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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을 움직이는 사람들]이창실 CFO, '만능맨'에서 '재무통'이 되기까지②관리·재무·해외 등 다방면 경험...LG엔솔 적기 IPO 최대 성과

정명섭 기자공개 2023-04-20 07:19:53

[편집자주]

LG에너지솔루션은 명실상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선두 주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아무도 배터리에 주목하지 않던 2000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연 수천억원대의 적자에도 끈질기게 기술 개발과 사업을 이어온 LG그룹의 집념이자 구본무 선대회장의 의지다. 2022년 1월 코스피에 상장해 단숨에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거듭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 확산과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정책, 업계 경쟁 확대 속에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맞이했다. 더벨은 LG에너지솔루션의 도약을 이끌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배터리 산업이 고도 성장기에 진입하면서 K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맞이했다. 그러나 재무부담은 커졌다. 선수주, 후투자라는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수주에 따라 설비투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탓이다.

제품 출하 규모가 커지면서 운전자금 부담도 늘었다.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같은 다른 장치산업 대비 아직 수익성도 낮은 편이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북미 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는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 겸 최고전략책임자(CSO) 앞에 놓인 과제이기도 하다. 회사 실적과 재무 완충력을 챙기면서도 각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투자도 관리해야 한다. 이 CFO는 LG전자 입사 이후 생산과 재무, 해외업무, IR, 인수합병(M&A) 업무를 두루 경험해 사내에서 ‘만능맨’으로 불렸다.

기업분할, 기업공개(IPO), 대규모 투자 관리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재무통'으로 거듭난 그는 올해 대내외 리스크를 딛고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생산관리·재무·해외 등 두루 경험...인도 성공신화 일조

1964년생인 이 CFO는 경희대 산업공학과, 핀란드 알토대(전 헬싱키경제대) 대학원(MBA)을 나왔다. 그는 권영수 부회장처럼 LG전자 출신이다. 입사 시기는 권 부회장보다 9년 늦은 1988년이다. 지금은 LG에너지솔루션의 곳간을 챙기고 있지만, 첫 커리어는 생산관리였다. 전자레인지팀을 시작으로 조리기기 생산관리팀, 조리기기 기획팀을 거쳤다.

그는 디테일을 중시하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이 강점이다. 동료 직원들로부터 제조 부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나 경영학적 지식이 높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관리 부문에 있어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질을 다수 갖췄던 셈이다.

이후 LG전자 창원 회계팀, 북영국법인 경영관리 담당, 에어컨 경영관리그룹 등을 거치면서 재무회계, 경영기획, 해외업무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경영관리 전반에 대한 능력도 키웠다. 이는 그가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IR, 인수합병(M&A), 사업관리 등으로 발을 넓힐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회사도 이 CFO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주요 보직에 그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 상무로 승진한 그를 LG전자 인도법인 경영관리담당으로 발령 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LG전자는 1997년에 인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인도법인은 내수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에도 제품을 수출하는 첨병 역할을 담당했다.

2010년은 LG전자가 인도 시장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그레이터 노이다 1공장, 푸네 2공장 외에 3공장 설립을 공식화하고, 개인 소비자와 대기업 고객 외에도 중소·중견기업으로 고객을 다변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이 CFO는 당시 인도법인장이었던 신문범 전 사장을 도와 원자재·부품 조달, 제품 개발, 생산, 유통·마케팅, 자본 조달 등 전 분야에서 경영 현지화를 이어나갔다. 당시 인도법인의 경우 본사는 수익률 목표만 제시하고, 그 외 생산과 제품개발, 판매, 마케팅, 인사노무 등 모든 사안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현지화 전략에 집중한 덕에 인도법인 매출은 2005년 19억 달러(약 2조4900억원)에서 2010년 36억 달러(약 4조7000억원)까지 올랐다. LG전자보다 인도 시장에 2년 더 빨리 뛰어든 삼성전자 인도법인에 맞먹는 실적이었다. 당시의 현지화 노력은 인도 시장에서 성공 신화로 회자되고 있다.

◇LG엔솔 초대 CFO로 실적개선·적기 자금조달 성과

이 CFO는 2014년에는 LG전자 IR·M&A담당으로 발령받으면서 대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는 순환근무 차원의 인사발령이라고 설명했지만, 생산부터 재무, 해외경험까지 갖춘 이 CFO를 보내면서 LG전자가 M&A 보폭을 넓히는 데 힘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큰 M&A건은 없었으나, 이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보직까지 거치면서 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그가 ‘만능맨’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 CFO가 LG전자를 떠나 LG화학에 합류한 시기는 2019년이다. 당시 전지·경영관리 총괄로 부임했다. 당시 LG화학 전지사업본부는 2020년 물적분할과 2022년 IPO를 앞두고 그룹 전사적으로 인력을 끌어모을 때였다. 안살림을 책임질 재경 인재도 필요했다. 관리와 기획, 재무, 해외, IR 등 여러 방면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이 CFO가 물망에 올랐다. 그는 LG그룹이 경영자형 CFO를 선호하는 인사 기조에도 맞아떨어졌다.

그는 이듬해 전무로 승진하면서 LG화학의 전지사업과 관련해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실제로 2020년 말에 전지사업부문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면서 초대 CFO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앞에는 설비 증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자금 조달, 인력 확보 등 여러 과제가 쌓여있었다. 이 CFO가 여러 분야에서 쌓은 경력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21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경영 악재로 연매출 목표치인 18조9000억원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전년 대비 매출을 42% 올리는 데 성공했다.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리콜 사태로 약 3700억원을 지출했음에도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세웠다.

2022년 초에는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에 성공해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공을 세웠다. 이후 금리 인상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해 주요 기업들이 IPO를 무산한 점을 고려하면 분사부터 IPO까지 매 시기가 골든타임이었다. 덕분에 GM과의 3공장 설립,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출자, 오창2공장 증설, 혼다와 합작법인 설립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그해 매출은 25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1조2137억원을 기록하면서 재무 성과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공로에 힘입어 이 CFO는 전무 승진 3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CSO도 겸직하면서 재무수장으로서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게 됐다.

올해도 이 CFO는 성장과 재무건전성 관리라는 중책을 안고 있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글로벌 경기 침체, 북미 투자 확대, 배터리 업계 경쟁 격화 등 기회와 위기 요인이 혼재된 상황이다.

이 CFO는 공식석상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투자 집행, 품질 경쟁력 확보, 인재·설비·재료·작업방식(4M) 개선에 집중해 어려운 시기만 극복하면 글로벌 시장 지위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IPO 등 큰 산을 넘어오면서 이 CFO는 만능맨이 아닌 재무통으로 불린다. 아직도 직원들이 놀랄 정도로 숫자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굉장히 꼼꼼하고 수치를 잘 기억할뿐더러 틀린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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