그 원재료들이 미국산으로 인정돼 3750달러 상당(약 457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어센드 엘리먼츠는 작년 9월 재규어 랜드로버, SK에코플랜트 등으로부터 3억 달러(약 36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두고 있고, 켄터키주에도 공장을 새로 건설하고 있다.

레드우드 머티리얼은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피델리티 등으로부터 7억7500만 달러(약 9400억원)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테슬라에서 17년 동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J.B. 스트라우벨이 창업한 미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 2017년에 설립됐다. 라이사이클은 스위스 광산업체 글렌코어로부터 투자금 2억 달러(약 2400억원)를 유치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미국 IRA와 유사한 ‘원자재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배터리 원료와 소재부품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 중 하나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더 각광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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