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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밸류의 공짜 단맛 [thebell note]

고진영 기자공개 2023-05-16 07:14:43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5일 07: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체당(Sugar Substitutes)의 존재는 좀 믿기 힘든 부분이 있다. 감미로운 것엔 원래 대가가 있는데 그런게 안 달린 공짜 단맛이다. 뭐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다곤 해도 설탕에 비하면 너무 소소하지 않나. 그래서 가끔 '노 슈가'라 적힌 글자를 유심히 보면서 의심쩍게 생각한다. 칼로리 없는 달콤함을 믿어도 되나 하는.

CFD(차액결제거래)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9개 종목 시가총액이 총 9조원, 60% 넘게 증발했다. 금융당국은 CFD 계좌 수천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후폭풍을 직격으로 맞고 있는 곳은 증권업계지만 주가조작 대상이 된 회사들 역시 이미지에 금이 갔다.

기업은 무과실의 피해자일까. 주가 관리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중요한 업무로 꼽힌다. 그러나 대부분 상승보다는 하락을 걱정한다. 주가가 갑자기 올랐다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좋은 일이 괜히 찾아오진 않는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투자업계에선 수상하다는 말이 나왔고 선광과 삼천리, 대성홀딩스, 세방 등 종목을 정확히 찍어서 '작전세력 기획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 유튜버도 있었다. 징조가 충분했는데도 매도물량이 쏟아질 때까지 알아채지 못한 것은 이상하다. 정말 몰랐다면 기업과 당국 모두 안일했다.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전부 리스크로 봐야 한다. 꼭 주가 조작처럼 특수한 경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펀더멘탈과 분리돼 주가가 치솟을수록 경계를 분주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프가 제자리를 찾았을 때 손해는 어쩔 수 없이 투자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오기업 안트로젠은 2018년 이성구 대표가 직접 기업설명회를 열고 "주가 상승속도가 지나치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바이오 버블'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열풍이 불면서 주당 20만원대를 찍었던 때다. 경솔히 개입해 주가 급락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길게 보면 어차피 내려올 주가였다. 현재 안트로젠 주가는 2만원 안팎에서 등락 중이다.

역사적으로 주가가 무더기로 오버밸류된 때는 대공황 직전, 그리고 닷컴버블이 붕괴하기 직전이 있다. 1999년 닷컴버블 당시 기업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패러다임이 바뀐 새로운 시장에선 경제가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고 버블은 꺼졌다. 2000년부터 2020년 즈음까지 미국 경제 성장률은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의 성장률보다 오히려 낮았다. 고평가의 단맛에 섣불리 취하는 게 왜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평가받은 가치가 진짜에 얼만큼 근접했는지 가늠할 책임은 기업, 그중에서도 CFO에 있다. 흔히 쓰이는 "If it's too good to be true, it probably is.(진짜로 믿기엔 너무 좋게 들린다면 아마도 가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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