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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윤곽 드러난 LG화학의 엔솔 활용법, 명분·실리 잡았다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운영·투자금 마련 고심…지분 매각 대신 콜옵션 포함 EB 발행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14 07:31:3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2일 15: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 활용법이 윤곽을 드러냈다. 80%가 넘는 지분율로 공고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발행주식 총수의 약 1.6% 규모에 해당하는 보통주를 활용해 해외에서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미래 시설투자금과 당장의 운영자금 확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상황에서 회사의 조기상환권(콜옵션) 조건을 포함한 EB 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설에 선을 그으며 투자자들을 달래온 LG화학 입장에선 대규모 자금조달과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 희석 최소화라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잡았다.

◇지분 활용 보수적 기조에서 선회, '콜옵션' 안전장치 마련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상장으로 주주 반발이 일어났을 때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70~8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상장 이후 현재까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이 81.84%인 점을 고려하면 10%포인트(p) 정도의 보유 지분 활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LG화학은 올해 초까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대신 비핵심 자산 효율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지분 활용에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쪼개기 상장' 논란을 촉발한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기존 주주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시장에서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이라는 자원을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사업 투자에 조단위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서 100조원이 넘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가치 활용은 예정된 수순으로 전망됐다.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창출력이 둔화하고 있었다. 지난해 별도 기준 LG화학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3875억원 규모로 조단위대 수준을 유지하긴 했지만 영업활동만으로 연간 4조~5조원의 현금을 창출하던 2020~2021년과 비교하면 그 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범위를 최근 10년 사이로 넓혀봐도 LG화학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조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유일했다. 올해 들어서도 석유화학 업황이 좀처럼 개선세를 보이지 않으며 지난 1분기 LG화학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과 기타 차입 등으로 조단위대 투자금을 마련하려던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던 배경이다.

LG화학이 택한 방식은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를 담보로 한 외화 EB 발행이다.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57%에 해당하는 369만주가 교환대상 주식으로 올라간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EB 발행에는 LG화학이 납입일 3·5년(5·7년물) 후부터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 행사 조건도 붙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높게 형성될 경우(교환가격의 130% 이상인 날이 20거래일 이상) LG화학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소수지분이긴 하나 지분 희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조달 자금 1.2조, 올해 운영자금에 투입

LG화학이 조달한 자금은 당장 올해부터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2조6000억원의 조달자금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1조2000억원이 원재료 구매 등 운영자금에 배정됐다. 나머지 1조4000억원은 기존에 LG화학이 추진하던 친환경·전지소재, 신약 개발 등 3대 신성장동력 사업에 투입된다.

운영자금의 경우 당장 올해 소진될 예정인데 이는 그동안 회사를 지탱해 온 석유화학 사업 및 첨단소재의 원재료 구매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LG화학뿐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여전히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이 올해 2분기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상태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LG화학은 이번 자금 조달로 당장의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과 신사업 투자금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

3대 신성장동력 확보에 들어가는 자금들은 상대적으로 투자기간이 넓게 분포돼 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투입되는 7318억원은 LG화학 사업전환의 한축을 담당하는 양극재, 분리막 등 전지소재 사업에 투입되는 금액이다. 나머지 시설투자 금액 6662억원은 앞으로 4년 뒤인 2027년까지 친환경·신약 투자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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