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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밖 활로 찾는 게임사]엔씨소프트, 무리한 확장보단 내실에 '방점'③사업성 낮으면 과감히 철수, 24년 연속 흑자 배경…AI 신규 투자 가능성

황선중 기자공개 2023-06-07 15:23:57

[편집자주]

게임산업 불황기를 이겨내기 위해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게임사가 늘어나고 있다. 부업에 대한 전략은 게임사마다 천차만별이다. 당장의 불황을 견디기 위해 고수익성 사업에 뛰어든 곳부터 장기적인 청사진 아래 점진적으로 외연을 넓혀가는 곳도 있다. 최근 지식재산권(IP)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단 점도 비게임 영역에 진출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신사업 활용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1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는 부업보다는 본업에 집중하는 게임사다. 물론 그동안 비(非)게임 시장에 종종 발을 뻗긴 했지만, 무리한 고집을 부리지는 않고 있다. 사업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철수했다.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중요시하는 경영 기조는 24년 연속 흑자 행진이라는 대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엔터시장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

엔씨소프트는 1997년 창사 이래 게임사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매출 대부분을 게임 사업에서 창출하고 있다. 확실한 흥행수표인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은 수십 년간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다각화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도유망한 시장에 대해서는 종종 눈독을 들였다.

2021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대표적이다. 자신들이 보유한 IT 기술과 노하우를 살려 케이팝(K-POP)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내세웠다. K-POP 아티스트와 팬덤을 연결하는 모바일 공간이다. 이용자는 매달 이용료를 지불하면 아티스트가 직접 보내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사업 초기에는 훈풍을 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장 선두주자인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엔터테인먼트의 '버블'과의 시장 점유율 싸움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팬덤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기 아티스트 확보가 필수적이었는데, 자사 아티스트를 거느린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에 비해 엔씨소프트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팬덤 플랫폼 간 '아티스트 모시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비용부담이 커졌다. 유니버스를 운영하던 자회사 클렙 실적 변화가 상징적이다. 사업 진출 첫해였던 2021년에는 매출 114억원, 순이익 16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매출은 107억원으로 역성장했고, 순손실 4억원이 발생했다.

◇내실 경영 중요시…24년 연속 흑자 행보

엔씨소프트의 신사업 특징은 사업의 성장성이 어둡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철수한다는 점이다. 적자를 감내하면서까지 무리한 출혈경쟁을 벌이진 않는다. 유니버스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 경쟁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는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유니버스를 매각하고 지난 2월부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업 진출 2년 만이었다.

2015년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급부상하던 핀테크 시장에 관심을 보이며 전자결제업체 'KG이니시스'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450억원을 투자했다. KG이니시스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고 사업 진출을 모색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7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CB에 투자한 자금도 풋옵션을 통해 회수했다.

엔씨소프트가 신사업에 크게 무리하지 않는 이유는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4년 연속(연결기준)으로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도 의미 깊다. 최근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1.25%에 달한다.


현금곳간은 풍족한 편이다. 엔씨소프트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분기 기준 1조3369억원에 달했다. 투자 여력이 부족해 신사업 확대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게임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개발비를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당분간 새로운 부업을 발굴하기보다는 본업인 게임사업에 전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비게임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AI)같이 게임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분야일 것으로 추측된다. 당장은 시장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신작 게임 '쓰론앤리버티(TL)' 출시를 앞두고 분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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