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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언급 한번도 없었다'…삼성 준감위, 고심 끝 '명분' 살리기 전경련 재가입, 만장일치 '조건부 권고' 선택…'확답 피한' 이찬희 위원장, 준감위 역할론 강조

이상원 기자공개 2023-08-18 11:36:28

[편집자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2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조직혁신을 진행한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 후 1961년 첫 이름인 '한국경제인협회'로 돌아간다. 이와 함께 4대그룹을 복귀시키고 정식 회장 선출 작업을 동시 진행 중이다. 2016년 최순실 사태 이후 뒷전으로 밀려난 뒤 7년 만에 '재계 맏형' 복귀를 꿈꾸는 전경련의 변화상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8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삼성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놓고 조건부 허용을 권고했다. 두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격론이 벌이진 끝에 나온 결과다. 권고안에는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될 경우 즉시 탈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경련이 발표한 쇄신산의 실현 가능성에 다수 위원들이 우려를 나타낸 결과다.

그럼에도 이찬희 위원장은 찬성에 대한 확답에는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경유착에 대한 면죄부라는 지적과 함께 찬성할 경우 준감위의 '무용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가입은 최종적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 22일 전경련 총회를 앞두고 빠르게 향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만장일치' 조건부 권고, 전경련 '쇄신안' 실현 가능성에 우려

준감위는 18일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을 놓고 만장일치로 조건부 허용했다.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운영과 회계에 투명성 확보 방안 등 자체적으로 철저한 검토를 거친후 재가입을 결정하라는 뜻을 전달했다.

회의는 오전 7시부터 약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오전 9시 40분께 이찬희 위원장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서자 소란스럽던 회견장도 일순간 조용해지며 이 위원장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회의 결과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가입 미가입을 확정적으로 권고를 하지 않고 저희의 우려를 먼저 전달했다"며 "회사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했을 때 어떠한 조건 하에서 활동해야 된다는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준감위는 지난 16일에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준감위는 그동안 전경련의 쇄신안을 두고 수 차례 검토해왔다. 그 결과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에 정치권이 또다시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라는 점에 가장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의 쇄신안과 관련해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의견을 낼 때까지 숙고했지만 최종적으로 지금 전경련의 쇄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라며 "실제로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 그리고 전경련이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준감위로서 우려스러운 입장이라는 것으로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준감위는 전경련에 가입하는 경우 정경유착 위반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탈퇴할 것으로 권고하는 것 이외에 다른 조건들도 권고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유로운 의사를 결정하는데 구속을 줌으로써 이사회의 순수한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회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구체적으로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희는 현 시점에서 전경련의 쇄신안이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찬희 위원장이 임시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명분 찾은 준감위, 계열사도 이사회 앞두고 부담 덜었다

준감위의 조건부 허용 권고는 사실상 찬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재계에서도 찬성 의견보다는 조건부 결정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경련 재가입을 찬성할 경우 자칫 정경유착에 대한 면죄부에 대한 지적과 함께 준감위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위원장도 기자들의 찬성과 반대를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이면서 확답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삼성그룹의 정경유착 재발 방지를 위해 준감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전경련 재가입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앞두고 부담을 덜게 됐다.

이 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철저한 준법 감시다. 삼성이 과거처럼 정경유착에 개입하는 일은 최소한 준감위의 통제와 감시하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전경련의 쇄신안에도 준법감시위원회에 준하는 독립적 기구를 통한 운영이 담겨져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준감위가 두 차례 회의 끝에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빠듯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 전경련이 임시 총회에서 류진 풍산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공식 추대할 예정이다. 따라서 늦어도 21일까지는 주요 계열사가 이사회 결의를 마쳐야 한다.

이찬희 위원장이 임시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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