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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자율주행]"회장님은 다 계획이 있구나" 일찍 키운 자회사의 힘⑤'잘 키운' 포티투닷·모셔널, 기술력·해외진출 '든든한' 재료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06 07:40:37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3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P,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지니어 출신의 NHN, 네이버 이사' 언뜻 유명 개발자의 프로필 같지만 이 약력은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가 파격 영입한 인물의 전적이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는 일찌감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낙점한 인재다. 현대차그룹 합류는 2021년 했지만 첫 만남(?)은 2017년 이뤄졌다. 2017 서울모터쇼에서였는데, 당시 정 회장은 베트남 일정을 마무리하고 빠듯한 일정에도 모터쇼를 찾았다. 네이버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모터쇼에 데뷔했다. 이때 네이버의 부스를 이끈 게 송 대표였다. 네이버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였다.

제대로 된 첫 만남은 2019년이다. 정 회장이 송 대표가 설립한 코드42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면서다. 2021년에는 회사를 완전히 사들이기에 이른다. 포티투닷으로 이름을 바꾼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자회사 이야기다.

◇정의선 선견지명이 키운 자회사 포티투닷

정 회장이 자율주행과 근간인 소프트웨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경에는 '포티투닷'이라는 든든한 자신감이 있다. 정 회장의 포티투닷 키우기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출발은 2019년 단행된 연구개발(R&D) 개편이었는데 이때 지휘봉을 알버트 비어만 당시 연구개발본부장이 맡았다.

푸른눈의 임원 임명도 파격행보였는데, 비어만 사장은 기존 병렬 형태의(PM·설계·전자·차량성능·파워트레인·상용연구·디자인) 연구개발본부를 삼각편대로 완전히 바꿨다. 제품통합개발과 PM, 시스템으로 바꾸고 제품통합개발이 미래차 기술에 올인하는 한편 다른 두 조직도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연구에 집중하도록 했다.
정의선 당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9년 4월 송창현 당시 코드42 대표를 만나 악수하는 장면. 이 투자를 계기로 송창현 대표는 현대차그룹에 영입돼 자회사 포티투닷을 이끌고 있다.
이때 등장한 개념이 Taas다. TaaS는 '서비스로서의 교통(Transportation as a Service)'을 뜻하는데 현대차그룹이 더 이상 차 기업이 아닌 운송서비스 그룹이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정 회장은 TaaS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송창현 대표가 설립했던 '코드42'에 투자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업 약속을 받아냈다. 이 코드42가 현재의 42dot(포티투닷)이다.

2021년 정 회장은 TaaS 본부를 신설하며 송 대표를 본부장(사장)으로 영입했다. 순혈 대신 실력을 보겠다는 정의선식 기조가 드러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겸직 불가 원칙도 송 대표에게는 부과하지 않으면서 포티투닷도 그대로 이끌었다.

2022년에는 현대차가 2750억원, 기아가 1530억원을 투자해 포티투닷의 지분 93%를 사들여 자회사로 삼았다. 송 대표가 대표를 맡아 TaaS에 소속된 인력 대부분을 흡수했다.

◇'잘 키운' 포티투닷, 정의선의 자신감 됐다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 전부터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키운 기업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대대적인 투자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마중물이 됐다.

현대차가 첫 만남부터 2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고 같은해 10월 기아가 150억원을 투입했다. 겨우 출범 한달 차에 투자를 약속해 실제로 이행한 셈이다. 2020년 10월까지만 현대차그룹이 470억원을 투자했다.

정 회장이 포티투닷을 일찌감치 낙점한 이유는 뭘까. 포티투닷의 창립 멤버만 봐도 설득력이 있었다. 송창현 대표를 비롯해 네이버와 카카오 출신의 핵심 기술 인력들이 대거 창립 멤버로 합류하기로 돼 있었다. 해외에서 미래 모빌리티 회사들을 찾아다녔던 정 회장으로서는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첫 개발작은 모빌리티통합 플랫폼 '유모스(UMOS)'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자동 배당 로봇 등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활용해 차량 호출과 공유, 로보택시, 음식 배달 등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였다.

현재는 자율주행차가 실제 운송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 기술개발은 완료한 상태다. 2021년 서울 상암 시범지구에서 서울시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태우고 달렸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도로에 움직이는 사물의 종류와 위치를 파악하는 한편 보행자를 인식해 피할 수 있다.

◇레벨4로 글로벌 진출한다…'북미 통로' 개척하는 모셔널

정 회장은 해외에서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레벨4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을 통해서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미국의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가 합작한 회사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초기 출자금으로 약 16억 달러를 투입했고 연구개발 비용 등에 4억 달러를 추가로 냈다.

모셔널의 로보택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다.

모셔널을 활용해 미국에서 우버 등의 차량공유기업과 맞손을 잡는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올해 대면 신년회를 열고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레벨3)이 가능한 차량을 출시하고, 북미에서는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상용화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글로벌 진출은 모셔널이 도맡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로보택시 상용화가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상용화를 앞둔 레벨3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4는 제어 주체와 주행 책임을 전적으로 시스템이 진다.

글로벌 경쟁력은 5위까지 뛰었다. 리더그룹으로 꼽히는 16개사에 포함됐고, 그 중에서도 인텔 모빌아이, 구글 웨이모, 중국 바이두,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에 이은 순위다. 모셔널의 뒤에 미국 엔비디아와 오로라, 중국의 위라이드, 아마존의 죽스, 미국의 가틱이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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