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현금 고여 있는 한국조선해양[HD현대]④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 뒤 빅딜 부재, 주주 배당 없이 1.6조 보유 중
김형락 기자공개 2023-05-24 07:22:27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8일 16: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그룹의 뿌리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등을 거쳐 지금의 지주사 체제가 갖췄다.HD현대그룹은 기업 분할을 진행하면서도 한국조선해양에 상당량의 현금을 남겼다. 한국조선해양은 최상위 지주사인 HD현대와 별개로 투자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재무 여건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뒤 이렇다 할 빅딜 없이 조 단위 현금을 쥐고만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을 1조6318억원(단기금융자산 포함) 보유하고 있다. 2017년 HD현대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2019년 한국조선해양이 그룹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로 거듭난 뒤에도 1조원 넘는 유동성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 재무적투자자(FI)에게 투자금을 상환하면서 일부 현금이 빠져나갔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기한 내 기업공개(IPO)를 성공하지 못해 IMM PE의 특수목적회사(SPC)인 트리톤 1호 유한회사가 보유한 지분 등을 4547억원에 매입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분·기술 투자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IR 때 그룹 조선 부문 컨트롤 타워이자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담당하는 기술 지주사 역할을 하겠다는 사업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5년 내 별도 기준 매출 목표는 5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1805억원을 기록했다.
◇ 2017년 지주사 전환 때부터 HD한국조선해양에 투자 기능 부여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뒤 빅딜 소식은 없다. 올해 파인트리파트너스와 선박엔진 제작업체 STX중공업 인수 협상을 진행하다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난 17일 종가(5030원) 기준으로 STX중공업 최대주주 지분 47.5%(피티제이호유한회사 보유) 가치는 약 682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도 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유동성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매물이다.
HD현대그룹은 한국조선해양에 투자 기능을 남겨두는 걸 염두에 두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분할 과정에서 배분한 현금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2017년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을 △지주사 현대로보틱스(현 HD현대) △현대건설기계(현 HD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으로 인적분할 할 때, 신설 회사로 빠져나간 현금은 7630억원이다.
인적분할 직후인 2017년 상반기 말에도 한국조선해양에는 현금성 자산이 2조4118억원가량 남아 있었다. HD현대로는 현금성 자산을 4183억원만 배분했다. HD현대로 분배한 자산(5조3720억원)은 대부분 투자 지분(3조800억원)과 장기금융자산(1조6559억원)이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8년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며 유동성을 보강했다. 그해 3월 1조2350억원 규모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HD현대는 주주 배정분을 초과 청약해 3372억원을 납입했다. 인적분할하면서 지주사로 나갔던 현금이 대부분이 다시 한국조선해양으로 돌아온 셈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유상증자 덕분에 별도 기준으로 총차입금(3조9004억원)보다 예금(4조3238억원, 현금성 자산·장단기 금융상품 포함)이 더 많은 순현금(4234억원) 상태로 전환했다.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17년 89.9%에서 2018년 72.6%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45.8%에서 88.6%로 내려갔다. 유상증자 대금은 차입금 상환자금(9065억원)과 연구·개발(R&D) 투자금(4185억원)으로 안배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투자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그해 1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하고, 추가로 한국조선해양이 1조5000억원 규모 대우조선해양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였다. 한국조선해양이 주주 배정 유상증자로 1조2500억원을 조달하는 게 선행 조건이었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신주 인수대금을 대부분 유상증자 대금으로 치르는 형태의 거래 구조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지난해 3월 불발됐다. 그해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기업결합 건 심사 결과가 불허로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인수자금 유출 없이 투자 계약을 합의 해제했다.
◇ 지난해 이자수익 505억원, 이자비용은 10억원 이하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사업 재편을 진행하면서 자회사로 유동성을 분배했다. 한국조선해양은 그해 6월 투자 부문 제외한 조선 관련 사업 전부를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했다. 현대중공업은 설립 초기부터 별도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을 2조1407억원가량 들고 출발했다. 2018년 3조1602억원에 이르렀던 한국조선해양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이듬해 1조1465억원으로 감소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다시 별도 기준으로 2조원대 유동성을 회복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그룹 사업 재편에 따라 자산을 처분하면서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유휴 현금은 금융상품에 투자해 금융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 3년 별도 기준 이자수익은 △2020년 149억원 △2021년 142억원 △지난해 505억원이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6~8억원이었다.
올해부터 한국조선해양이 결산배당을 재개하지만 기존 유동성 차감 요인은 아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에서 수령한 배당 중 절반 이상을 주주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자회사 유동성도 양호한 편이다. 지난 1분기 말 별도 기준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은 순현금(1511억원), 현대미포조선은 순현금(3135억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별도 기준 순차입금이 1조7682억원이다.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현대삼호중공업 258.9% △현대중공업 222.5% △현대미포조선 121%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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