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전화위복' 에스엠랩, 2차전지 전성시대에 상장지난해 말 심사서 철회 고배…올들어 에코프로 12배 껑충
양정우 기자공개 2023-08-28 07:59:53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 철회의 고배를 마셨던 에스엠랩이 전화위복의 기회를 꿰찼다. 기업공개(IPO)에 도전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 2차전지 섹터의 밸류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여건이다.무엇보다 에스엠랩은 2차전지 광풍을 둘러싼 두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에코프로그룹의 밸류체인에서 주축인 에코프로비엠과 같은 양극재(양극활물질) 개발 업체다. 여기에 돌연 2차전지 다크호스로 등장한 금양이 직접 투자해 최대주주로 등극한 기업이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재시동…낙방한 전력이 잭팟 기회로
최근 에스엠랩은 한국거래소에서 지정한 전문평가기관에 기술성평가를 신청했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시도하기 위한 사전 채비다. 이들 기관 중 1곳에서 A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으면 특례상장에 나설 수 있다.
이 기업은 본래 상장 심사에서 한 차례 낙방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말 역시 기술특례상장 트랙으로 IPO를 시도했으나 결국 중도 포기를 결정했다. 한국거래소측에서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이 불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기술성평가에서 A등급을 취득한 기업이었던 만큼 기술력보다는 경영 계획의 현실성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거래소의 판단은 설득력이 있었다. 약 2000억원을 투입해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는데 실제 보유 중인 투자 재원이 거의 없었다. IPO 공모 과정에서 600억원을 모으고 나머지 1400억원은 담보대출로 조달할 예정이었다. 흥행 실패로 공모 규모가 줄어들거나 담보대출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자칫 공모주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상장 철회의 쓴 잔은 오히려 IPO 잭팟의 기회로 되돌아왔다. 불과 1년여 만에 국내 코스닥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에코프로그룹의 계열이 연일 드라마틱한 급등세를 고수하면서 이제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에 등극했다. 올들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각각 12배, 3배 가량 껑충 뛰었다.
에코프로발 2차전지 광풍은 섹터 전반의 몸값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코스닥 시총 4위(엘앤에프)와 5위(포스코DX) 역시 2차전지 산업에 속한 사업 모델을 영위하고 있다. 상장주관사는 과거 비교기업의 시총이 훌쩍 높아진 상태에서 다시 밸류에이션에 나서야 하고 에스엠랩 입장에서는 동일한 주식수를 신규 발행하면서도 훨씬 큰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피어그룹, 양극재 개발 에코프로비엠 무게…금양 동맹, 2차전지 밸류체인
향후 에스엠랩은 피어그룹에 에코프로비엠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두 기업 모두 2차전지의 4대 소재 중 하나로 꼽히는 양극재를 개발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적의 격차가 큰 만큼 대대적 할인율을 가미하는 방향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여지가 있다.
에스엠랩의 경우 단결정 양극재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소재를 개발한 업체다. 양극재는 배터리 값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고가 소재여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 테슬라마저 기본형 모델에 저가형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를 사용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에스엠랩의 단결정 양극재는 비싼 코발트를 빼고 값싼 망간과 니켈을 3:1의 비율로 섞은 소재여서 가격을 크게 낮춘 동시에 에너지 밀도가 LFP보다 2배 이상 높다.
여기에 지난 상장 철회와 이번 재도전 사이 시장의 섹터 재평가뿐 아니라 내재적 기업가치가 한 단계 뛰어오르는 이벤트도 있었다. 코스피 상장사인 금양(1050억원)을 필두로 총 1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세우는 데 차질이 생기지 않을 수준의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금양 역시 올해 2차전지 돌풍에서 최대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오는 2026년까지 기장군에 연 생산량 3억셀 규모의 2차전지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주가 랠리를 벌였다. 1년여 전 1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12만원 대에 안착했다. 시총이 7조원 규모로 팽창한 동시에 자사주 100만주(897억원)를 매각해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에스엠랩과 금양은 2차전지 전선을 구축하는 데 맞손을 잡았다. 금양은 콩고에 이어 몽골에서도 리튬광산 지분 인수에 나서 양극재의 소재인 리튬 물량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 리튬을 에스엠랩에 보내 단결정 양극재를 생산하고 이 제품을 다시 금양이 소화해 2차전지 완제품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에스엠랩 입장에서는 굳건한 납품처를 사전에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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