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지방금융3사]'정통성' 따지는 BNK, '전문가' 영입하는 JB[CFO]④주주 관계가 선임 기조 영향, DGB 최근 '내부→외부' 전환
최필우 기자공개 2023-05-19 07:12:2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5일 10: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방금융 최고채무책임자(CFO)는 최고경영자(CEO)가 임명할 수 있는 최고위급 임원이다. CEO의 경우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는 이사회가 선임한다는 점에서 CFO를 통해 그룹 내부 인사 기조를 엿볼 수 있다.BNK금융은 순혈주의 성향이 강하다. 지주사 전환 후 역대 CFO 모두 부산은행 출신 임원이었다. JB금융은 전문가 영입 관행을 안착시켜 BNK금융과 대비를 이룬다. 각각 정통성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주주와의 관계에서 인사 관행이 비롯됐다. DGB금융은 최근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순혈주의 지지한 롯데, 전문성 중시한 사모펀드
금융지주 CFO는 자금의 조달과 운용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전반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유동성 또는 자본비율 악화 위기가 있을 때마다 유상증자를 통해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주주와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관계성은 지방금융의 CFO 인사 관행에 영향을 미쳤다.
BNK금융 CFO는 강종훈 전무다. 강 전무는 그룹 내 주류 학맥을 형성하고 있는 동아대학교 출신이다. 부산은행 연미지점장, 경영기획부장, 전략기획부장, CCO(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를 거쳐 지주 CFO 자리에 올랐다.
강 전무는 BNK금융 한곳에서만 근무한 '순혈' 인사라는 점에서 전임자들과 배경이 비슷하다. BNK금융은 2011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내부 인사 만을 CFO로 기용했다. 성세환 전 회장, 임영록 전 사장, 박재경 전 사장, 김일수 전 BNK캐피탈 대표, 박영봉 전 부사장, 황윤철 전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정성재 전 전무 등 역대 CFO는 부산은행 또는 경남은행에 입행해 경력을 쌓았다.
순혈주의 시발점은 내부 출신에 지지를 보내는 최대주주 롯데그룹이다. 1980년 최대주주가 된 롯데는 주주로 권한을 적극 행사하기보다 부산·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과 금융기관 간 우호적인 관계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CEO를 선임할 땐 중립을 지키되 선택의 기로에서는 외부 출신보다 내부 인사를 지지했다. 지배구조는 인사 기조에도 영향을 미쳐 내부 출신 CFO 관행이 자리잡았다.
JB금융은 지배구조 형성 과정에서부터 BNK금융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사모펀드를 2대 주주로 유치해 문호를 개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면면은 수차례 바뀌었으나 최대주주 삼양사와 2대 주주 사모펀드가 과점주주 체제를 형성하는 구도에는 변함이 없다.
사모펀드의 주주 참여는 고도의 재무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삼양사는 50여년 동안 주주로 자리하고 있으나 사모펀드는 지분 투자에 따른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 여러 주주 이해관계를 고려해 조달 및 운용 전략을 세우려면 CFO의 전문성을 중시해야 했다.
송종근 JB금융 부사장은 올해 취임해 외부 전문가 계보를 이었다. 그는 하나은행 출신으로 재무, 전략 분야에 특화된 경력을 쌓았다. 송 부사장의 전임자는 마찬가지로 외부 출신인 권재중 전 부사장이다. 권 전 부사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신한은행 등을 거쳐 금융권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DGB금융, 김태오 회장 주도 '외부 수혈'
DGB금융은 BNK금융이나 JB금융과 달리 인사 기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최대주주가 부재했다. 은행장 또는 지주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였고 CFO는 CEO를 보좌하는 최측근의 몫으로 돌아가는 관행이 이어졌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룹 재무라인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김 회장은 그룹 최초의 외부 출신 회장이다. 그는 CEO의 이사회 구성 영향력을 내려놓은 것은 물론 재무라인에 측근보다 전문가를 배치하길 원했다.
DGB금융은 2020년 김영석 전 전무를 CFO로 영입했다. 김 회장을 제외하면 대구은행을 거치지 않고 지주 임원이 된 첫 사례였다. 김 전 전무가 CFO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룹재무총괄 자리를 별도로 신설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전 전무가 임기를 마친 후에도 외부 출신을 재무 사령탑으로 세웠다. 천병규 DGB금융 전무는 KB자산운용, 우리CS자산운용 등에서 경력을 쌓은 금융투자업계 출신이다. 이후 DGB생명에서 자산운용 담당 임원을 거쳐 CFO를 맡았고 지난해 말 지주 CFO로 이동했다.
DGB금융은 한발 더 나아가 대구은행에도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이은미 대구은행 상무는 최초의 외부 출신 CFO다. 전문가 영입 관행이 오래된 JB금융도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에서 만큼은 내부 출신 임원을 CFO로 기용하고 있다. DGB금융의 순혈주의 탈피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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