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초전도체 거래 불붙은 서남, 창업주 최대주주 등극①주가 급등하자 기존 대주주 엑시트, 문승현 대표 지분율 5%대
정유현 기자공개 2023-08-17 08:30:30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온초전도 선재 제조업체 서남이 약 10여년 만에 창업주 최대주주 체제로 돌아왔다. 최근 초전도체 관련주가 급등하자 기존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한 영향이 컸다.서남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대표이사가 대주주로 올라선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지배력을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 대주주, 35억 투자해 최소 5배 차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남은 전 최대주주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외 1인이 보유 주식 225만주를 장내에서 매각했다. 별도의 거래 없이 최대주주가 문승현 대표 외 3인으로 변경됐다.
2016년 상환전환우선주 투자를 통해 서남과 지분 관계를 맺었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코리아 측은 투자 7년 만에 쏠쏠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계산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코리아 측은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서남에 35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에 걸쳐 매도했을 것으로 주측되지만 공시가 나온 14일 종가 기준으로 대입해 보면 주식으로 18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7년 투자로 5배가 넘는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2월 코스닥에 입성한 서남은 2세대 고온 초전도선재와 초전도선재 제조에 필요한 완충층 다층박막증착 장비 등을 공급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물질이다. 초전도체를 영하 180도 이하가 아닌 상온에서 구현하면 초고속 컴퓨터, 자기부상열차, 송전효율 100% 전력선, 공중에 띄우는 플라즈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꿈의 물질'로 불린다.
최근 한국 연구진이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과학계뿐 아니라 국내 주식 시장도 요동쳤다. 국내 연구진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 초전도체 LK-99 관련 논문을 올렸다. 이후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가 SNS를 통해 초전도체 관련 언급을 하며 주가가 영향을 받았다.
초전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서남은 주가가 올해 3월 1500원대를 하회했다가 최근 1만원을 넘는 등 주가가 급등했고 투자자들이 빠르게 차익실현에 나섰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측은 상장 후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3년 간 공동목적보유확약을 맺은 바 있다. 올해 초 이 기간이 풀렸고 이번 주가 급등을 기회 삼아 엑시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문승현 대표 1회차 CB 콜옵션 행사, 지분율 확대 차원
최근 진행된 서남의 1회차 CB의 콜옵션 행사에도 최대주주 측은 참여하지 않았다. 지배력 강화보다는 언제든 엑시트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남은 2021년 12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 개정 전 제로 금리로 50억원 규모 1회차 CB를 발행하며 콜옵션을 30%로 설정했다.
콜옵션 규제가 생기기 전 막차 CB를 발행하며 지배구조의 변화가 예고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6월 서남의 문승현 대표(25만836주), 이호엽 부사장(25만836주), 이복형 부사장(4만1806주)이 1회차 CB의 콜옵션을 행사했다. 콜옵션 행사 만료 기간은 올해 12월이지만 빠르게 CB를 확보해 경영진이 지분율을 확대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서남 측은 "최대주주가 콜옵션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도 우주 항공테마주로 엮이며 서남의 주가가 상승세였던 점을 미뤄봤을 때 전 대주주 측의 엑시트를 위해 창업주 및 주요 임원진이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준비 작업에 나섰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회차 CB 콜옵션을 활용해 문승현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5.62%로 오르며 5%대 주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임원진들도 콜옵션을 행사한 영향에 지분율이 확대됐고 이번 대주주 변경에 따라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9.47%(211만2490주)로 변경됐다. 다만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15% 미만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경영권이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서남 측은 "현 경영진 체제가 변동 없을 것"이라며 "이번 변경 후 대주주 측 지분율 강화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검토도 하지 않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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