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vs 이수만 소송 변수는 '경영 판단의 합리성'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성은 의문…장철혁 CFO "개별주주 이해관계와 무관"
고진영 기자공개 2023-02-17 08:27:44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8일 16: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간에 벌어질 소송의 쟁점은 SM의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이 적법한가로 압축된다. 업계선 이 전 총괄의 승률이 절반 언저리는 된다고 점치고 있다.◇이수만 지분 16.78%로 축소…카카오 "내년 3월 CB 전환"
카카오가 인수하기로한 SM의 신주와 전환사채(CB)는 각각 1119억원과 1052억원, 총 2172억원 규모다. CB의 경우 표면이자와 만기이자가 모두 0%로 발행됐고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나 콜옵션(중도상환청구원)에 대한 조건은 공시되지 않았다.
특이한 부분은 전환권의 행사 가능기간이다. 납입일로부터 1년 뒤인 내년 3월 6일부터 8일까지 단 사흘 동안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청구기간이 보통 2~4년 정도 주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조건이다. 사실상 해당 날짜에 전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특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지분을 추가 매입할 계획은 없지만 CB의 경우 내년에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계획이 맞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계약이 전부 유증 방식이 아닌 CB발행을 포함해 이뤄진 이유를 두고는 “SM엔터테인먼트 측에 정관상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증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카카오가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내년 3월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율은 18.45%에서 16.78%로 축소된다. 카카오가 확보할 지분이 9.05%이니 다른 우호지분까지 계산에 넣으면 이수만 전 총괄의 지배력은 크게 위협받는다.
이 전 총괄 측은 이를 위법이라 주장하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 결의를 반대한 이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SM의 이사진은 공동대표이사인 이성수 대표와 탁영준 대표, 박준영 CCO(Chief Creative Officer), 지창훈 사외이사 등 4명이다. 이 대표와 탁 대표는 발행에 대해 찬성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한 인물은 이수만 전 총괄의 경복고-서울대 동문인 지창훈 이사일 가능성이 높다. 네 사람의 임기는 모두 내달 27일까지다.
◇3700억 순현금 보유, 자금조달 필요성 의문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분이 본격화한 셈인데 당장 문제되는 이슈는 이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지 여부다. 우리 상법 제418조 2항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주주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처음 기준을 세웠다고 할만한 판례는 2003년 있었던 현대엘리베이터와 KCC의 분쟁 사건이다. KCC의 적대적 인수 시도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일반공모증자 방식으로 신주 발행을 결정했고, KCC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법적 공방이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일반공모지만 실제로는 우호세력에 대한 배정과 다름없다는 이유였다.
당시 법원은 “경영을 위해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볼 사정이 없음에도 지배권 유지 또는 경영권 방어의 목적으로 신주발행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결과만 보면 SM에 좋을 게 없는 판례다.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SM은 3668억원의 순현금(금융기관예치금 포함)을 보유했으며 9개월간 1109억원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창출했다. 자금조달이 다급하다고 보긴 어렵다. SM이 그동안 자본 확충의 필요성을 특별히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도 불리한 정황으로 평가된다.
◇기각 가능성은? '합리적 경영판단' 여부 관건
SM에 변론의 여지는 없을까. 같은 판결에서 법원이 제시한 또다른 원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KCC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회사와 일반 주주에게 이익이 되거나 특별한 사회적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경영권 방어의 목적이 있다고 해도 합리적 경영판단이라는 라면 신주발행이 꼭 위법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SM의 경우 이수만 전 총괄이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긴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는 점, 현재 경영진의 결정으로 지배구조와 수익성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점, 카카오가 2021년부터 SM 지분 인수 또는 사업협력에 대해 계속 관심을 보여온 점, 카카오를 과연 SM의 우호세력으로 볼 수 있는지 분명치 않다는 점 등에서 이번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례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SM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장철혁 이사는 “추후 가처분 신청서를 수령하면 내용을 검토하겠으나 카카오 측과의 계약 체결은 다각적인 사업협력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것으로, 개별주주의 이해관계를 우선해서 고려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3년 전 한진칼과 KCGI의 다툼에서는 법원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도 불구 KCGI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물론 이 사건은 항공업이 기간산업이고, 신주발행의 제3자가 국책기관인 산업은행이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하지만 법원이 목적의 정당성을 '경영판단의 재량' 또는는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인정 문제와 결부시켜서 심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거래 자체를 산업은행이 먼저 제안했을뿐 아니라 산업은행을 꼭 한진칼의 우호세력으로 볼 수 없다는 측면 등 다른 여러 요인들이 같이 고려됐다.
지분율의 변화 수준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진칼 사건에서 법원은 신주발행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산업은행을 한진칼 경영진의 우호주주로 보고 지분율을 계산하더라도 과반수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들었다. SM에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는 케이스다. 신주발행과 CB 전환이 이뤄져도 카카오의 지분율은 10%에 못 미친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법원이 경영진 결정에 제동을 거는 데 소극적이긴 하지만 경영권 분쟁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신주발행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꽤 많다”면서도 “SM 정관을 자세히 봐야겠으나 라이크기획 등의 이슈가 있었다는 부분을 감안할 때 승패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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