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뒤숭숭했던 삼성증권, 상반기 IPO 결과 '저력'최대어 기가비스 클로징으로 한국증권 이어 2위
안준호 기자공개 2023-07-06 07:46:32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4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이 기업공개(IPO) 주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본부장 공석으로 우려를 제기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대행 체제 전환 이후 상반기 다수 딜을 클로징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수년 동안 IPO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삼성증권의 선전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다수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며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룹 계열사이기에 참여할 수 없었던 LG에너지솔루션 딜을 제외하면 연간 순위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4일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삼성증권은 약 2101억원의 IPO 주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증권(1위), 미래에셋증권(3위) 등 타 상위권 하우스에 비해 주관 건수는 적지만 존재감이 큰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발행 규모가 1000억원에 가까웠던 기가비스 흥행을 이끌며 IPO 시장 회복의 신호탄이 쐈다.
리그테이블 1위와의 차이도 크지 않다. 금액 기준 점유율은 16.24%로 한국증권(18.83%)과 3%포인트 미만의 격차다. 하반기 빅딜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순위는 바뀔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 파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다만 삼성증권 역시 서울보증보험 등 대형 딜을 주관하고 있는 만큼 상위권 사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까지만 해도 삼성증권의 약진을 예상한 의견은 드물었다. 조직개편과 함께 그간 IPO 부문을 이끌어 온 유장훈 본부장이 이탈하며 공백이 생겼다. 상당 기간 본부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며 인력 이탈 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삼성증권은 ECM 1팀 부서장인 이기덕 이사를 캐피탈마켓(CM) 본부장으로 임명하며 분위기 수습에 성공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조직개편 후 실무진들의 이탈 없이 IPO 조직이 합심해 공모 일정을 소화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좋은 성적을 이어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 IPO 주관 실적 1위를 기록 중이다. 1월말 상장했던 LG에너지솔루션 공모만을 제외한 결과다. 대기업 계열사 등 대형 IPO가 사라진 환경이 오히려 삼성증권의 경쟁력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에 속한 만큼 삼성증권은 딜 수임에 한계가 있는 편이다. 타 그룹과 사업 영역이 겹치는 일이 많다 보니 IPO 주관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역대 최대 규모 공모였던 LG에너지솔루션 딜에도 삼성SDI 등 그룹 계열사와의 경쟁 관계로 인해 초청을 받지 못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경우 적어도 IPO 영역에서는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고 있었다”며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대기업 계열사 IPO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오히려 공평하게 실력이 드러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관 역량을 입증한 삼성증권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성증권의 IB 부문 경쟁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IPO 주관에서는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선두를 다퉜다. 2010년 이후에는 자산관리(WM) 영역에 집중하며 IPO 부문에서는 후발주자들에게 순위가 뒤처졌다.
현재 캐피탈마켓본부 본부장 대행인 이기덕 이사 역시 2000년대 중반 삼성증권에 합류했다. 이직 초기 IPO팀에서 일한 뒤 2012년부터 2021년까지는 커버리지 업무를 담당했다. IPO 주관 역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 실무진으로 일했던 셈이다. 조직개편으로 IB 부문에 변화가 있었던 만큼 당시 수준까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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