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뉴 LG 5년]'옥석 가리기'에 10년 '미래설계'까지...확 달라진 색깔①'젊은 총수' 다운 과감한 결단 주목...3년간 시가총액 3배 확대
정명섭 기자공개 2023-06-30 09:25:32
[편집자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5주년을 맞이했다. 2018년 취임 당시 만 40세의 신임 총수는 세간의 우려에도 본인만의 경영철학을 구축해왔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구조를 재정비해 시가총액 3배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다. 향후 5년은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구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도전을 예고했다. 더벨은 구 회장의 지난 5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8일 1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6월 구본무 선대회장의 별세로 만 40세의 나이에 갑작스레 총수 자리를 승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그는 기대와 응원보다 우려의 시선을 더 많이 받았다. 26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이끌기에 "나이가 너무 어리다", "경험이 부족하다",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말들이 따라왔다. 24년간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끈 선대회장의 그림자도 컸다.5년이 지난 현재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젊은 총수'라는 타이틀은 약점이 아닌 강점이었다. 과감하고 빠른 결단으로 비주력 사업 매각을 정리해 역량을 핵심 사업에 쏟아부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LG그룹은 코로나19 확산과 공급망 불안 같은 악재에도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구 회장의 다음 시선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클린테크(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등) 등 그룹의 10년 이후를 책임질 미래 사업 육성에 향했다.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주력...휴대폰 사업 철수 결단까지
구 회장은 취임 당시 본인에게 주어진 과제를 잘 알고 있었다. 선대 회장의 '정도경영'을 계승하면서도 신임 총수로서 자신만의 색깔도 보여줘야 했다. 그는 성과가 부진하거나 전망이 어두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취임한 지 한 달여만인 2018년 8월 처음 주재한 사장단 협의회에서 "앞으로 지주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인재 확보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광모식 LG'의 예고편이었다.
이후 진행된 매각·인수건들을 보면 그의 의지와 추진력을 엿볼 수 있다. 2019년 2월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계열사인 LG퓨어셀시스템즈를 청산한 것이 첫 번째 사례다.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같은 기간 다른 계열사인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구매(MRO) 사업 부문을 6020억원에 매각했고 LG디스플레이도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손을 뗐다. 차량용 OLED 시장의 성장성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인수 절차를 마친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 ZKW와의 시너지도 고려했다. ZKW 인수는 그룹 역사상 최대 빅딜(인수가 1조4400억원)로 주목받았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는 구 회장의 과감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LG전자는 1995년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폴더 형태의 휴대폰을 출시하는 등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은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한때 노키아와 삼성전자 등과 글로벌 피처폰 시장점유율 톱3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진입 시기를 놓쳐 애플과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준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적자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3700여명에 달하는 인력과 26년간 지출한 수조원대 투자비 때문에 철수 결정은 쉽지 않았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스마트폰이 가전을 제어하는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구조조정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구 회장은 장고 끝에 철수를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깊이 있게 검토하고 충분히 고민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리면 계획에 따라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매각(3560억원), LG화학 편광판 사업 매각(1조3000억원) 등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결과다.
◇10년 후 먹거리 발굴에 54조 투입..."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
구 회장은 비주력 사업 매각·정리로 얻은 여력을 이차전지와 차량 전장, 미래 사업으로 돌리는 작업을 병행했다. 2020년에 5020억원을 투입해 캐나다 자동차 부품기업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한 이후 지난해 초에 기업공개(IPO)로 10조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숫자를 보면 성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LG그룹 시가총액 규모는 구 회장 취임일인 2018년 6월 29일 기준 88조1000억원(LX그룹 제외)에서 지난 12일 257조5000억원으로 3배나 늘었다.
㈜LG를 포함한 7개 주요 상장사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에서 8조2200억원으로 77.4%나 뛰었다.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성장세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불안, 금리 인상 같은 대내외 악재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해 연간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누적 수주 잔고는 작년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구 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10년 후의 그룹을 먹여 살릴 신사업이다. 전자·통신·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이 'LG 1.0'이었다면 이차전지와 전장사업이 '2.0', AI와 바이오, 클린테크 사업이 '3.0'이다. 지난 3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5년간 5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그 분야다. 2.0까지의 사업이 초대~3대 회장들의 업적이라면 3.0은 오롯이 구 회장의 몫인 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이에 구 회장은 신사업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는 작년부터 그룹의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바이오 분야 R&D기지인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기술을 연구하는 마곡 LG화학 R&D 연구소를 차례로 방문하는 등 직접 현안을 챙기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최근 4개팀과 40여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TF 조직을 가동하고 지난 1월 미국 아베오를 8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구 회장은 혁신 신약 분야의 경우 개발 기간이 길고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지만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향후 아베오 인수와 같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구 회장은 평소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선대회장의 말도 자주 인용하는 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미래 사업을 추진할 때는 경쟁사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도록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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