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프리뷰]지주사 전환 '첫 단추' 꿰는 OCI, 소액주주 반대 뚫을까22일 주총서 기업분할 표결...'지배력 강화 vs 기업가치 재평가' 주주 의견 갈려
정명섭 기자공개 2023-03-08 07:47:32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6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가 이달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첫발을 뗀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업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5월부터 화학사업 부문의 인적분할과 재상장 등의 절차가 시작된다. 지주사 전환 후에도 OCI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크게 오르지 않아, 이번 기업분할의 목적이 기업가치 재평가에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일부 소액주주는 사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기업분할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OCI는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상정하고 의결할 예정이다. 이는 OCI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지주사 전환 계획의 첫 단계다. 당시 OCI는 베이직케미칼, 석유화학 및 카본소재 등 화학부문 사업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 OCI를 설립하고, 존속법인인 OCI홀딩스가 공개 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로 신설법인 OCI를 자회사로 편입해 지주사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분할 비율은 OCI홀딩스 69%, OCI 31%다. 분할 안건이 주총에서 승인되면 오는 5월1일에 인적분할이 진행된다.
OCI가 기업분할에 나서는 이유는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 가려 저평가된 화학부문의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해서다. OCI의 사업부문은 크게 △베이직케미칼 △석유화학 및 카본소재 △에너지솔루션 △도시개발로 나뉜다. 매출 비중은 석유화학 및 카본소재가 39%로 가장 높지만, 태양광 폴리실리콘 부문이 포함된 베이직케미칼의 영업이익률이 44%(작년 4분기 기준)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에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 변화에 따라 OCI의 주가도 요동쳤다. 실제로 작년 8월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이 1kg당 45달러까지 오르자 OCI 주가는 13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OCI의 PER(주가수익비율)은 2.94배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여준다. PER이 2~3배 정도면 초저평가 기업으로 분류된다. 화학업종의 PER이 18배 수준인 점을 고려해도, OCI의 PER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 4조6713억원, 영업이익을 9806억원을 기록해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OCI 주가는 2021년 고점인 16만9000원 대비 40% 이상 낮은 9만원대에 머물렀다.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을 존속회사로 보내고, 신설법인이 화학사업 부문을 맡으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최근 기업분할에 대한 개인 주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너 일가가 기업분할 및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주주 가치가 침해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인적분할 및 지주사 체제 전환을 담은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상정했으나,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최종 부결됐다. 알짜 자회사로 손꼽히는 한무쇼핑을 계열분리하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목동점, 킨텍스점, 충청점, 김포·남양주 아울렛점 등을 보유한 회사다.
OCI도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면 이우현 OCI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지분이 22.23%에서 약 2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30만주(1.26%)까지 활용하면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OCI는 당초 자사주가 없었으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이후 KB증권과 신탁 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자사주를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OCI에 주총 전까지 자사주를 매각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OCI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에도 오너 일가의 지분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기업분할 목적이 ‘기업가치 재평가’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사주 지분도 1.26%에 불과해 소액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자사주 마법’을 부리기에 적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지주사 관계자는 “OCI의 경우 동국제강 등 지주사 전환을 시도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지배력 강화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일반 주주들은 기업분할의 목적이 대주주의 이권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데, 결국 회사에 대한 신뢰 문제”라고 말했다.
OCI의 인적분할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려면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이 동의해야 하고, 특별 결의이기 때문에 참석 주주 3분의 2의 동의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OCI의 지분 8.2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어떤 의견을 낼지도 관심사다.
앞서 국민연금은 현대백화점 기업분할 안건에 대해 “분할 목적 상 긍정적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분할 방법상 주주가치 희석 및 사업회사 수익성·재무구조 상 부정적 영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화솔루션의 갤러리아부문 분할 건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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