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2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인수 거래에서 남은 최대 변수로는 한국 정부기관의 승인 절차가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외국인투자에 대한 안보심의(이하 안보심의)' 기준과 절차를 강화했다.

SK쉴더스 거래는 사실상 1호 심사 대상으로 산자부에서 세밀하게 들여볼 예정이다. 향후 거래종결(딜클로징)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SK그룹과 공동경영하는 만큼 무리 없이 심사가 통과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지분 매입은 산자부의 안보심의 대상에 포함됐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산자부는 SK쉴더스 거래 당사자 측에 심의가 최대 120일간 진행될 수 있다고 알렸다.

그간 산자부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M&A가 있으면 심사를 진행했다. 안보심의는 이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절차다. 산자부는 작년 8월 M&A형 외국인투자에 대한 안보심사 기능이 통합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산자부 안보심의는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와 유사하다.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재임시 만들어졌다. 미국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관계부처 합동 위원회다. 미 재무부, 국무부, 국방부, 국토안보부 등 다양한 부처과 기관의 수장이 참여한다.

미국은 CFIUS를 통해 설립 초기에는 당시 세계 경제 2위로 부상한 일본을 주로 견제했다. 그러다 미중 갈등을 겪은 뒤로 주로 중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2020년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의 미국 내 사업체 자산 매각을 명령한 사례가 유명하다.

산자부의 안보심의는 외투 신고가 접수된 뒤 주무부장관이나 정보수사기관장의 검토 요청에 따라 진행된다. 총 20인 이내의 관계행정기관 위원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주무부장관과 외국인투자위원회를 지원한다. 전문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금융위, 국방부뿐 아니라 국가정보원도 참여한다.


SK쉴더스는 옛 ADT캡스로 보안업체다. 주거시설, 상업시설, 업무시설(오피스) 등 다양한 곳에 물리보안을 제공한다. 산업시설도 사업 대상이다. 현장 시설과 장비의 신호와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EQT파트너스는 세계적인 재벌인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인수자가 해외 투자사인 데다 사업 특성상 CCTV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민감 정보 획득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안보심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이 사실상 첫 안보심의다. 작년 8월 이후 중소·중견기업 M&A에서 진행될 뻔했다. 해당 기업의 사업 중 냉장고에 들어가는 모터 제조와 관련된 내용이 부각됐지만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해 안보심의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산자부가 언뜻 보기에 작아 보이는 사안까지도 세밀히 지켜보면서 안보심의 절차 정착에 대한 강한 의지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이에 SK쉴더스 거래 당사자 측은 산자부가 최대 기간인 120일을 모두 활용해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안보심의가 최대 변수로 부상했지만 큰 탈 없이 통과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EQT파트너스는 구주와 신주를 섞어 인수해 SK쉴더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다만 EQT파트너스가 경영에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SK그룹과 공동경영을 한다. 또 EQT파트너스에 지분을 넘기는 2대주주는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으로 외국계다. 이런 점이 안보심의 과정에서 고려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