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 네이버 vs 카카오]김남선과 배재현의 '공격적 투자 DNA', 승부수는[CFO]④네카오 사상 최대 빅딜 주도 '키맨'…국내파vs해외파 등 경력 차이 '눈길'
이지혜 기자공개 2023-06-15 12:52:14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3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상반기 둘다 ‘조 단위’ 빅딜을 진행했다. 네이버는 올 초 미국의 중고 패션 플랫폼기업 포시마크(Poshmark)를, 카카오는 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 명가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를 1조원 넘는 돈을 들여 각각 인수했다.이런 빅딜을 진두지휘한 키맨이 바로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다. 김 CFO와 배 대표는 둘다 네이버와 카카오 사상 최대 빅딜을 잇달아 진행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공고하게 다졌다. 또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등에 직접 나서서 투자자를 상대하며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직함부터 다르다. 네이버의 김 CFO와 달리 카카오는 CFO 자체가 없다. 다만 배 대표가 그룹의 핵심 딜 투자, IR 등에 관여하며 CFO 역할을 일부 겸하고 있을 뿐이다.
출신 차이도 크다. 김 CFO와 배 대표 둘다 대학교는 국내에서 졸업했지만 김 CFO는 미국으로 가 변호사로 일하다가 IB로 전향, 인수합병(M&A) 경력을 쌓다가 2020년 네이버에서 자리를 잡았다. 반면 배 대표는 CJ에서 그룹의 비전을 세우는 미래전략실 부장을 거쳐 2015년 카카오 빅딜팀장으로 왔다. 해외파와 국내파, IB 출신과 비 IB출신 등으로 갈리는 셈이다.
◇네이버에 공격적 투자 DNA 심은 김남선, 잇달아 빅딜 주도
‘공격적 투자 DNA’. 네이버의 김남선 CFO와 배재현 대표를 묘사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수식어다. 김 CFO와 배 대표는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에 합류한 직후부터 대규모 빅딜을 주도하며 세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김 CFO의 대표적 업적은 왓패드와 포시마크 인수다. 네이버는 2021년 5월 전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Wattpad)를 인수했다. 인수 규모만 6억 달러, 우리 돈으로 7000억원 규모였다. 당시로서 네이버 사상 최대 빅딜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듬해인 2022년 10월 네이버는 미국 C2C(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Poshmark)를 인수하겠다고 공표하고 올 1월 이런 작업을 끝냈다. 1조7000억원가량 자금을 투입하면서 빅딜 기록을 갈아치웠다.
두 딜은 네이버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 외에도 사업 전략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네이버는 보수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런 평가가 무색해질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했다.
김 CFO가 만든 변화라고 볼 수 있다. 1978년생으로 김남호 DB그룹 회장과 사촌인 김 CFO는 서울대학교에서 재료공학부로 학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수학했다. 이후 미국 뉴욕의 로펌 크라벳 스웨인&무어(Cravath, Swaine & Moore LLP)에서 2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IB의 길로 들어섰다.
라자드, 모건스탠리 등에서 IB로 일한 그는 맥쿼리자산운용의 PE총괄 전무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 CFO는 당시 SK텔레콤과 손잡고 SK쉴더스(현 ADT캡스)를 인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았고 LG CNS의 소수지분 인수 등에도 관여했다. 당시 그는 맥쿼리PE의 사업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적 투자 DNA는 네이버에서 그대로 발현됐다. 2020년 8월 네이버에 합류한 김 CFO는 글로벌 투자와 M&A 전담조직인 'Growth&True North'을 꾸려 이끌다가 실력을 인정받아 2022년 3월 네이버의 CFO까지 올랐다.
사실상 김 CFO를 위해 세워진 것이나 다름없는 Growth&True North는 직역하면 ‘성장과 북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북극성을 보고 가야 할 길을 찾는 것처럼 제 길을 찾아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런 그가 CFO에 오른 것은 네이버의 ‘키잡이’가 김 CFO라는 상징성도 담겼다는 평가다.
◇카카오 ‘비유기적 성장’ 이끌었다, 배재현의 승부사 DNA
김 CFO가 ‘해외파 IB’ 출신이라면 배 대표는 국내파다. 또 CJ그룹 지주사에서 실력을 닦았다. 1980년생인 배 대표는 2004년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CJ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CJ에서 그는 그룹의 중장기사업에 대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미래전략실 부장을 거쳐 2015년 카카오에 빅딜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배 대표는 빅딜팀에서 M&A에 두각을 보였다. 카카오 빅딜팀은 2016년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업체인 멜론 운영사인 로엔을 1조8700억원에 인수하며 성공적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에도 빅딜팀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대형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배 대표가 빠르게 승진한 배경이다.
배 대표는 카카오 합류 3년 만에 수석부사장 직함을 달았다. 2018년 빅딜팀이 투자전략실로 재편되자 투자총괄임원인 투자전략실 실장이 됐고 2020년에는 CIO(최고투자책임자)가 됐다. 배 대표의 역량은 이후에도 여전했다. 올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해외에서 1조20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할 때 배 대표의 공로가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화룡점정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이다. 배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와 지분 제휴를 맺으려 했지만 계획이 틀어지고 하이브와 대결로 번지자 대항 공개매수를 불사하며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결국 카카오그룹 1조4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쏟아부은 끝에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이렇듯 공격적 투자나 M&A, 그리고 IR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김 CFO와 배 대표는 공통점이 있지만 직급은 다르다. 일단 카카오에는 CFO가 없다. 투자 유치, M&A, IR 등은 배 대표가 맡고 있지만 그룹의 재무 관련 사항은 김기홍 카카오 재무그룹 그룹장이 맡고 있다. CFO의 역할을 배 대표와 김 그룹장이 나눠 맡은 구조인 셈이다.
또 배 대표는 김 CFO와 달리 사내이사가 되어 카카오의 이사회 일원이 됐다. 공식 직위도 사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배 대표는 자본 유치, 투자 측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래지향적 가치를 구현하는 등 다방면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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