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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vs 카카오]독자 노선 걷던 네카오, SM 인수 변수될까[엔터]⑦지분동맹 추구했던 네이버, IP밸류체인 갖춘 카카오…SM 인수로 '고차방정식'

이지혜 기자공개 2023-06-23 13:25:4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1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터테인먼트사업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확연히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네이버는 주요 엔터사와 지분 제휴를 맺으며 시너지를 추구한다. 네이버가 IT기술력을 앞세워 플랫폼을 제공하면 엔터사가 콘서트 등으로 콘텐츠를 채우는 식이다.

반면 카카오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는 물론 제작사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거느리고 있다. 웹콘텐츠로 원천 IP를 확보한 뒤 이를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제작사, 출연시킬 배우진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에셋라이트(Asset light)' 경영기조에 따라 플랫폼으로서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수조원을 들여 강력한 IP밸류체인을 갖췄다.

그동안 각자노선을 걷는 듯 보였던 이들이지만 변수가 생겼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면서다. 네이버의 SM엔터테인먼트 투자효과가 반감되거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불편한 연합'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 플랫폼과 콘텐츠 공유…지분 동맹 '상생 추구'

네이버는 ‘엔터사 빅4’로 꼽히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모두 지분 제휴를 맺었다. 네이버가 이들에게 투자한 돈은 6000억원에 가깝다.

2017년 4월 YG엔터테인먼트에 500억원을 출자해 지분 8.9%를 보유한 게 시작이었다. 뒤이어 YG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와이지 네이버 컨텐츠&라이프스타일펀드’에 500억원을 더 투입했다.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 등에 들인 돈은 1000억원에 이른다.

네이버 제페토에서 구현된 블랙핑크 아바타

하이브와도 끈끈한 동맹관계를 구축했다. 2021년 1월 네이버가 하이브의 자회사 비엔엑스(현 위버스컴퍼니)에 글로벌 라이브 커뮤니티 플랫폼 V라이브를 넘기고 지분 49%를 받으면서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회사 위버스컴퍼니의 2대주주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도 네이버에게 투자를 받았다. 네이버는 2020년 10월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EJ Plus'와 '미스틱스토리'에 각각 384억원, 120억원 등 총 500억원을 투자했다. SMEJ Plus는 일본에서 팬클럽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사이고 미스틱스토리는 영상콘텐츠 제작사로 가수와 배우도 소속됐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기업 네이버Z에 투자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돈은 총 50억원이다.

지분투자의 목적은 엔터사의 아티스트 IP 등 콘텐츠다. 온라인 콘서트와 네이버Z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이뤄진 팬미팅이 대표적 사례다.

네이버는 2020년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라는 이름의 온라인콘서트를 개최했다. 당시 온라인콘서트는 네이버의 V라이브에서 생중계됐는데 109개국의 7만5000명의 팬이 몰리며 24억원의 매출을 냈다. 2020년 9월에는 제페토에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블랙핑크의 팬사인회를 열었는데 4600만명이 방문했다.

네이버의 엔터사업 전략은 에셋라이트 경영기조에도 부합한다. 에셋라이트는 자산이 과도하게 불어나는 것을 막자는 경영기조로 밸류체인 전체를 일원화하는 것을 지양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제페토 등 플랫폼을 제공하고 엔터사가 콘텐츠를 공급해 서로 ‘윈윈’하는 구조”라며 “에셋라이트의 경영방침에 따라 선택과 집중한 끝에 엔터사업을 직접 영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IP-제작-아티스트까지 ‘밸류체인’ 탄탄히 구축

에셋라이트를 추구하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강력한 ‘IP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원천IP-제작-아티스트-유통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갖췄다는 의미다. 카카오웹툰, 픽코마, 타파스엔터테인먼트 등의 웹콘텐츠로 원천IP를 창출한 뒤 이를 구현할 영화, 드라마 제작사를 갖추고 출연할 톱스타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까지 다수 거느렸다.


대표적 사례가 ‘이태원 클라쓰’다. 다음웹툰으로 인기를 끈 이태원 클라쓰의 주연배우는 박서준씨인데 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에 소속됐다.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의 경쟁력은 배우 확보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런 측면에서 우위에 선 셈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밸류체인은 해외 진출 수단이기도 하다. 드라마 등 완성된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 리메이크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의 유력방송사와 ‘롯폰기 클라쓰(가제)’로 리메이크 될 예정이다.

비단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가수 소속사뿐 아니라 유통 플랫폼인 멜론도 운영하하기에 음악에 있어서도 제작부터 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강력한 IP밸류체인을 만들기까지 들인 돈은 ‘수조원’에 이른다. 북미 웹콘텐츠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를 인수하는 데 1조원 이상을 썼고 가수 아이유 등의 소속사를 운영하고 뮤직플랫폼 '멜론'을 거느린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를 1조4000억원에 사들인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가 IP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들인 돈은 4조원이 넘는다.

이는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기업가치 20조원을 목표로 M&A 등을 꾸준히 진행하며 외형을 확대하는 동시에 IP밸류체인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렇듯 각자 노선을 걷는 듯 보였던 네이버와 카카오지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한 만큼 네이버의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의 지속이나 지분투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속사정이 복잡하다. 네이버와 동맹인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상당량 쥐고 있어서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가 하이브의 '위버스'에 입점한 것도 이런 지분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체적으로 팬덤 플랫폼 디어유를 운영하고 있는데 경쟁사에 소속 아티스트를 보낸 셈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디어유를 운영하는 SM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달가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업체 간 합종연횡과 구조 재편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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