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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숙 수협은행장의 기록 thebell desk

최명용 금융부장공개 2023-05-12 07:10:08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1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다리' 한번 해보세요." 강신숙 수협은행장을 만나면 유쾌하다. 자연스러운 미소를 보면 보는 이의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강 행장의 미소는 30년 역사를 가졌다. 1994년 석촌동 지점에 근무하며 자진해서 고객 서비스(CS)교육을 받았다. 항공사를 찾아가 미소짓는 방법부터 배웠다. 인사하는 법, 명함 건네는 법까지 교육을 받았다. 당시 은행은 이런 식의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다.

강 행장은 고객 응대법을 수협에 전파했다. 이 때 만든게 '도다리' 미소법이다. 항공사에선 '위스키'라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으라는 교육을 받았다. 이걸 한국식으로, 수협에 걸맞게 '도다리'로 바꿨다.

나이가 지긋한 조합장들에게 '도다리' 미소법을 가르쳤다. 미소짓는 게 어색한 조합장들을 강단에 세워 도다리를 외치게 했다. 100%를 수행하지 못하는 조합장에겐 '도다리가 30% 할인됐다'며 자리로 돌려 보냈다. 사실 미소가 중요한게 아니라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갖도록 가르치는 게 CS교육의 기본이다.

강 행장은 1979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했다. 40여년간 미소를 지으며 고객들을 응대한 기록이 수협 역사상 첫번째, 한국 금융사에선 세번째 여성 은행장으로 기록됐다.

한국 금융사에서 첫번째 여성 은행장은 권선주 기업은행장이다. 씨티은행 유명순 행장이 두번째다. 국책은행이고, 미국계 은행이다. 시중은행으로 따지면 강 행장이 최초의 기록이다. 조직 문화가 더 보수적일 것 같은 '수협'에서 여성 은행장이 먼저 나온 건 강 행장이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반증이다.

강 행장은 치열하게 살았다. 고객들을 응대하며 술자리 시간을 갖다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2001년 폐점 직전의 오금동 지점에 지점장으로 부임해 전국 영업점 평가 1위 지점으로 바꾼 것은 잘 알려진 에피소드다. 당시 강 행장은 직원들에게 고객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까지 파악하도록 했다.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 지 일일이 파악해 고객관리 노트를 적도록 했다. 오금동 지점은 1년여만에 총 여신이 62억에서 220억원으로, 총 수신은 165억원에서 314억원으로 커졌다. 이같은 치열함 삶 덕에 최초의 여성부장, 여성본부장, 여성등기임원이란 기록도 썼다.

강 행장은 취임식에서 '수협은행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부처럼 수협은행은 올해 일대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공적자금 조기 상환 이후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증권사, 캐피탈사 등의 인수를 예고했다. 2030년까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수협은행의 자산 규모는 52조원 수준이다. 조합 형태의 금융기관 중 새마을금고는 280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400조원 내외의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체급 차이가 크다.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JB금융지주가 60조원 수준이다.

수협은행은 자산도 키워야 하고 순이익도 올려야 한다.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야 하고 그 와중에 중앙회를 통해 어민들을 지원해야 한다.

강 행장은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하고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틀을 만드는 일이다.

강 행장이 맞닥뜨릴 M&A 시장은 '영업'과는 다른 세계다. 고객 관리 노트로 대응이 힘들다. 냉혹하고 차갑다. 순간의 판단과 협상과정의 문구 하나하나가 거액의 손익으로 이어진다.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선 금융당국과 지루한 협상을 해야 하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야 한다.

강 행장은 영업전문가로 치열하게 살았다. 은행장의 방정식은 또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해법 찾기에 성공하면 강 행장에 대한 기록은 '여성' 은행장에서 수협은행을 도약시킨 '금융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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