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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는 지금]대우로 시작해 현대차로…이제는 ‘홀로서기’①외국계 자본 지속 유치…경영 분리 후 독자경영 노선 강화

이기욱 기자공개 2023-04-10 08:11:24

[편집자주]

현대카드가 카드업계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으며 한때 위기설까지 대두됐지만 최근 애플페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카드업계에 변화의 파도를 몰고 오고 있다. ‘삼고현상’으로 대변되는 시장 위기 속에서 현대카드의 혁신 시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카드의 현 상황과 미래 과제 등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08: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금융사 중 하나다. 최대 주주도 현대차그룹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현대카드의 관계는 일반적인 대주주와 계열사간의 관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외국계 자본과의 합작 관계가 오랜 기간 유지돼 온 특성상 높은 경영 자율성이 보장됐다.

외국계 자본이 대거 빠져나간 이후에도 자율성은 유지되고 있다. 지분 변화에 따라 실질적 오너 역할을 해온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 체제 분리 등을 거친 현재 현대카드의 경영 독립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다이너스클럽 코리아 인수…‘카드업 진출’ 숙원사업 해결

현대카드의 전신은 대우그룹의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다. 대우그룹은 1993년 전자제품 신용판매회사인 ‘한국신용유통’을 통해 씨티은행이 운영하던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하며 신용카드업에 간접 진출했다. 이후 대우그룹은 1995년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를 설립해 한국신용유통의 카드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대우그룹의 카드업 진출은 실패로 끝났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이뤄진 대우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부실화로 이어졌고 결국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는 2000년 1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기업개선작업(Work-out) 약정서를 체결하게 됐다. 이듬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다이너스클럽 코리아의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퍼스트 씨알비’를 설립하고 CRV 지분 50% 매각을 추진했다.

인수 경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현대차그룹이었다. 당시 현대차에게 있어 카드업 진출은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현대차는 이전까지 신용카드업 진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지만 정부가 카드사 난립, 계열사부당지원 가능성 등 부작용을 고려해 신규 진입을 제한해왔다.

그러던 중 2000년 여신전문금융기관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제한적으로 기존 카드사 인수를 통한 시장 진출이 허용됐고 현대차는 다이너스클럽 코리아 인수에 나섰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현대생명 부실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0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납부하는 등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대차는 결국 2001년 8월 현대캐피탈을 통해 퍼스트 씨알비의 지분 50%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매입가는 약 1700억원이다. 같은 해 10월 다이너스클럽 코리아의 상호명을 곧장 현대카드로 바꾸고 11월 현대차그룹에 편입시켰다.

2001년 12월 1일에는 제25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의결된 채무재조정안에 따라 1조2000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을 실시했고 같은 달 28일 워크아웃 조기 졸업에 성공했다. 다이너스클럽코리아 시절의 자본금 1000억원을 모두 감자하고 채권단이 출자전환해 조성한 2540억원의 자본금으로 새롭게 우량 카드사로 태어났다.

1999년말과 2000년말 각각 -4840억원, -6343억원을 기록했던 자기자본은 2001년말 2505억원으로 늘어났다. 단순자기자본비율도 42.88%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 카드업계 호황에 힘입어 실적도 2000년 1503억원 순손실에서 이듬해 6345억원 순익으로 바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룹 전폭적 지원으로 카드사태 극복…대형사 위기 틈타 점유율 확대

구조조정 투자회사 ‘퍼스트 씨알비’의 자회사로 남아 있던 지분구조는 2002년 카드사태를 계기로 변화하게 된다. 카드사태의 여파로 2001년말 48.4%였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이듬해말 7.28%로 급감했으며 연체율도 7.68%에서 19.66%로 급격하게 악화됐다.

이에 현대차는 현대카드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 나서게 된다. 2003년 3월 현대캐피탈과 함께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데 이어 6월에는 기아자동차(현 기아)와 INI스틸(현 현대제철) 등과 함께 31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가로 단행했다.

같은 달 현대카드는 구조조정이라는 설립목적을 달성한 대주주 퍼스트 씨알비와 합병을 진행했다. 합병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는 모두 소각했다. 유상증자, 합병 등을 거쳐 지분구조는 현대자동차(56.9%), 기아자동차(20.7%), 캠코(12.6%), INI스틸(9.8%)로 변화됐다.

현대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현대카드에게 카드사태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됐다. LG카드와 삼성카드, KB카드 등 업계 대형사들이 긴축 경영에 들어가는 동안 현대카드는 빠르게 재무구조를 개선한 후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2003년 8월에는 당시 정태영 현대카드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정태영 시대’의 막을 올리기도 했다.

2002년말 7.28%까지 하락했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이듬해말 11.53%로 빠르게 개선됐으며 2004년말에는 12.23%로 더욱 높아졌다. 2003년말 8.05%였던 연체율도 2004년말 4.97%로 개선됐다. 같은 시기 LG카드(12%), 삼성카드(8.51%)보다 절반 가량 낮은 수치다.

2003년 627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실적도 이듬해 2184억원로 손실 규모가 줄어들었으며 2003년말 8.8%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도 1년 만에 12.5%로 확대됐다.

◇GE캐피탈·어피너티 등 외국계 자본 지속 참여…정태영 부회장 체제 유지

현대카드는 2005년 또 한 번 중요한 변화를 겪었다. 외국계 자본 GE캐피탈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글로벌 합작사로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 당시 미국의 General Electronic(GE)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금융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현대차 역시 금융계열사 리스크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 외자 유치가 이뤄졌다.

현대차는 2005년 감자와 유상증자 등을 거친 후 현대카드의 지분 43%를 GE캐피탈에 매각했다. GE캐피탈은 구주매입과 후순위채 매입, 유상증자 참여 등에 약 680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 매각 후에도 현대카드의 최대주주 자리는 현대차그룹(51.14%)으로 유지됐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004년에도 현대캐피탈의 지분 38%를 GE캐피탈에 매각한 바 있다.

외자 유치 후 현대카드의 경영 지표는 더욱 개선됐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이 2004년말 12.23%에서 2005년말 14.68%로 2.45%포인트 상승했고 연체율도 4.97%에서 3.33%로 1.64%포인트 낮아졌다. 시장점유율 역시 12.5%에서 15.1%로 2.6%포인트 개선됐고 당기순이익은 638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차-GE’ 합작 체제는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됐다. 2009년 캠코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5.44%를 현대커머셜이 인수한 것 외에는 큰 지분 변동이 없었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아래 현대카드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 외국계 자본과의 합작 관계로 인해 현대차로부터 높은 경영 자율성을 보장받았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카드를 비롯한 금융 3사(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를 이끌었다.

2005년말 2조8968억원이었던 현대카드의 총 자산은 2015년말 13조3514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연간 취급 실적도 22조6095억원에서 76조2294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순익 규모도 638억원에서 1868억원으로 약 3배 늘어났다.

현대차와 GE의 합작관계는 12년째가 되던 2016년 종료됐다. GE가 고부가가치 사업 집중 차원에서 2014년부터 금융업 철수를 진행해왔고 2016년 현대카드의 지분 43%에 대한 매각이 결정됐다. 인수 대상자는 현대커머셜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Affinity Equity Partners) 컨소시엄이다.

2017년 2월 최종적으로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의 지분 19%를 매입했으며 어피너티가 9.99%, 싱가포르투자청이 9%, 칼라일그룹의 알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5%를 매입했다. 외국 자본의 지분이 24% 수준으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정태영 부회장 경영 체제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분이 24.5%로 높아진 현대커머셜의 경우 정태영·정명이 부부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다.

FI로 투자에 참여했던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약 5년만에 엑시트에 성공했다. 애초에 계획됐던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에는 실패했지만 대만 푸본그룹이 백기사로 나서며 상황이 해결됐다. 지난해 2월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현대커머셜에 지분 4%를 매각했으며 푸본그룹 측에 19.98%를 넘겼다. 또한 7월에는 현대커머셜이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1%를 추가로 공개매수했으며 10월에는 기아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5%를 매입했다.

2021년말 24.54%였던 현대커머셜의 지분은 현재 34.62%까지 높아졌다. 현대차(36.96%)에 이은 2대 주주다. 현대커머셜은 정태영·정명이 부부의 지분이 37.5%로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영 독립성은 과거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지분 변화와는 별개로 경영체제도 현대카드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9월 현대캐피탈을 현대차그룹 직할 경영 체제로 편입하는 경영 분리를 단행했다. 그동안 현대카드·현대커머셜과 연계돼있던 임원 인사 등도 모두 분리했다. 정태영 부회장도 현대캐피탈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경영에서 손을 뗐고 현재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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