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적색경보' 신규 딜 보다 리스크 관리 방점[부동산펀드/해외딜]금리 인상+자산가치 하락에 운용사 골머리
이명관 기자공개 2023-08-21 08:17:58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부동산 실물 투자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미국 오피스를 중심으로 온기가 도는 듯 보였지만 이내 사그라든 모습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신규 투자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올해 들어 저금리 시대에 투자했던 해외 부동산에 대한 위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몇 자산은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악의 경우로 '디폴트'가 난 프로젝트도 있다.
16일 더벨이 집계한 2023년 상반기 부동산 펀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해외 실물 부동산 딜은 한 건도 없었다. 전년 동기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상반기엔 다수의 해외 부동산 딜이 있었다. 코로나19 엔데믹 흐름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상위 5개 딜을 기준으로 보면 3000억~5000억원 규모였다. 부동산 형태로 보면 오피스·리테일·멀티패밀리 등이었다.
지난해 해외 투자에 가장 활발했던 하우스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으로 미국 오피스 딜 2건을 성사시켰다. 총 투자액은 8600억원에 달했다. 이외 삼성SRA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엔 이들을 비롯한 운용사들 모두 해외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해외 부동산 투자를 꺼려하는 요인은 다시 부각되고 있는 리스크때문이다. 지난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금리가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실물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연결됐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부동산이다.
문제는 자산가치 하락은 담보인정비율(LTV)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LTV 상승은 투자자는 물론 대주단에게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보통 EOD 발동 조건으로 LTV가 붙는다.
현대자산운용이 투자한 영국 아에곤 빌딩이 대표적이다. 현대자산운용이 공모 부동산펀드에 편입한 영국 아에곤 지사 건물은 감정평가액 급락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LTV가 77.3%까지 치솟았다. 현대자산운용은 아에곤 지사 건물을 매입했을 때 책정된 LTV 대비 10% 이상 오른 수준이다.
앞서 현대자산운용은 2020년 7월 해당 빌딩을 2000억원을 들여 매입했는데, 이때 LTV는 65% 정도였다. 문제는 EOD 발생 조건인 80%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만약 80%를 넘어서게 되면 대주단은 편입자산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해 강제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
이미 투자금 손실을 대비해 상각처리한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투자한 2800억원 중 90%를 상각처리키로 했다. 선제적으로 회계상 손실을 인식한 셈이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2019년 6월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을 인수했는데,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자 손실로 이어졌다. 보증인이었던 판수퉁 골딘파이낸셜 회장은 파산했다. 선순위 투자자들은 올해 초 빌딩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나머지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글로벌원자산운용의 경우엔 상황이 더욱 안좋다. 투자자산인 미국 마가리타빌 호텔의 디폴트로 투자액 900억원 회수가 난관에 봉착해서다. 이미 80%를 상각 처리했는데, 현실적으로 전액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마가리타빌 호텔은 2021년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적자가 지속됐다. 동시에 미국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면서 건물 가치도 하락했다.
곳곳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터져나오고 있는 형국에서 선뜻 신규 투자에 나서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기존 포트폴리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연장선에서 일부 운용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본부의 임원급 인사 재배치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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