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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KB금융, '주주환원 리딩뱅크' 대결은 신한에 판정승① 순이익 밀렸지만 주주환원율 '3%P' 웃돌아…자사주 소각도 압도

최필우 기자공개 2023-02-20 08:30:37

[편집자주]

국내 금융그룹이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주주환원 강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금융그룹도 PBR(주가순자산비율) 0.4배 수준의 저평가 원인을 부족한 주주환원에서 찾고 실적발표회(IR) 시즌 일제히 주주 요구에 화답했다. 다만 금융지주별 환원 수준과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더벨은 금융지주의 주주 프렌드십을 점검하고 사별 특징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09: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이 지난해 순이익 기준 리딩뱅크 타이틀을 신한금융에 빼았겼으나 주주환원 대결에서는 판정승을 거뒀다. 주주환원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여겨지는 총주주환원율에서 약 3%포인트 앞서며 국내 금융지주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2년 전 신한금융에 8%포인트 뒤지며 구겼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KB금융은 새 주주환원 트렌드로 자리 잡은 자사주 소각 분야에서도 초격차 우위를 점했다.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데 이어 규모와 시기 측면에서 신한금융에 한발짝 씩 앞서고 있다.

◇'배당·자사주 소각' 모두 앞서 자존심 회복…2년 전엔 '8%P' 차이 굴욕

KB금융이 최근 공개한 '2022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약 33%다. 총주주환원율은 순이익 중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인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KB금융 배당성향과 자사주 소각률은 각각 26%, 6.8%를 기록했다. 배당 규모와 자사주 소각 규모는 각각 1조1494억원, 3000억원이다.

신한금융도 KB금융 못지 않은 주주환원 규모를 자랑한다. 1조928억원, 3000억원을 각각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썼다. 다만 총주주환원율은 3%포인트 가량 뒤진 30%였다. 배당 성향이 23.5%로 2.5%포인트 낮은 게 결정적이었다. 신한금융이 KB금융과 같은 순이익을 올리고 현 주주환원책을 유지했다고 가정해도 배당 성향 24.8%로 열위다.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높은 총주주환원율을 기록한 건 2년 만이다. 2018년 24.8%, 2019년 29%를 기록해 같은 기간 23.9%, 26%에 그친 신한금융에 우위를 점했으나 2020년 20%로 고꾸라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해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라는 금융 당국 권고를 준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해 신한금융이 8%포인트 가까이 높은 27.9%의 총주주환원율을 기록해 KB금융은 주주들의 원성에 시달려야 했다.

양사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건 자사주 소각 시점 때문이었다. KB금융은 2019년 12월 10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신한금융은 2020년 3월 1500억원 규모로 소각했다. KB금융이 2019년 총주주환원율 격차를 벌렸지만 이듬해에는 좁힐 카드가 없었다. 여기에 신한금융이 당국 권고에도 불구 22.7%의 배당 성향을 확정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당국 권고가 단초였으나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에겐 뼈아픈 결과였다. 2020년 국내 금융지주 최고 순이익을 올리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은 시점에 나온 총주주환원율이었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1등 금융'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였으나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KB금융은 2022년 리딩뱅크 타이틀을 신한금융에 넘겨줬으나 주주환원 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양사의 2021년 총주주환원율은 26%로 동률이었다. 자사주 소각은 없었고 동일한 배당 성향을 결정하며 기싸움을 펼쳤다. 올해는 총주주환원율을 6.8%를 높인 KB금융이 4%포인트 높인 신한금융에 한발짝 앞섰다.


◇자사주 소각 '3000억' 결정, '1500억' 신한 기선제압

KB금융은 올해 총주주환원율에 영향을 미치는 첫 의사결정에서도 기선을 제압했다. 지난 7일 실적 발표에 앞서 이사회가 3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의결했다. 이는 하루 뒤 자사주 소각을 의결한 신한금융의 1500억원 보다 2배 많은 금액이다.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자사주를 소각한 것도 KB금융이다. KB금융은 2016년 2월 업계 최초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2019년 12월엔 최초로 소각 결정을 내렸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 부양 효과가 있고 배당과 달리 세금 부담이 없어 장기 투자자가 선호하는 주주환원책이다.

KB금융은 자사주 소각 결정에 매번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9년 12월 첫 소각 석달 뒤 신한금융이 500억원 많은 1500억원을 소각하며 맞불을 놨다. KB금융이 2022년 2월 1500억원 규모로 소각을 재개하자 한달 뒤 신한금융이 같은 규모로 맞받아 친다. 같은 해 하반기에도 KB금융이 7월 소각을 의결하자 신한금융이 10월 뒤를 따랐다.

올들어서는 규모에서 차이를 벌리려는 의도가 읽힌다. 다만 KB금융과 달리 신한금융은 분기별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가 관건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후속 대처에 따라 자사주 소각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매년 서로의 순이익을 의식하는 것처럼 주주환원에도 리딩뱅크 자존심이 걸려 있다"며 "지난해에는 KB금융이 조금 앞섰지만 올해 도입하는 새 환원책에 따라 얼마든지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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