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은 지금]이석준 회장의 미션…성장을 넘어 초일류로①5대 금융지주 유일한 협동조합 정체성…사회적 책임 경영 더한 질적 성장 추진
김형석 기자공개 2023-03-13 08:18:21
[편집자주]
농협금융지주는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협동조합을 모태로 한 금융그룹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10여년간 자산은 두 배, 순이익은 5배 성장했고 은행을 비롯한 10여개 비은행 포트폴리오까지 구축했다. 단순 성장 외에 각종 사회적 기여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최근 이석준 회장이 취임하며 제2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과제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2012년 3월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는 신경분리로 탄생했다. 농협중앙회의 경쟁력 강화 일환이었다. 이중 농협금융은 시중은행 업무를 포함하는 금융자회사들을 총괄하는 신용부문을 전담했다.농협금융은 출범 11년간 자산 규모와 수익성 성장에 성공했다. 농협금융의 성장으로 농협중앙회는 본연의 업무인 농업인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2016년엔 조선·해운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기도 했고 크고 작은 잡음에 시달리는게 불가피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금융의 총 자산은 524조9000억원이다. 이는 246조원이던 출범 당시보다 2.1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순이익은 5배 늘었고 비은행 자회사 포트폴리오도 완성했다.
농협금융은 이석준 회장(사진)이 취임하며 또 다른 성장을 타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초일류 금융그룹'이란 키워드를 제시한 바 있다. 농협금융은 단순 성장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질적 성장을 꿈꾸고 있다.
◇ 11년간 자산 2배 순이익 5배 성장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3월 농협중앙회의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로 출범했다. 농협중앙회는 신용사업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수익성 확대를 위해 1994년부터 정부에 신경분리를 골자로 한 사업구조개편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신경분리에 따른 자금 출자 부담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이후 농협중앙회는 자체의 자본조달계획을 수립해 2011년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농협은 지난 2012년 3월 '1 중앙회 2 지주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중앙회는 농업인의 교육·지도사업에 집중한다. 농축산물의 유통·판매 등은 경제사업지주와 은행과 보험 등 금융사업은 농협금융이 맡기로 했다.
농협금융은 출범 당시 7개 자회사로 시작했다. 자회사는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증권 △NH-CA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농협선물 등이다. 전통적 신용사업은 농협은행이 맡았다. 농업인 재해공제사업을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으로 분리해 설립했다.
당시 농협금융은 단계별 발전전략을 통해 10년 내 총 자산 420조원, 당기순이익 3조7000억원, 총자산순이익률(ROA) 0.9%, 자기자본순이익률(ROE) 11.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농협금융은 자산 규모에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524조9000억원에 달한다. 246억원이던 출범 당시보다 2.1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2조2309억원을 기록했다.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출범 당시(4500억원)과 비교하면 5배가량 성장했다. 총자산수익률(ROA)은 0.46%로 11년 전(0.18%)보다 2.5배 상승했다.
농협금융이 규모 확대에 성공한 데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종은 증권업이다. 농협금융은 출범 이듬해인 2013년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을 인수했다. NH투자증권은 향후 농협금융의 비은행 이익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NH투자증권 인수 전인 2012년 농협금융의 증권업 당기순이익은 51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증권업 당기순이익은 60배 증가한 3034억원에 달했다. 지분율 반영에 따른 금융지주 이익은 1583억원이었다. 주식·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2021년에는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이 9315억원에 달했다. 2021년 당시 금융지주 내에서 증권업의 이익 기여도는 18.3%에 달했다.
보험산업 경쟁력도 크게 확대됐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은 72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출범 초기 30조원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000억원대에서 331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밖에 2013년 NH저축은행(구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인수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농협리츠운용과 NH벤처투자를 설립하며 금융지주로서의 외형을 완성했다.
◇ 2016년 부실채권 확대 위기…체질개선 기회로
농협금융의 성장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6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농협금융은 STX그룹과 창명해운, 대우조선해양 등 위험업종의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가 7조원에 달했다. 부실채권에 들어간 대손충당금만 1조7000억원에 달했다.
대형 악재에 농협금융은 발빠르게 사고 수습에 나섰다. 김용환 회장의 주도로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누적된 회계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그 결과 2016년 상반기 201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선제적인 부실 대응은 농협금융 체질 개선 전반에도 적용됐다. 농협금융은 2016년 6월 '자본 확충 태스크포스(TF)팀'을 결성했다. 당시 TFT팀에는 은행, 지주,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4개사가 모였다. 사별로 자본 담당 2명, 리스크 담당 2명 등 총 16명이 매주 머리를 맞댔다.
당시 TFT팀은 스터디를 통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위주의 자산운용 전략을 강구해냈다. 이는 리스크 대비 수익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단순히 '몸집 불리기'식 자산확대 방식에서 벗어나 마진이 낮거나 위험가중치가 높은 대출을 축소해 경상적인 이자수익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2017년 1월을 기점으로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CEO성과 평가 지표도 기존 위험조정자본수익률(RAROC)에서 RoRWA로 바꿨다. 이후 농협금융의 RoRWA는 2017년 1.09%에서 지난해 말 2.12%로 성장했다.
건전성 지표도 빠르게 개선됐다. 빅배스 단행 전이었던 2015년 말 2.3%에 달하던 부실채권(NPL)비율은 2016년 1.4%, 2017년 1%로 하향곡선을 탔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금융의 NPL비율은 0.30%였다.
◇ 매년 1조원 이상 사회적 비용 투입…공공성 확보
최근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의 공공성 기여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M)과 예대금리차(NIS) 확대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데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태생적으로 공공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국내 유일의 협동조합 기반 금융지주사로서 조합원 지원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농업인 경영안정 지원 등 지난해 농협금융의 사회적 책임이행 실적은 1조2636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농업지원사업비로 4505억원을 지출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업인 조합원과 청년농, 귀농인에 대한 금융 지원, 축산농가 사료비 부담 경감 등 농업인 경영안정 지원에 쓰인다.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는 64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농협중앙회는 해당 배당금을 활용해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산물 가격 할인에 투입했다. 이밖에 취약계층 및 지역 소외계층 지원에는 1731억원을 투입했다.
자회사인 농협은행을 통해 공공사업 자금 지원액도 수조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공공공 및 기타자금대출액은 7조1933억원이다. 해당 대출은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 등 공공기관과 학교법인 등 비영리단체 대출이다. 이 대출은 은행이 지역의 공공기관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환원 사업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11년 전 조합원인 농업인의 지원 확대를 기반으로 설립됐다"며 "타 금융지주와 달리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농업인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수익성 확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공재 역할에 충실한 경영 철학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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