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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K-가전 기술]기후자료 분석만 65년…신일전자의 촘촘한 재고관리주간단위 PSI 구축, 기온·습도 변화 반영…'상품기획-구매-생산-영업' 전략 일원화

천안(충남)=손현지 기자공개 2023-06-13 10:54:31

[편집자주]

가전업계가 소비 절벽에 부딪혔다.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뚝심 있게 개발해온 '기술' 경쟁력과 오랜 기간 다져온 '제조 공정' 노하우다. 불황 속 고군부투하고 있는 국내 생활가전·보일러 10곳 업체를 선정해 생산현장과 연구개발(R&D) 현장에서의 생생한 노력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일전자 천안공장은 여름철 가장 바삐 가동된다. 선풍기, 에어서큘레이터 등 계절 가전이 메인이기 때문에 4~7월은 어느때보다 분주하다. 이 시기엔 생산계획도 날씨, 기온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뀐다. 주말도 가리지 않고 생산과 영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실정이다.

재고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는 시기다. 계절가전 특성상 재고 리스크가 크다. 수요가 성수기에 몰리면서 제품이 없어서 못파는 경우도 생기지만, 팔리지 않아서 창고에 쌓이는 건 더 큰 문제다.

신일전자가 오랜기간 업계 선두지위를 지킬 수 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자체적인 '기상정보 대응시스템'을 적용해 주간 단위로 촘촘한 생산판매재고(PSI)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창고형' 2공장 증축…적재 물량 40만대로 확대

신일전자 천안공장에서 만난 남우현 신일전자 생산관리팀 대리는 "최근 몇년 사이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서 1공장 바로 옆 제2공장을 새로 증축했다"며 "공장은 1~4층 높이이며 적재 가능 수량은 최대 40만대로 확대됐다"라고 소개했다.
*신일전자 천안공장에 적재된 출하를 앞둔 선풍기 완제품들.

최근 2공장 증축 수요가 발생한 건 바로 창고로 쓸 적재공간 마련 차원이다. 최근 판매처 다각화 노력으로 쿠팡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 직거래 물량이 늘었다. 재고를 적재해둘 공간이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2공장 한 층 전부를 쿠팡 전용으로 구성했다.

신일전자 선풍기는 40~50대 고객층이 주를 이룬다. 홈쇼핑 뿐 아니라 하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오프라인 판매점에서도 여전히 주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과 에어 서큘레이터 등 팬 제품 라인업을 이전보다 다양하게 구성해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

취급 제품군도 많아진 이유도 있다. 신일전자는 계절 가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수기인 가을, 겨울철에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소형가전쪽으로 보폭을 넓혔다. 선풍기 외에도 모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청소기, 믹서기, 밥솥, 음식물처리기, 가습기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남 대리는 "최근 몇 년새 제품군도 다양해지고 생산량도 늘어나면서 창고 공간이 부족해졌다"며 "그 때 마다 임대를 하다보니 비용적 리스크가 컸는데 2공장 증축으로 재고관리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일전자 천안공장 공정검사 구간. 사진=손현지

신일전자의 천안공장은 유일한 생산기지다. 2014년 설립된 이후 국내용 선풍기와 부품 생산을 소화하고 있다. 수출용 제품이나 일부 에어서큘레이터 제품은 중국 협약 공장에 외주를 맡겨 생산하고 있다. 해외 선풍기 시장은 중국의 저가공세 탓에 국내 생산 체제로는 도저히 원가를 맞추기 힘든 구조다.

◇6~8월 라인 풀가동…고객 트렌드 맞춘 '수작업' 고수

지난주 찾은 천안공장도 어느 때 보다 분주해 보였다. 신일전자 한 해의 매출은 6~8월에 집중된다. 선풍기 등 팬(Fan) 제품들은 날씨가 더워질수록 판매량도 비례해서 증가하곤 한다. 신일전자의 천안공장이 풀가동되는 시기도 4월에서 7월 사이다. 8월 한달은 적재해둔 제품 위주로 막바지 마케팅에 돌입한다.

1층은 전부 생산라인이다. 입구로 들어서자 길게 뻗은 조립 라인 총 3개가 보였다. 라인당 하루 1500개 생산, 3개 라인 풀가동시 최대 4500개 생산이 가능한 체제다. 연간 30~35만 대 규모의 선풍기를 생산한다.

주목할 만한 건 전부 '수작업'이라는 점이다. 라인 마다 직원 45명이 붙어 조립에 매진하고 있었다. 남 대리는 "수작업을 고수하는 건 유통 채널별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니즈를 생산에 반영하기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라면서 "비용이 들더라도 시장의 트렌드에 맞춘 디자인과 사양을 내놓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신일전자 천안공장 생산라인

선풍기는 부품수만 40~50개에 달한다. 동일한 모터를 사용하더라도 본체의 색상, 하단 금속 빛깔의 크롬 장식 등 부품 하나만 바꾸면 조립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신일의 선풍기 종류는 오랜 역사속에서 600여종으로 변천했다. 좌석용, 벽걸이용, 지상용, 공업용 등 다양하기 때문에 수작업 공정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켠으로 별도의 부품 조립라인도 보였다. 부품 80% 정도를 국내산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일부는 자체 생산한다. 핵심 모터는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탁생산(OEM), 사출 플라스틱(외관) 등의 재료는 LG화학 등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제품의 품질 테스트 과정도 까다로웠다. 생산라인에서 전수검사(공정검사)를 진행하고, 이후 출하검사까지 통과해야 2층 적재 구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전수검사는 사람이 공정검사실에서 직접 버튼을 눌러가며 하는 공정 테스트다. 좌우 회전이나 소음 여부, 소비전력, 약풍, 강풍 풍속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최종으로는 품질 관리팀이 직접 출하검사를 했다. 이들은 랜덤으로 완제품 박스를 개봉해 낙하시켜 충격이나 소음 등 불량 여부를 확인했다. 남 대리는 "출시를 앞둔 제품은 약 400~500시간 정도를 가동하며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택배 중 파손 발생 상황을 대비해 엄격한 공정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의 노하우, PSI 전략 일원화

계절가전은 재고 리스크가 크다. 갑작스런 기후변화로 수요예측을 잘못할 경우에 악성 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선풍기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신일전자의 재고관리 비법은 '주간 PSI(Product, Sales, Inventory)'시스템이다. 기상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간단위의 계획을 짠다. 신일전자가 활용하는 기상청 데이터는 평균기온, 일별 최고·최저 기온, 상대습도, 일별 평균기온나 습도 등이다. 이를 토대로 한 자체 분석 데이터와 주간 제품 판매량을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기획-구매-생산-영업' 조직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효율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도 용이하다. 우선 상품기획팀은 제품 수량, 단가, 물량, 스케줄을 전략적으로 분석한 생산계획을 구축하면 구매팀은 원부자재를 구매한다. 생산팀은 기상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동적으로 제품 물량을 생산한다. 영업팀은 홈쇼핑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의 판매전략을 수립한다.

이를 통해 신일전자는 임대료, 인건비, 작업비, 관리비 등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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