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논란으로 본 금융 지배구조]사외이사 ‘상호선임·셀프연임’ 지배구조 개편 걸림돌⑩임기보장 통로된 이사회 '사추위'…사외이사 전원 참여하거나 호선 따라 배치
고설봉 기자공개 2023-04-18 07:09:14
[편집자주]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제도 안에서 정도경영하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는 물론 이사회에도 칼날을 겨눠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태동 이후 가장 큰 지배구조 격변 앞에 서 있다. 더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살피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2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들이 금융지주사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권한 등에 비해 견제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비판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한번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관련 법률과 규정으로 제한한 기한까지 연임을 거듭해 임기를 수행하는 것이 관례처럼 이어져왔기 때문이다.사외이사들이 임기를 끝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셀프선임 및 상 선임 구조 덕분이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스스로 연임하거나 사외이사간 상호선임 하는 일종의 암묵적 합의가 이어져 오고 있다.
◇주총 시즌 '지배구조 개선 요구' 칼날 피해간 사외이사
지난달 4대 금융지주 주주총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이번 주총 시즌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회장(CEO)과 은행장(CEO) 등 임기 만료를 맞은 임원들은 모두 교체됐다.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신한은행장,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새로 선출됐고 우리은행장은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장을 교체하며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부응했다. KB금융그룹은 올 하반기 예정된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를 맞아 새로운 지배구조 구축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외 4대 금융지주사는 비은행 자회사 대표이사(CEO)를 대거 교체하며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화답했다.
이런 가운데 유독 사외이사들에 대한 교체는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국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지속됐지만 사외이사들은 요지부동한 모습이다. 사외이사는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동시에 막강한 의결권 등을 통해 금융지수사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사외이사 교체에 대한 금융지주사 안팎의 요구는 컸다.
사외이사들에 대한 개선 요구는 이사회 내부에서부터 막혔다. 올해 주총에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28명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는 7명에 불과했다. 4대 금융지주 전체 사외이사 30명 중 신규 사외이사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과거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부실 등 관련해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대거 유임되면서 사실상 이사회에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가장 먼저 주총을 개최한 신한금융은 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등 8명의 사외이사를 모두 유임했다. 퇴임한 사외이사 3명 자리에는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았다. 전체 사외이사 수는 기존 12명에서 9명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24일 주총을 연 KB·하나·우리금융 또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대부분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이사회 구성을 완료했다. KB금융은 김성용·여정성·조화준 등 신규 사외이사 3명을 선임했다. KB금융지주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은 무산됐다.
하나금융은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8명 중 6명을 재선임하고 2명을 신규 선임했다. 원숙연·이준서 신임 사외이사가 선임됐고 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 사외이사는 중임됐다. 우리금융도 사외이사 7명 가운데 4명을 재선임하고 2명을 신규선임했다. 정찬형 사외이사를 연임하고 윤수영·지성배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사외이사 방패막 '셀프연임·상호선임' 문제 어떻게 풀까
4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교체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 기인한다. 우선 이사회 내 균형과 안정성을 위해 사외이사 임기를 법률로 보호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은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6년까지 보장한다. 사외이사 임기를 보장해 이사회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또 다른 이유는 사외이사 교체는 당국이나 금융지주사 경영진들이 직접 단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국에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개선 요구를 펼쳐왔지만 사외이사 선출 제도의 한계가 분명하다. 사외이사들의 견제와 감시, 도움을 받고 있는 경영진들의 경우 애초에 사외이사 교체 등을 요구할수 있는 수단이 없다.
사외이사들은 주로 과점주주들이 추천하거나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추천으로 선임된다. 과점주주가 직접 나서거나 사추위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이상 사외이사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사외이사 선출 방식이다. 금융지주사들은 각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사추위를 운영한다. 사취위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주총에 선임 안건을 올릴 수 있다. 과점주주들의 특별한 추천 및 요구가 없는 이상 사추위에서 기존 사외이사들의 연임을 결정하거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선출한다.
사외이사 선임의 관문인 사추위는 100%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통상 사추위는 사외이사간 호선에 따라 돌아가면서 위원장을 맡는다. 사추위에 활동하다가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 사추위에서 잠시 제외된 뒤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받아 연임에 성공하는 식으로 임기를 이어간다. 또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가 그대로 사추위에 참여해 스스로 연임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이 연임을 거듭해 법률로 정한 기한을 꽉 채워 사외이사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은 이사회다. 사외이사들이 사추위를 통해 셀프연임하거나 사외이사 상호간 선임하며 임기를 보장해 주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 장치는 마땅치 않다.
당국과 금융권 등에선 사외이사 평가와 연임 등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별도 장치를 마련하거나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지배구조법을 개선하지 않는한 법률로 보장된 이사회 활동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 현재로선 한계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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