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장 선 한국 블록딜 시장]'그림의 떡' 자사주 잠재물량...중견기업 물량은 '기대만발'②코스닥 상장사 중심 대기 물량 기대…경영권 방어·재무부담 등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
남준우 기자공개 2023-07-20 13:43:44
[편집자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Block Deal)은 주식자본시장(ECM)의 한 축을 이루는 거래 방식이다. 그동안 국내 블록딜 시장은 외국계 하우스가 독점하면서 국내 하우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최근에는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의 등 다양한 규제 도입이 예상되면서 국내 하우스들과 접촉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거래량도 예년에 비해 폭증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블록딜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IB들의 주 관심사와 고민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8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만큼 '자사주 보유 한도 10% 제한'과 관련된 논의 역시 국내 하우스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이슈다. 제도가 도입된다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코스닥 상장사들 위주로 시장에 블록딜 물량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다만 기업 입장에서 자사주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자사주를 소각해 버리면 지배구조의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기업들이 큰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고차방정식인 셈이다. IB들도 선뜻 제도 도입을 과감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코스닥 상장사 88곳, 자사주 10% 이상 보유 중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 발제자로 참석했던 정준혁 서울대학교 교수 등을 필두로 상장사들의 자사주 보유 한도를 10%로 설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적에서다. 국내에서는 자사주가 사실상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는 실무적으로 합병과 분할시에 자사주에 신주 배정 권리를 인정한다. 이에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이뤄지는 지배력 확장, 보유 자사주를 지배주주나 우호 세력에 처분하는 등의 '자사주 마법'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해당 논의는 아직 정치권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 IB들 사이에서는 향후 블록딜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유 한도가 10%로 제한되면 처분 대기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2454곳 가운데 자사주를 10% 이상 초과 보유 중인 기업은 상장 총 209곳(8.51%)이다. 이중 코스피가 121곳(4.93%)이며 코스닥 상장사는 88곳(3.58%)이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대기 물량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웹케시(47억원) △와이엠씨(32억원) △하이록코리아(99억원)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22억원) 등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거나 진행했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대기업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자사주 소각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국내에서는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유일한 수단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보유 한도 초과 물량을 지닌 기업들의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국내 하우스들 입장에서는 블록딜, 교환사채(EB) 등의 주관사로 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만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상장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는 평가다. 외국의 경우 다양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차등의결권(Dual Class Stock), 황금주(Golden Share) 등이 있다.
차등의결권은 일반적으로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대주주 또는 창업자가 가진 주식에 대해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황금주는 인수 관련 주주총회 결의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반면 한국은 자사주 보유가 결정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더불어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금이나 이익잉여금이 감소한다는 부담도 짊어져야 한다. 기업은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한다.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수가 준 만큼 주당 가치가 늘어 좋을 수 있지만 기업에게는 부담이다.
강제에 따른 자사주 수각이 주가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여부도 지켜봐야한다. 국내 증시에서 자사주는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으로 인식돼 주가 부양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 후 소각(직접처분)이 시행되면 평균적으로 장기 초과수익은 양(+)의 값을 나타낸다. 다만 시장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는 비교적 낮은 수익이 실현된 경우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10% 제한에 대한 논의는 국내 증권가와 학술계를 막론하고 꾸준히 나오던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다"며 "블록딜 주관사 입장에서는 대량 매물이 나올 수 있는 기회라 기대고 싶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수많은 이해관계가 엮인 만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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