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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점검]하나금융, 부회장단에 '육성·검증' 시스템 도입할까①10여년 간 숏리스트 진입한 부회장 '3명'…경쟁보다 안정적 승계 초점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21 07:20:23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용퇴로 금융지주 CEO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건 금융 당국의 시선은 이제 차기 회장 선임으로 향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금융권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로 모범관행 수집에 한창이다. 더벨은 각 금융지주 승계 프로그램 모범 사례와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구축한 '트로이카' 부회장단 체제를 지주 회장 승계 구도로 발전시킬지 관심이 모인다. 마찬가지로 3인 부회장 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KB금융지주는 부회장 자리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검증과 경쟁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하나금융 회장 숏리스트에 진입한 부회장은 3명 뿐이었다. 부회장들이 경쟁을 통해 검증된다기보다 내부적으로 후계자로 낙점된 인물에게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모범관행 TF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해지는 보직 순환을 통한 투명한 경쟁 시스템과는 아직 차이가 있다.

◇JT 체제 부회장 9명 중 3명만 숏리스트 진입

하나금융은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했다. 기존 이은형 부회장에 새로 승진한 박성호 부회장, 강성묵 부회장이 추가돼 부회장단을 꾸렸다.

그룹 주요 부문도 부회장들에게 각각 배속됐다. 이 부회장은 △그룹글로벌부문 △그룹ESG부문 △그룹브랜드부문을 맡았다. 박 부회장은 △그룹전략부문 △그룹디지털부문 △그룹미래성장전략부문을 담당한다. 강 부회장에게는 △그룹지원부문 △그룹개인금융부문 △그룹자산관리부문 △그룹CIB부문이 맡겨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3인 부회장 체제를 후계 구도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지난해 취임한 함 회장의 첫 조직 개편과 인선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부회장으로 재직하다 회장에 오른 함 회장이 후계자 가리기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하나금융에서 부회장 취임이 회장 숏리스트 진입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이 단독 추천으로 회장에 오른 뒤 10년 동안 재직한 부회장 9명 중 3명 만이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장승철 전 부회장(전 하나대투증권 대표), 김한조 전 부회장(전 외환은행장)은 각각 2015년, 2018년 초 현직이었던 김 전 회장과 숏리스트 후보로 선정됐다. 함 회장은 2021년과 2022년 초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들었다.

부회장의 회장 취임 사례는 함 회장 1명으로 압축된다. 김 전 회장이 연임 제한선인 만 70세를 넘기면서 6년 간 부회장으로 재직한 함 회장에게 회장 자리가 돌아갔다. 함 회장과 함께 부회장으로 재직한 임원들은 대부분 숏리스트에도 들지 못했다. 부회장 간 경쟁을 유도하기보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를 내정해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승계 프로세스는 모범관행 TF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씨티그룹과 다소 결이 다르다. 씨티그룹은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EC(Excutive committee)멤버를 CEO 상시후보군으로 분류하고 다양한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맡긴다. 상시후보군에서 숏리스트를 추린 뒤에도 세계 각 지역의 CEO로 임명해 육성·검증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총괄 CEO 후보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쌓여 투명한 경쟁이 가능하다.


◇함영주 회장 의중에 달린 '부회장 보직 순환' 시스템

함 회장의 의지에 따라 부회장단에 육성 및 검증 기능을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담당하고 있는 부문을 1년 또는 2년 단위로 순환하도록 하면 함 회장의 임기 내에 부회장들이 그룹 전 부문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기간 부회장들의 투명한 경쟁도 가능해진다.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부회장제를 도입하고 있는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회장 주도로 부회장 보직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양종희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허인 부회장이 3년 간 보험·글로벌부분장, 디지털·IT부문장, 개인고객·WM연금·SME부문장을 한 번씩 맡았다. 부회장들이 그룹 주요 부문을 모두 경험해 회장 후보로 육성됐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기준도 마련됐다는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별 전업주의 기조가 강하고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내 금융지주에서 투명한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부회장제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현직 회장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부회장 보직 순환은 대승적인 결단이 있어야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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