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시스템통합(SI) 빅3]달랐던 공공시장 규제 대응…해외로 간 삼성, 국내 머문 LG·SK⑥[해외진출]삼성 해외비중 70% 돌파, 물류사업 덕…LG·SK 아직 미미
원충희 기자공개 2023-08-22 07:35:04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16: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스템통합(SI)업계는 2013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대기업 SI업체들의 참여를 제한함에 따라 빅3는 제각각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이들은 당초 그룹 내 일감(캡티브)이란 자기 텃밭이 명확한 만큼 서로 부딪히지 않았다.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들도 캡티브마켓을 벗어나 외부시장으로 나가야 했다. 초기에는 공공 SW시장이 주요 격전지였다. 2013년 이후 삼성SDS는 물류사업을 따라 해외로 나가면서 볼륨을 키운 반면 LG CNS와 SK㈜ C&C는 국내 시장 수성에 집중하면서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삼성, 2013년 기점으로 해외 물류사업 확대
삼성SDS의 지난해 매출 17조2347억원 가운데 국내 매출은 4조9447억원으로 28.7%에 해당한다. 삼성SDS의 국내 매출은 수년째 4조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2014년 매출 구성을 보면 7조8977억원 중 55.7%(4조3989억원)가 국내 매출이다. 그만큼 해외 매출 비중이 확대된 셈이다.
지역별로는 미주가 4조6007억원으로 국내 매출 규모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왔다. 아시아·아프리카가 3조9900억원, 유럽 2조367억원, 중국이 1조6625억원 등의 순이다. 특히 작년에는 미주지역이 56% 증가할 만큼 성장세가 돋보였다.
삼성SDS에게 미주 지역은 국내 시장 다음으로 먼저 개척된 곳이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 물류사업으로 해외 곳곳에 법인이 세워져 있고 꾸준히 성장하다 보니 해외 매출 비중이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는 2013년을 기점으로 바뀐 양상이다. 당시 외부매출은 1조83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3%였다가 이듬해인 2014년 2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에 3조원, 2017년에 4조원을 돌파한 물류사업 매출은 2019년 4조8469억원(42%)을 기록했다. 이제는 70% 이상이 해외향(向) 매출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3년 시행된 개정 소프트웨어 진흥법이다. SI업계 관계자는 "개정 법이 실시되면서 대기업의 공공SW 참여가 제한되자 삼성SDS는 아예 국내시장에서 신규 수주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대신 해외사업에 눈을 돌렸고 물류를 집중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LG·SK, 그룹 내 트랙레코드 쌓으면서 해외시장 준비
LG CNS는 해외 매출 비중이 거의 늘지 않았다. 작년 매출 5조4493억원 가운데 국내 매출이 88%(4조8250억원)에 이른다. 2014년에도 매출 3조6631억원 중에서 88.5%(3조2429억원)가 국내 매출인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없다.
매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도 LG전자(19.5%), LG화학(18.6%) 등 계열사들이다. 2013년부터 정부가 대기업 SI 참여를 제한함에 따라 LG CNS도 공공시장 진입이 어려워졌지만 해외 비중을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2~3년 전부터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이 추진됨에 따라 IT인프라 구축의 전면에 나서면서 계열사 매출이 늘었다.
SK㈜ C&C도 LG CNS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매출의 92.4%가 내수시장에서 나왔다. 2013년 해외 매출 비중은 7%대였다가 2014년 17%까지 뛰었지만 결국 다시 비중이 줄어 현재는 10%도 안 되고 있다. SK 역시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전환 관련 투자를 늘리자 SK㈜ C&C의 계열사 매출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해외로 나가려면 국내에서 쌓은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삼아야 하는데 이전에는 공공 SW시장의 성공사례를 내세울 수 있었지만 그게 막혔다. LG와 SK는 그룹 내 트랙레코드를 쌓아 나가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공공 SW의 잇따른 에러로 인해 대기업 SI 참여 제한을 푸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다만 빅3가 마냥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단 마진이 박한데다 프로젝트가 잘못되면 자체 자본력으로 메워줘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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