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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금융은 지금]우체국금융, 잇따른 금융사고…허술한 리스크관리 도마에②'IMF·저축은행사태' 무제한 예금보호로 앞세워 성장…전산오류·횡령사고 오명

김형석 기자공개 2023-09-05 07:14:28

[편집자주]

우체국은 1905년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국고수납대리점으로 역할을 시작해 이제는 보험과 예금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업으로 성장했다. 우체국금융은 공공성만 강조하다 부실로 금융 사업을 접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빠르게 자산 성장을 이뤄 이제는 우편사업을 지원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우체국금융은 자산운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출 없이 자본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우체국금융은 민간 금융사와의 경쟁, 자산의 운용 및 부실관리 등 난제 속에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우체국금융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체국금융 내 다양한 금융 사고와 부실화 등을 해소하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제한 예금보호 정책을 앞세워 고객 신뢰를 얻으며 성장했지만 전산 오류와 횡령사고 등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금융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감독 권한은 제한적이다. 정부 소속 금융기관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 때문이다. 하지만 잇따른 금융사고와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우체국금융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과학기술정통부의 감독을 받아오고 있다. 2013년 법 개정 이후 주무부처인 과기부의 요청시 금융위원회가 우체국금융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됐다. 하지만 여전히 타 금융기관 대비 금융 당국의 감독 권한은 제한적이다.

◇ '무제한 예금 보장' 힘입어 자산 성장

우체국은 1884년 4월 설립된 우정총국을 모태로 한다. 이후 1905년과 1926년 각각 예금사업과 보험사업을 개시하며 금융사업에 뛰어들었다. 해방 이후 우정총국은 1948년 7월 미군정의 체신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우체국의 모태는 체신부다.

1977년부터 1982년 사이에는 모든 금융사업이 중단됐다.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우정사업 누적적자만 256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대규모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체신부의 우편금융사업을 농협중앙회에 이관했다. 이후 6년간 우체국은 신규 예금 계좌개설을 비롯한 금융사업을 농협에 이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우편사업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역설적이게도 금융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금융사업을 통해 우편사업 재정 충당을 목적으로 1983년부터 예금과 보험사업을 재개했다.

1994년 우편사업의 현대화를 위해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편하면서 우체국의 주무부처도 정통부로 변경됐다. 정통부는 200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명칭을 변경한 뒤 우정사업본부 내에 우체국을 관할하도록 했다. 이후 정통부는 지식경제부,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정부 출범에 따라 명칭이 변했다.

2000년대 우정사업본부 설립 이후 우체국금융의 자산은 빠르게 증가했다. 2000년 14조원에 불과하던 우체국 예금·보험자산은 지난해 143조1000억원(예금 81조9000억원, 보험 61조2000억원)으로 20여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우체국금융의 자산 성장은 적극적인 비대면채널 확대와 정부의 예금자보호 정책 때문이다. 우체국금융은 2000년 우정사업본부 신설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인터넷 보급에 맞춰 2009년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도입했다. 2016년 3월에는 우체국예금 핀테크 앱인 포스트페이(PostPay)를 출시하며 모바일 플랫폼 구축에도 성공했다.

'무제한 예금자보호' 제도 역시 우체국금융의 자산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시중은행과 주요금융기관은 5000만원까지만 예금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대출업이 불가한 우체국예금은 예금 전액을 보호하고 있다. 이 같은 혜택은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우체국금융으로 자산이 쏠리는 계기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체국금융은 유일하게 정부 부처가 관리하는 금융기관"이라며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민간 금융사의 부실을 겪으면서 우체국예금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우체국금융이 빠르게 자산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자산 늘었지만 관리·감독은 여전히 '느슨'

최근 20년간 빠르게 자산 확대에 성공한 우체국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 잇따른 금융사고와 수익성 확보 실패 등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부 견제 없이 성장에만 매몰돼 리스크 관리를 사전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체국금융을 견제할 장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체국금융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어려운 특수성이 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불안한 시스템은 제대로된 규제를 받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해석된다. 최근 우체국금융은 전산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우체국금융 자금관리서비스(CMS) 시스템 오류로 착오 입금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입금 착오가 일어난 기관 수는 약 1700개다. 이용자 계좌가 아닌 이용자별 인출 자금을 모아놓은 우체국 CMS 통합 계정에서 잘못 입금됐다

착오 입금 사태가 밝혀지는 과정에서도 우체국금융의 시스템 불안정성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잔고가 부족해 자동이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고객들이 돈을 직접 송금하는 과정에서 이중입금 사례가 발생하면서 드러났다. 이 같은 전산 오류는 지난 5월 8일과 7월 10일에도 발생했다.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전산시스템 오류에 대해 금융 당국은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카카오뱅크에 경영유의 2건, 개선사항 4건을 통보했다. 카카오뱅크가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이유는 지난해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때문이다.

우체국금융은 내부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에는 지방 한 우체국 직원이 고객예금 1억7000여만원을 횡령한 사고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고 발생에도 우체국금융은 금융 당국의 직접 검사를 받지 않았다. 당국이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에 따르면 ‘과기부장관은 우체국예금·보험사업에 대한 건전성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 당국이 우체국금융에 대한 검사를 벌이기 위해선 과기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체국예금·보험 관련 법안이 개정된 2013년 이후 과기부 요청으로 금감원이 검사에 나선 사례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주무부처인 과기부의 감독도 금융 당국에 비해 느슨하다. 정기 검사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예금사업의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및 산출 근거를 매년 결산 이후 금융위에 제출하는 절차가 전부다. 우체국금융은 감독 당국인 과기부에 예금·보험과 관련한 자료를 반기에 한번씩만 보고한다. 매월 잔액과 분기별 건전성 지표를 공개하고 정기·수시 검사를 받는 은행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체국금융의 경우 새마을금고와 달리 여신(대출)업에 제한이 있어 큰 금융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산 오류와 예금 횡령 등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금융기관의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관리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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