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삼성증권, IPO본부장 ‘외부영입’ 철회…‘대행 체제’로유장훈 전 본부장과 계약 해지후 복수 인사 접촉했지만 무산... 이기덕 이사 '중용'
최윤신 기자공개 2023-03-16 07:13:0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이 공석이 된 IPO 담당 본부장을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올 초 전임자와의 계약을 갑작스레 끝낸 뒤 외부인사 영입을 고려해왔지만 결국 본부에 소속된 선임 부서장에게 역할을 겸직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명목상으론 ‘본부장 대행’ 체제인데, 업계에선 당분간은 이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하우스 소속 인사 접촉하기도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1일부로 이기덕 ECM1팀 부서장에게 캐피탈마켓본부장 대행직을 맡도록 했다. 캐피탈마켓본부는 삼성증권 IB1부문에서 IPO를 전담하는 부서다. 기존 기업금융1본부였는데,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이름을 바꿨다.
이 이사는 최근 한국거래소가 국내 IPO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연 행사에 삼성증권 본부장 대행 자격으로 참석해 거래소 관계자 등과 인사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전임자인 유장훈 전 본부장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삼성증권의 캐피탈마켓본부장 자리는 그간 사실상 공석이었다. 유 전 본부장의 계약기간이 2월 말까지였기 때문에 서류상 공백은 거의 없었지만 그가 퇴사를 앞두고 장기간 휴가를 떠나면서 한 달 반가량 본부장 자리는 비어있었다.
삼성증권은 그간 몇몇 국내 IPO 업계의 인사 영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이 파악되는 인물은 국내 대형 하우스에서 IPO를 담당하는 복수의 상무급 인사다. 유 전 본부장과 비슷한 연배로 IPO본부장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능력과 경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쟁이 치열한 대형 하우스에선 본부장을 맡지 못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들의 영입이 무산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선 IPO업계에서 커진 삼성증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의 영향으로 물망에 오른 인물들이 자리를 고사했을 것이라고 바라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WM 비즈니스에서 위상이 뛰어나지만 IPO시장에서 역량을 펼치기에 적합하진 않은 하우스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뛰어난 성과를 낸 전임자를 예고 없이 떠나보낸 것과 관련해서도 IPO업계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전임자인 유 전 본부장의 계약만료는 업계에서 파장이 컸다. NH투자증권 출신으로 2017년 삼성증권에 합류해 삼성증권의 IPO 본부에 사실상 기틀을 잡아왔던 인물이며, 성과 측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2021년 IPO2팀장을 맡아 카카오페이 딜을 총괄했는데, 이는 삼성증권이 대표주관한 IPO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다.
2022년 본부장이 된 뒤에도 성과는 뛰어났다. 연초 이후 공모주 시장이 침체돼 IPO 철회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한 해 8곳의 기업을 상장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일반기업은 4곳에 불과했는데, 이 중 수산인더스트리와 쏘카(공동주관) 등 2곳의 딜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바이오노트의 상장에도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 회계법인 출신 이기덕 이사, 커버리지 경력 주목
이기덕 이사는 캐피탈마켓본부 산하 부서장 중 가장 연장자다. 1974년생으로 다른 대형 하우스의 IPO본부장들과 비교해선 젊은 축에 속한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의 IPO 본부장은 1968~1972년생이 맡고 있다.
이 본부장은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 1997년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삼성증권 IPO팀에 합류했다. 이후 2012년부터 2021년까지는 기업금융팀(현재 어드바이저리본부)에서 커버리지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21년 5월 IPO1팀 팀장으로 복귀해 부서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부서장을 맡은 후 일진하이솔루스, 실리콘투, 차백신연구소,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 레이저쎌 등의 상장을 성공시켰다.
이 신임 본부장은 IPO를 담당한 경력은 길지 않지만 커버리지 업무를 오래 담당했던 경력을 통해 차별화된 본부 운영 전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지난해 9월 IB헤드로 부임한 이재현 부사장이 모든 부서가 커버리지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특화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증권이 IPO 담당자를 외부에서 충원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증권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 번의 영입 시도가 불발된 것으로 알려지며, 결국 외국계 출신이 영입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었다”며 “최근 수차례의 조직개편을 겪은 삼성증권 IB부문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내부 겸임이 최선의 시나리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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