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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종합상사 포트폴리오 분석]버핏 투자받은 日, 무엇이 달랐나①'자원사업' 비중 절반 수준 확대...자원확보 경쟁 속 한국기업도 다변화 필요

정명섭 기자공개 2023-07-18 08:15:09

[편집자주]

일본 종합상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주가 흐름과 실적을 보면 상사업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이 극찬할 정도다. 한국의 종합상사 사업모델은 1945년 전후로 일본에서 건너왔다. 업력 차이는 약 20년이다. 일본 종합상사의 '지금'은 국내 종합상사의 '미래'일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더벨은 일본 종합상사의 핵심 경쟁력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8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뜬금없이 일본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버핏 회장이 처음으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개별 기업의 주식을 대거 매입해 큰 주목을 받았다. 투자 대상은 의외였다. 주인공은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스미토모상사 등 5대 종합상사였다.

버핏 회장이 투자할 당시 일본 종합상사들의 사업은 국제 유가 등 자원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시기였다. 하지만 버핏 회장이 투자한 이후 5대 종합상사의 실적과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각국 정부가 코로나 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양적완화에 나서자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회복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이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공급망 문제가 불거진 이후 자원개발 사업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던 일본 종합상사들은 더 조명받기 시작했다.

◇공들인 '자원 개발', 코로나 19 이후 공급망 이슈서 빛나

버핏 회장은 2020년 당시 일본 종합상사 한 곳당 5.5~5.6%의 지분을 사들였다. 원화로 총 7조3000억원 규모였다. 이는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코카콜라 등 버핏이 투자한 미국 기업들 다음으로 컸다.

보유지분은 꾸준히 늘었다. 작년 11월 6.6~6.8%, 올해 4월 7.4%, 지난달엔 8.5%까지 확대했다. 버핏 회장은 향후 개별 기업당 9.9%까지 지분을 확대해 장기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버핏 회장의 안목은 탁월했다.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1725억엔에서 지난해 1조1806억엔으로 584%나 늘었다. 2위 미쓰이물산은 3354억엔에서 1조1306억엔으로 237% 늘었다. 이토추상사와 마루베니도 각각 99%, 141%씩 순이익이 증가했다.

2020년 8월 640~2724엔이던 5대 종합상사의 주가는 현재 2368~6823엔으로 2배 이상 올랐다. 마루베니의 주가가 316.5%로 가장 많이 올랐고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는 208%씩 주가가 상승했다.

닛케이지수가 지난 6월 3만3000선을 뛰어넘으며 33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었던 배경에 종합상사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미쓰비시상사 주가 흐름, (단위 : 엔) <출처=구글 금융>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에 주목한 포인트는 '자원 개발'이다. 자원 개발은 일본 종합상사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낀 2000년대 이후부터 공을 들여온 사업이다. 199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정보화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자체 수출 역량이 높아졌고 무역금융을 줄이면서 종합상사 사업이 '한물 간 비즈니스'가 된 탓이다.

종합상사 입장에선 그동안 쌓아온 자본과 정보력, 네트워크를 결합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승부를 걸 만한 사업이었다. 철광석과 석탄, 원유, 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과 에너지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형태로 사업 구조를 변화해나갔다.

미쓰비시 상사와 미쓰이물산은 2010년대 들어 칠레 구리광산 개발, 호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미토모 상사도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사업에 참여하는 등 원자재와 희토자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루베니는 칠레 센티넬라 구리 광산에 투자했다.


2001년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자산 중 자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8%였으나 2010년 30%로 늘었고, 현재는 50%대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이 1조엔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원유와 LNG 가격이 오른 덕분이었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자원 개발 사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내기도 했다. 2015년 당시 원유와 철광석이 1년 전 대비 가격이 각각 50%, 40% 하락하면서 일본 5대 종합상사의 합산 손실이 1조엔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자원-비자원 사업간 균형을 맞춰 각 부문의 손실을 보완하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해 나갔다. 이토추상사를 제외한 나머지 종합상사들은 자원과 비자원 자산 비중을 절반씩 유지하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공급망에서 주요 지점에 지분 투자하거나 기업을 인수해오면서 공급망 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역량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발표 등으로 이차전지와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 전략이 된 상황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코발트와 희토류 등의 중국 의존도를 보면 한국은 각각 72.8%, 85.7%에 달하는 반면 일본은 14.9%, 59.1%였다.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개발률 또한 일본이 40.1%(2021년 기준)로 한국(10.7%)을 압도하는 것도 종합상사의 자원·에너지 개발 성과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자원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데 최근 국가 간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일본 종합상사들의 장기 투자가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료 부족 현상 지속 전망..."조달 능력 더 키워야"

한국 종합상사들도 2000년대 들어 원자재 트레이딩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에 나섰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관련 사업의 추진 동력이 꺾였다. 현재 자원·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 정도다.

그나마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한 이후 에너지와 이차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일본 기업들과 가장 유사한 사업 구조를 추구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LG에너지솔루션이 주축인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에너지 부문의 석탄 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 사업으로 자원개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니켈 광산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지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부존 자원 매장량의 한계로 국가간 자원 민족주의가 앞으로 더 강화될 수밖에 없어 자원개발 부문에서 조달 능력을 더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국 우선주의의 강화는 일반 제조사들의 직수출이 어려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고 원자재 시장에선 공급부족 현상을 자아낼 수 있다"며 "원자재 조달 능력을 꾸준히 배양해 온 상사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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