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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장 선 한국 블록딜 시장]외국계가 점령한 시장, 틈새 노리는 국내 IB③외국계 하우스, 해외투자자 모집 역량 우위…한국증권, '이한준·부재훈' 투톱 체제로 약진

남준우 기자공개 2023-07-21 13:23:24

[편집자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Block Deal)은 주식자본시장(ECM)의 한 축을 이루는 거래 방식이다. 그동안 국내 블록딜 시장은 외국계 하우스가 독점하면서 국내 하우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최근에는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의 등 다양한 규제 도입이 예상되면서 국내 하우스들과 접촉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거래량도 예년에 비해 폭증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블록딜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IB들의 주 관심사와 고민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9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블록딜 시장은 지금까지 외국계 하우스들이 '경쟁우위'에 있었다. 대규모 블록딜 물량을 매수할 수 있는 해외 기관투자자와의 끈끈한 연결고리와 보안 유지 등 여러 면에서 우수한 역량을 뽐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IB들이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최근에는 해외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있는 몇몇 국내 하우스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에서 블록딜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한준 부장을 영입한 이후 상승세를 탔다. 해외 세일즈 업무만 10년 이상 담당해온 부재훈 차장과 좋은 시너지를 내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외국계 하우스, 10년 이상 국내 블록딜 주관 점령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국내 블록딜 주관 실적은 2011년 씨티글로벌마켓증권(1조5546억원)을 시작으로 골드만삭스, BOA메릴린치, 모간스탠리, UBS 등이 2021년까지 번갈아가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거래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딜만 집계한 결과물이다. 특수 관계자간 거래도 자본시장이나 주관사 역할이 제한돼 집계에서는 제외된다.

블록딜 시장에서 유독 외국계 하우스가 강세를 보였던 이유는 해외 기관투자자와의 연결성, 비밀 유지(Confidential) 등에서 강점이 보여왔다는 점에 있다. 블록딜은 장 마감 이후 대량매매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사전에 정보가 유출되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여의도 내에서 정보 교류가 활발할 국내 IB는 후순위였다.

해외 기관투자자 모집 능력도 중요하다. 블록딜 규모가 크면 국내 수요만으로는 소화를 할 수가 없다. 주로 홍콩계 기관투자자가 대상인데 이들과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강한 외국계 IB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실례로 지난 4월 김익래 회장이 다우데이타 물량을 블록딜로 처분할 때도 매수자가 대부분 홍콩계 기관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블록딜 사전 정보 유출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며 "국내 수요 만으로 물량 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홍콩계 기관투자자와 연결고리가 끈끈한 외국계 IB가 필수였다"고 말했다.

최근 이러한 분위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IB들의 주관 능력이 올라오면서 리그테이블 순위에 큰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KB증권이 국내 하우스 중 처음으로 더벨 리그테이블 블록딜 주관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한국투자증권이 압도적인 차이로 상반기 기준 1위 하우스에 등극했다. 엔켐, 두산밥켓 등의 블록딜을 진행하며 5305억원의 주관 실적을 쌓았다. 2위 하우스인 JP모간(1338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4000억원 차이난다.


◇이한준 부장 '국내 영업', 부재훈 차장 '해외 세일즈' 담당

올 3월 진행된 인력 이동이 주효했다. KB증권에서 블록딜을 전담하며 리그테이블 순위 1위 등극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한준 부장이 주인공이다. 홀세일그룹장을 맡고 있는 주영근 전무가 오랜 기간 설득 끝에 데려온 인물이다.

이 부장이 국내 영업을 맡고 있다면 해외 세일즈는 부재훈 차장이 담당한다. 부 차장은 2008년 삼성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2013년 한국투자증권으로 넘어 온 이후 홀세을그룹 국제영업부에서 지금까지 해외 기관 세일즈 업무를 맡고 있다.

이 부장이 국내 기업과 소통하며 블록딜 업무를 수임해오면 부 차장이 해외 기관투자자들과 소통하며 세일즈를 진행하는 구조다. 사내에서는 부부가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합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례로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첫 딜이었던 엔켐 역시 이 둘의 호흡으로 성공리에 진행됐다. 이 부장 주도 하에 국내외 주요 증권사와 경쟁해 주관사 지위를 따냈다. 구체적인 매각 전략과 전담 조직의 업무 수행 능력이 선정 배경이었다.

대규모 블록딜을 성사시키려면 보안과 투자 수요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투자증권은 IB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상태다. 매각 과정에서도 소수 기관을 섭외하는 클럽딜 형태를 택해 거래 이전까지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됐다.

IB업계에서는 상반기 실적이 가장 좋았던 한국투자증권을 올해 1순위 국내 하우스로 평가하고 있다. 다른 국내 하우스들의 약진도 기대된다. KB증권은 인바운드영업부 조지형 부장을 중심으로 블록딜 업무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중소형 딜 중심으로 트랙레코드를 쌓는 중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한준 부장과 부재훈 차장은 서로 간의 합이 굉장히 좋은 파트너"라며 "블록딜 업무를 진행할 때 이 둘이 모든 것을 마무리한 후 상부에 보고할 정도 윗선에서의 신뢰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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