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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신국하우농' 체제 고착화…'초메가뱅크' 가능성은[금융지주 체제]②"글로벌 진출·비은행 강화 위해 필요" vs "KB·신한 정도면 이미 메가뱅크"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29 07:25:35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 국내 금융권을 주도했던 5대 은행은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로 불렸다. 조상제한서의 시대는 외환위기 여파로 막을 내렸고 '신국하우농(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주체는 달라졌지만 한국 금융 시장은 지각변동 전에도, 후에도 5대 은행 중심으로 판도가 짜여져 있다.

금융당국은 현 5대 은행 체제를 과점으로 규정하고 '약탈적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조상제한서 외에도 존재감 있는 은행이 다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신국하우농 시대는 크고 작은 인수합병(M&A) 끝에 5대 금융지주가 포식자가 됐다는 진단이다. 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 시장 참여자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당국이 제시하는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지만 추가적인 통합으로 체급을 키운 '메가뱅크'가 등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글로벌 사업과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면 추가적인 M&A와 투자가 필요한데 현 규모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우리, 혹은 다른 금융지주간에 합병이 일어나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만한 몸집과 경쟁력을 갖춘다. 물론 KB금융이나 신한금융 정도면 이미 메가뱅크의 반열에 올라 더 이상 통합은 필요치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日 3대 메가뱅크 체제…동남아 진출 활성화"

국내에서 메가뱅크에 대한 찬반 논쟁이 오간 건 2008년 금융 공기업 민영화 논의가 진행되면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 정부가 보유한 금융기관을 합쳐 자산 규모 500조원대 금융지주를 만들자는 견해가 경제 관료 사이에서 제기됐다. 산업계의 삼성전자처럼 금융권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를 배출하자는 목표가 논의의 시발점이다.

*왼쪽부터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사옥 전경

하지만 금융기관 민영화와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은행의 출현을 반대하는 여론이 결집하면서 메가뱅크 출범은 없던 얘기가 됐다. 15년이 지난 현재 국내 금융권은 5개 금융지주가 7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영하는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메가뱅크는 출현하지 않았지만 주요 은행이 독과점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독과점 지적이나 시장 진입 완화 정책과는 다른 시각에서 업계 상황을 바라 본다. 은행 수가 적은 게 아니라 오히려 많아 국내 시장에서 과당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시장에 진입할 플레이어를 늘리기보다 기존 은행을 추가로 합쳐 메가뱅크를 만들고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물밑에서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이들은 일본 시장의 예를 든다. 일본은 미쓰비시UFJ, 스미토모미쓰이, 미즈호 등 3개의 메가뱅크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한국보다 크고 대형 은행 수는 오히려 적다. 3대 메가뱅크 체제로 부작용이 발생하기보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활성화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 은행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기 위해선 증자를 통해 자본 규모를 키워야 한다. 글로벌 뿐만 아니라 증권업, 보험업 등 비은행 사업에 힘을 싣는 차원에서도 증자를 통한 외형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5대 은행 체제를 유지하고 국내 시장을 분점하는 구도에서는 증자가 쉽지 않아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한국 경제 규모를 일본과 비교해보면 대형 은행 5곳이 있는 건 이미 많다고 할 수 있고 지방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까지 포함하면 과점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국내 최상위권 금융지주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60~70위권인데 이정도면 과점이 아니라 분산의 정도가 강하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 외형 아닌 전략의 문제"

물론 메가뱅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현 5대 은행은 이미 금융위기를 견디고 시스템적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외형을 갖춰다는 견해가 나온다. 통합을 거쳐 자본 규모를 대폭 키울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또 메가뱅크 출현으로 독점적 지위가 부여되면 5대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 유인이 없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5대 은행 체제를 과점으로 볼 수 있지만 대출 확대를 위한 경쟁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데 메가뱅크의 출현이 이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시스템적 리스크를 방지하고 적절한 수준의 경쟁의 이뤄지는 과점은 용인할 수 있겠지만 이를 넘어 독점의 형태로 가는 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은행과 금융사가 국유화 됐던 때에는 정부가 금융권 재편을 추진하는 주체였는데 지금은 메가뱅크가 금융소비자나 공익 측면에서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메가뱅크가 글로벌 진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진단도 있다. 메가뱅크가 돼 국내 이자이익 만으로 지속가능한 경영과 성장이 담보되면 오히려 해외에 진출할 동력이 상실된다는 분석이다. 메가뱅크가 된다고 해서 해외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조 소장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어느정도 규모가 커야 하지만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규모라는 개념은 없다"며 "해외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메가뱅크가 되는 것이고 메가뱅크가 돼야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주객이 전도된 얘기"라고 말했다.

해외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외형보다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금융지주는 현실적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메가뱅크가 되는 게 동남아 진출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글로벌 진출을 활성화하려면 현지 인력을 중용하고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실상을 보면 한국인을 지점장으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주류 은행이 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하려는 글로벌 전략이라면 메가뱅크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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