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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번 만큼 쓴다…김종성 삼성SDI 부사장의 초점은 '절제'현금흐름표에서 본 보수적 재무전략, 캐시 인풋·아웃풋 '균형' 중시

박기수 기자공개 2023-04-26 09:55:1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14: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의 캐시플로 전략은 '균형과 절제'라는 키워드를 관통한다. 동종업계 경쟁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릴 때 삼성SDI는 현재의 현금흐름을 우선시한다.

비교적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두고 업계의 평가는 갈린다. 비판의 목소리는 '이러다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식의 우려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삼성SDI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인 김종성 부사장의 미션은 '절제'다.

배터리 투자 경쟁이 본격적으로 심화한 2020년대 이후 삼성SDI와 LG·SK의 자본적지출(CAPEX) 추이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단적으로 작년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연결 기준 CAPEX로 각각 6조2982억원, 4조8977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반면 삼성SDI는 2조8135억원의 지출만 있었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보다 CAPEX를 50% 더 쓴다. 수치로 보면 약 9조4000억원 규모다. SK온은 7조원의 CAPEX를 예고했다. 삼성SDI는 공개적으로 올해 CAPEX 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서 약 3조5000억원의 지출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할 뿐이다. CAPEX 계획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부터 삼성SDI의 현금흐름 전략이 꽤 보수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연초 내부에서 결정한 CAPEX 규모 자체가 유동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시 말해 LG와 SK는 납기내 발주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CAPEX 규모를 선제적으로 지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면 삼성SDI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의 균형을 우선시한다는 추론도 내릴 수 있다. 한해 유입되는 현금흐름을 고려해 이에 맞춰 유출될 현금흐름 규모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CFO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사내 재무전략과 무관하게 배터리 사업에서의 덩치를 유지하려면 투자를 통한 영토 확보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현금흐름 상 밸런스 유지를 위해서라면 나가는 돈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성 CFO가 부임한 2021년 무렵부터 이런 흐름이 지속됐다. 2021년과 작년 삼성SDI의 잉여현금흐름(FCF)은 -1503억원, -2419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작년 FCF로 -6조8780억원, SK온이 -6조993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SDI는 외부 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낮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하게 뜯어보면 2021년 삼성SDI의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조2006억원, CAPEX는 2조2570억원으로 CAPEX가 OCF보다 2.6%밖에 많지 않았다. 운전자본투자 분을 반영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조1760억원으로 CAPEX와의 차이는 810억원에 불과헀다. 작년에는 심지어 OCF(3조99억원)가 CAPEX(2조8135억원)보다 많았다.

'번 만큼 쓴다'는 삼성SDI의 전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물론 작년 5월 미국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하는 등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현금흐름의 균형'이라는 틀 안에서 결정된 투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재무 전략의 장점은 건실한 재무구조에서 드러난다. 삼성SDI의 작년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75.7%에 불과하다. 이자보상배율도 20배로 현재 시점 배터리 3사의 재무구조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업계 우려인 '점유율 퇴보'는 현실화하고 있을까.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시장을 제외한 삼성SDI의 작년 글로벌 점유율 순위는 2021년과 동일한 5위다. 2021년 9.4%에서 작년 11%로 상승했다.

수치로만 보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행보가 무섭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CATL의 점유율은 2021년 14%에서 2022년 22.3%로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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